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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뻐하고, 혼자 위로한’ 밥 데용, 든든한 버팀목

김평호 기자
입력 2018.02.22 00:09 수정 2018.02.22 06:10

여자 팀추월서 슬픔에 빠진 노선영에게 홀로 다가가

값진 은메달을 수확한 남자팀과는 기쁨 함께 나눠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순위결정전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밥 데 용 코치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순위결정전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밥 데 용 코치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팀워크가 붕괴되는 위기 속에서 그나마 축 처진 팀을 지탱해 나가고 있는 것은 빙상연맹이 아닌 바로 네덜란드인 코치 밥 데용이었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함께 하고 있는 밥 데용 코치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밥데용 코치는 지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0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에게 시상식에서 목마를 태워 주며 '국민 호감'으로 등극했다.

물론 코치이기 이전에 그는 선수시절 동계올림픽 1만m에서 금메달 1개(2006년), 은메달 1개(1998년), 동메달 2개(2010년·2014년)를 목에 걸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무려 7개의 금메달을 따낸 네덜란드의 '살아있는 전설'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부터 한국 장거리 대표팀 코치가 돼 팀과 함께 하고 있다.

특히 밥 데용 코치는 지난 19일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직후 실망감에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노선영에게 유일하게 다가가 위로를 건네 눈길을 사로 잡았다.

밥 데용 코치는 경기를 마친 뒤 노선영이 고개를 숙이고 좌절해 있자 다가가서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건넸다. 이내 김보름과 박지우에게도 다가가 무언가를 얘기하는 모습이었다. 팀은 하나인데 노선영 홀로 한 켠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레이스를 마친 김보름과 박지우는 멀찌감치 떨어져 휴대폰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이에 밥 데용 코치가 여러 번 자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선수들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노선영에게 다가간 한국인 코치들은 포착되지 않았다. 만약 밥 데용 코치마저 없었더라면 노선영의 그 자리는 더욱 외로웠을 것이다.

자상한 모습을 보여준 밥 데용 코치지만 그는 대표팀 내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다.

21일 남자 팀추월 대표팀이 준결승전에서 뉴질랜드를 따돌리고 결승에 올라가자 두 팔을 벌려 마치 레이스를 함께 탄 것 마냥 기뻐했다.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가장 기쁜 제스처를 취했다.

남자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다가도 밥 데용 코치는 곧바로 우여곡절 끝에 7-8위 결정전을 치르게 된 여자대표팀 선수들에게 다가가 침체된 분위기를 적극 끌어올렸다.

여자 팀의 어색한 분위기는 여전했지만 그래도 세 선수는 서로 조금씩 대화를 나누며 이전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밥 데용 코치가 박승희와 함께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린 것이 한몫했다.

또한 그는 준준결승에서 상처를 받은 노선영을 레이스에 나서기 전까지 알뜰살뜰히 챙기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 대회 그 누구보다도 고생이 많은 밥 데용 코치다.

남자 팀추월 결승전에서는 선수 시절 승부욕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지막 바퀴에서 한국이 노르웨이와의 격차가 벌어지자 모자를 땅에 던지며 아쉬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값진 은메달을 수확한 이승훈, 김민석, 정재원에게 일일이 다가가 등을 두드리며 자상한 남자로 다시 돌아왔다.

자칫 침울한 분위기에 빠질 수 있는 팀추월 대표팀과 '희로애락'을 함께 한 밥 데용 코치는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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