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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띄워야 하는데"… 대주주 적격성에 발 묶인 증권가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2.19 06:00 수정 2018.02.19 06:39

삼성증권·하나금융투자 사업 확대 난항…하이투자증권·SK증권 M&A 발목

"잣대 너무 까다로워" 불만…"해석 여지 많아 불확실성 더욱 키워" 지적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대주주 적격성에 발목을 잡혀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대주주 적격성에 발목을 잡혀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대주주 적격성에 발목을 잡혀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영업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고, 하이투자증권과 SK증권의 새 주인 찾기는 또 다시 표류하는 분위기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을 향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단기금융업 심사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기금융업 인가가 나오지 않으면서 삼성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은 초반부터 장애물을 만났다. 자기자본 요건을 채워 초대형 IB가 됐더라도 발행어음 영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단기금융업 허가가 필요해서다.

증권사에게 새로운 경로의 대규모 자금 조달 통로를 열어 주는 발행어음은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초대형 IB 사업자에 선정되고도 발행어음 영업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증권과 함께 초대형 IB가 된 증권사들 중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 등도 단기금융업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과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징계에 대한 논의에 따른 것으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지적받아 애초에 관련 인가 대상에서 제외된 삼성증권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금융당국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증권의 실질적 대주주로 보고, 초대형 IB 선정 당시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중이었던 점을 대주주 결격 사유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최근 이 부회장이 2심 판결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구속에서 벗어난 점이 금융당국의 삼성증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판단에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하나USB자산운용 지분 인수를 매듭짓지 못하며 사업 확장에 애를 먹고 있는 증권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멈춘 상태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최순실 씨의 자금 관리를 도운 명목으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에게 승진 특혜를 줬다며 김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을 은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대주주 적격성 논란으로 DGB금융지주로의 인수합병에 적신호가 켜진 케이스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DGB금융지주에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 서류를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이 형식적로는 부실한 서류 내용을 지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의 자격을 문제 삼고 자회사 편입 심사를 보류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현재 박 회장은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박 회장이 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대구은행은 채용비리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SK증권도 하이투자증권과 비슷한 처지다. 금융당국은 SK증권 지분 인수에 나선 케이프컨소시엄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다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금감원은 케이프컨소시엄에 케이프투자증권이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대주주 신용공여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앞세워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증권가에서는 앓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금융당국이 너무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일각에서는 모호한 기준으로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경우 해외와 비교하면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금융당국에 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까 두려워 증권사들로서는 숨을 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주주 결격 사유를 둘러싸고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아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것 같다"며 "강도를 떠나 분명한 기준만 제시돼도 증권사들의 입장에서는 예측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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