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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떠난 설계사에 "돈 내놔"…AIA생명의 두 얼굴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2.20 06:00 수정 2018.02.20 06:46

아무 말 없다가 돌연 "받아간 정착지원금 모두 환급해야"

뒤늦게 날벼락 맞은 설계사 사연…진짜 이유는 괘씸죄(?)

AIA생명이 1년 전 회사를 떠난 설계사에게 과거에 받아간 지원금을 토해내라고 나서면서 법정 분쟁을 불사하고 있다.ⓒAIA생명 AIA생명이 1년 전 회사를 떠난 설계사에게 과거에 받아간 지원금을 토해내라고 나서면서 법정 분쟁을 불사하고 있다.ⓒAIA생명

AIA생명이 1년 전 회사를 떠난 설계사에게 느닷없이 지원금을 토해내라고 나서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퇴사 당시 AIA생명이 요구한 돈을 모두 지급했던 해당 설계사만 뒤늦게 날벼락을 맞은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설계사 이탈에 고심하고 있는 AIA생명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과거 AIA생명에서 설계사로 일했던 A씨는 AIA생명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분쟁은 지난해 2월 28일 AIA생명이 과거 자사 설계사로 근무하던 기간 중 A씨가 받아간 정착지원금을 문제 잡으면서 시작됐다. A씨가 설계사 위촉 계약을 해지하면서 10개월 분의 정착지원금 2000만원을 돌려줘야 함에도 이를 반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AIA생명은 설계사 계약 체결 시 반드시 제출해야하는 계약이행보증보험증권을 근거로 서울보증보험에 A씨에 대한 보험사고신고를 접수했고, 서울보증보험이 다시 A씨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A씨는 금융·신용 거래가 막히며 정상적인 생활에 큰 지장을 겪고 있다.

A씨는 회사를 나간 지 1년도 넘은 시점에서 AIA생명이 갑자기 이 같은 주장을 내세우기 시작한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5년 4월 13일에 AIA생명과 설계사 계약을 맺었던 A씨는 다음해인 2016년 2월 25일부로 이를 해지한 상태다.

A씨는 AIA생명과 이른바 넥스트 엠피(NEXT MP) 형태의 계약을 맺은 설계사였다. 기본급 없이 보험 모집 실적에 따른 영업수수료만을 받는 인 엠피(IN MP)와 달리, 넥스트 엠피는 매달 목표 실적을 달성하면 정착지원금 명목으로 일정액의 기본급을 받고 할당 목표 이상 부분에 대한 영업수수료는 나중에 분할 수령하게 된다. AIA생명이 A씨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돈이 바로 이 같은 넥스트 엠피에 대한 정착지원금 부분이다.

A씨가 더욱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계약 종결 이후 사측이 요구한 금액을 모두 내줬기 때문이다. A씨는 근무 일수를 채우지 못한 마지막 달 정착지원금인 200만원을 포함해 모집 보험 계약 중 실효·해지 건에 대한 수수료 환수금, 교육훈련비 등 AIA생명이 상환을 요청한 430여만원의 돈을 설계사 해촉 후 모두 지급했다. 이는 당시 AIA생명이 A씨에게 보낸 미환수금 상환 안내문에 명기된 내역 그대로다.

이 때문에 A씨와 A씨의 변호인 측은 AIA생명의 정착지원금 환수 요청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2016년 변경된 AIA생명의 사내 수수료지급규정 상 계약 기간 6개월을 채우지 못한 넥스트 엠피 설계사만 정착지원금을 환급하도록 돼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10개월 넘게 AIA생명의 설계사로 일하며 월 목표 실적을 모두 채운 A씨가 정착지원금을 줘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AIA생명은 A씨의 계약 당시인 2015년 수수료지급규정에는 넥스트 엠피 설계사가 15개월 차 이내에 해촉될 경우 정착지원금을 전액 환수하도록 돼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내놓든 간에 결과적으로 AIA생명은 일개 개인 설계사를 상대로 1년 새 완전히 말을 뒤바꾼 모양새가 됐다. 막상 달라는 돈을 다 내줬더니 뒤늦게 법정 싸움까지 불사해가며 더 받아야 할 돈이 남았다고 나선 꼴이다.

A씨의 사례를 두고 설계사들은 현장 영업 조직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AIA생명이 보복성 조치에 나선 것이란 평이 나온다. 우수 설계사들의 이직을 좀처럼 막지 못하자 본보기로 삼을 케이스를 찾고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AIA생명의 설계사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새로 유입되는 설계사들 4명 중 3명 이상이 1년 안에 자리를 떠나고 있을 정도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기준 AIA생명의 13월차 설계사 등록 정착률은 23.7%로 생명보험사들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같은 기간 생보업계 평균(40.2%)과 비교하면 16.5%포인트 낮은 수치다.

일선 보험 설계사는 "AIA생명의 설계사 조직 안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은 현장 보험 영업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떠도는 사실"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 신입 설계사가 좋은 실적을 올리게 되자 GA로 이직하는 모습은 탐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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