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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카드에도 文정부가 고민하는 이유, 南北美 복잡한 삼각관계

이슬기 기자
입력 2018.02.20 14:00 수정 2018.02.20 14:03

비핵화 없는 탐색적 대화, 이뤄져도 무의미

文대통령 ‘우물가 숭늉’ 언급하며 속도조절

비핵화 없는 탐색적 대화, 이뤄져도 무의미
文대통령 ‘우물가 숭늉’ 언급하며 속도조절


문재인대통령 10일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문재인대통령 10일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북한을 향해 대화 신호를 잇달아 보내고 있다. 아울러 미일 공조를 과시하며 대북 강경 제재 기조를 유지하던 일본 역시 미묘한 기류 변화를 보인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고민은 깊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CBS 인터뷰에서 “외교 수장으로서 나의 일은 우리가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이 알도록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최근 언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대화의 가치를 믿는다. 그러나 대화가 협상은 아니다”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하며, 그때가 돼야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태도 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비핵화 논의를 의미하는 ‘협상’에 앞서 예비대화 성격의 ‘탐색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핵 포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화 자체를 거부했던 미국 주요 인사들의 기존 발언과 확연히 온도차를 보인다.

일본 역시 탐색적 성격의 접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같은 날 독일을 방문해 취재진과 만나 “핵과 미사일을 포기해서 대화의 테이블에 앉으라는 걸 전달하는 의미에서 북한과의 접촉은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은 그간 “대화를 대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청와대는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외신기자의 질문을 받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했다. 이후 미국의 대화 메시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이렇다 할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현재 북한 비핵화를 위해 실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공통된 전망이다. 그렇다고 대화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리거나 미국처럼 탐색적 대화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른바 ‘북한 책임론’을 꺼낼 수도 없는 처지다.

미국이 보내는 대화 시그널은 결국 ‘압박과 관여’를 병행하는 동시에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본협상은 비핵화 조처가 우선돼야 한다. 공을 북에 넘긴 셈이다. 현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선언이 전제되지 않는 한 예비적 성격의 대화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북핵 문제는 한국을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의 문제다. 북을 실제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라며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예비적 성격의 대화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은 우리와는 핵 문제를 절대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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