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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한국지엠, 국민도 노조도 '혈세지원 반대'

박영국 기자
입력 2018.02.19 11:01 수정 2018.02.19 13:59

'일방통행'으로 정부지원, 노조협조 이끌어낼 '명분' 잃어

한국지엠 군산공장 전경. ⓒ연합뉴스 한국지엠 군산공장 전경. ⓒ연합뉴스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한국 철수’ 가능성을 무기로 정부로부터의 자금지원과 노조로부터의 임금조정 양보를 얻어내려던 한국지엠의 의도가 큰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GM과 한국지엠의 일방통행으로 정부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혈세지원을 반대하는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을 찾기 힘들어졌다. 심지어 한국지엠 노조 조차 회사측의 혈세지원 요구에 대해 ‘날강도’라고 표현하는 등 노사간 신뢰도 깨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대한 정밀 실사를 통해 경영상황을 확인하고 각종 의혹들이 해소된 이후에야 대주주인 GM 측과 자금지원 등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산은은 최근 한국지엠 측에 고급리 대출과 이전가격, 과도한 연구개발 비용 등에 대한 세부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동안 한국지엠 노조를 통해 제기됐던 의혹으로 이번 자금지원 요청을 계기로 표면화됐다.

‘고금리 대출’은 한국지엠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GM 관계사에 462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한 것을 일컫는다. 금리는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2배에 달하는 연 5%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국내 은행권이 대출을 거절해 불가피하게 관계사로부터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노조는 GM 본사가 한국지엠으로부터 이익을 거둬들이는 ‘꼼수’라고 주장해 왔다. 한국지엠은 막대한 이자를 지급하면서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된 반면 GM 본사는 이자만으로도 한국지엠에 대한 투자비 상당부분을 회수했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적자보다 많은 1조8580억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지출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지엠은 연구개발비를 보수적으로 비용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노조 측은 부풀려 산정된 연구개발비의 일부가 GM 본사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전가격’은 과거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던 부분이다. 한국지엠이 GM으로부터 핵심 부품은 비싸게 공급받고, 반대로 GM에 공급하는 반조립(CKD) 차량은 원가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책정해 한국지엠의 수익구조가 악화됐다는 의혹이다. 이는 해외 자회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면서 본사의 이익을 챙기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을 규명, 혹은 해소하려면 회사의 재무상황을 세세하게 들여다봐야 하지만 한국지엠은 산업은행이 요청한 일부 자료에 대해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제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GM의 한국 철수시 한국지엠 직원만 1만6000명, 1~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15만6000명에 달하는 인원이 고용에 지장을 받는 등 파장이 크다는 점이 부담이지만, 혈세 지원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심지어는 한국지엠 노조도 “GM의 고금리 이자, 이전가격 문제, 과도한 매출원가 등 한국지엠의 경영상의 심각한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다”면서 “국민혈세를 지원해달라는 날강도식 GM의 요구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로서는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 의지를 확인하고 각종 의혹을 해소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자금 지원의 명분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조와의 협의를 통한 비용경쟁력 확보, 즉 임금조정 문제도 풀기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와 임금조정 요구에 대해 ‘적자격영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행태’라고 비난하고 있다.

나아가 카허 카젬 한국지엠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 퇴진 요구와 파업 등 ‘실력행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오는 2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연대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19일 장병완 국회 산자위 위원장 면담, 20일 청와대에 요구안 제출 등을 통해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국회와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일찍 마무리하고 안정적인 생산체제를 근거로 GM 본사에 신차 배정을 요구하겠다던 한국지엠의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GM은 군산공장 폐쇄로 외통수를 뒀다고 생각하겠지만 정부나 노조 집행부 모두 표심, 즉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여론이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GM 측의 의도대로 따라줄 수가 없다”면서 “GM이 한국철수까지 염두에 두고 정부 지원을 압박하는 것이라면 치킨게임과 같이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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