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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폴리Talk] ‘센 언니’ 박영선의 진짜 서울 이야기

이슬기·조현의 기자
입력 2018.02.18 06:00 수정 2018.02.19 08:23

간판 공약 ‘수소차 보급’, 부동산 대책은 ‘일관성’

서울시장 출사표 던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간판 공약 ‘수소차 보급’, 부동산 대책은 ‘일관성’
서울시장 출사표 던진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금산분리법 발의한 재벌 저격수의 정치인생 15년


“니들 데모하는 거 안말린다. 근데 어차피 할거면 딴데 가지 말고 본관 앞에서 해. 내가 여기 풍수지리 보고 땅 샀거든? 본관 자리에서 대통령이 나온다고 했어. 내말 믿어라. 여기서 대통령 나온다.”

똑단발 총여학생회장과 친구들을 불러다놓고, 조용식 이사장은 꼭 옆집 할아버지처럼 일러주셨다고 한다. 용한 풍수지리사가 본관 자리(법대 건물)에서 ‘거물’이 나올거라 했다면서, 몇번씩이나 “기(氣)를 많이 받으라”고 했다.

72학번 문재인도 78학번 박영선도, ‘데모하는 애들 한군데 집어넣고 최루탄 터뜨리려는 뻥’ 정도로 넘겨짚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의 계획은 80년대 중반 미국 특파원 시절부터 시작됐다. 도시지리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VOA(보이스오프아메리카)에서 미국의 도시를 취재하며 ‘번창하는 도시’와 ‘정체된 도시’의 차이를 보는 눈이 생겼다.

이후 2011년 당내 경선에 나섰지만 야권단일화 분위기 속에서 후보직을 양보했다. 그리고 2018년 서울은 이성을 잃은 부동산 가격과 도시경쟁력 쇠퇴로 추락 위기 앞에 섰다.

수도 서울의 쇠퇴는 곧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연결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6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당내 경선에 도전한 이유다. 그를 데일리안이 만났다.

“박 의원 말대로 할 걸 그랬어” 盧의 한숨

‘재벌 개혁가’, ‘BBK 저격수’, ‘국정감사 영라대왕(염라대왕이지만, 박영선의 가운데 영을 따 지은 것)’

박 의원도 본인의 별명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의 역할이 대부분 청문회와 국정감사, 국정조사 등에서 재벌과 이명박 정권의 위법을 드러내는 데 집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자본이 고객의 돈으로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막는 금산분리법 개정은 박 의원의 대표 입법이다.

하지만 그는 “그때 금산분리법을 제대로 처리했다면 우리 경제는 매우 건강한 시장경제체제로 정착되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의원이 금산분리법의 유예기간을 3년으로 발의했지만, 참여정부 당시 입법과정에서 5년으로 연장됐다.

그 사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는 끝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벌개혁법안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07년 청와대에서 박 의원을 만나 “박 의원 말대로 할 걸 그랬어”라며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간판 공약은 수소차 보급과 일관된 부동산 태책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간판 공약은 수소차 보급과 일관된 부동산 태책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공약 1호 ‘수소차 도입’, 부동산 대책은 ‘일관성’

‘수소전기차 도입’은 박 의원의 간판 공약이다.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서울시민의 ‘최대 적’인 미세먼지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할 최고의 대안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이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수소차 시승행사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는 배출가스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걱정하는 미세먼지의 훌륭한 대책이 될 것”이라며 대대적인 정부 지원 확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의 관건인 강남 부동산 안정에 대해선 일관성을 강조했다. 특단의 대책보다 정부 기조에 발맞추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엇박자를 내지 않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집값 안정화를 위해 부동산·가계부채대책만 여섯 차례 발표했지만, 서울시가 강남 4구에 재건축과 재개발을 허가해주면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못 냈다”고 말했다.

2004년 정계에 입문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04년 정계에 입문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인간 박영선의 슬픔은 세월호와 노무현, 기쁨은 문재인

세월호 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박 의원이 정치를 시작한 이후 가장 가슴 아팠던 기억이다. 박 의원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에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아울러 15년 정치인생 중 가장 기쁜 기억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9년 간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통일 기반이 너무도 허약하다는 것을 경험한 시기였다. 그래서 정권교체가 가장 기뻤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아버지를 회상하기도 했다. 엄격한 아버지의 전형이었던 고인은 김대중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지만, 지난 2013년 별세하기 전까지 단 한번도 딸에게 투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의아했다. 답변은 간결했다.

“날 찍으려면 내 지역구인 구로로 주소를 옮겨야 하거든. 웬만한 부모같으면 다 해줬을 일을 우리 아버지는 단 한번도 안해줬다. 투표하려고 주소 옮기는 건 원칙에 어긋난다고. 서대문에 사셨는데, 아마 우상호 의원 찍어줬을거다.” (웃음) 그의 웃음에 비장한 각오가 배어났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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