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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내 멋대로' 자산관리 위험수위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2.14 06:00 수정 2018.02.14 08:12

현장 영업점 무리한 운용…올해만 증권사 4곳 제재

성과만 좋으면 상관없다?…"솜방망이 징계도 문제"

고객의 자산을 제멋대로 사고파는 증권사 영업점들의 행태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고객의 자산을 제멋대로 사고파는 증권사 영업점들의 행태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고객의 자산을 투자자 동의없이 사고파는 증권사 영업점들의 행태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제재가 연초부터 잇따르고 있다. 새해에만 벌써 네 곳의 대형 증권사가 이 같은 내용으로 금융감독원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성과만 좋으면 상관없다는 결과주의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징계도 증권사 현장 영업점에서 벌어지는 무리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본시장법 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어긋나는 영업점의 고객 자산 투자로 인해 제재를 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유안타증권 등 총 4개사다.

한국투자증권은 계약을 위반해 고객의 투자일임재산을 운용한 영업점이 적발돼 지난 달 3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과거 한국투자증권 명동PB센터에 근무하던 한 직원은 지난2015년 고객과 5000만원의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식과 집합투자증권 등 위험자산 비중을 40% 이내로 가져가기로 약정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위험자산 비율을 높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증권 역시 비슷한 사례로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3000만원의 과태료 제재를 받았다. 삼성증권 수지WM지점에서도 같은 해 고객과 9000만원의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하면서 위험자산인 파생형 상장지수펀드(ETF)의 투자 비중을 50% 이하로 운용하기로 약속했음에도, 이를 어기고 위험자산 비중을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대우는 법적 권한을 넘어 고객 자산으로 주식을 매매한 영업점이 적발되면서 금감원으로부터 직원에 대한 조치와 자율처리 등을 시행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미래에셋대우 포항WM지점은 2015~2016년경 위탁자로부터 주식거래를 수탁하면서 투자일임업으로서 행하는 경우거나 투자자가 매매거래일 등을 지정한 사례가 아닌데도 26회에 걸쳐 1억36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유안타증권 역시 같은 이유로 동일한 제재를 받게 됐다. 유안타증권 부산중앙지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는 투자 범위를 벗어나 5명의 고객으로부터 투자판단을 포괄적으로 일임 받아 235회에 걸쳐 9억8400만원의 주식을 거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을 맡긴 고객 입장에서 이런 증권사 영업점들의 투자 흐름을 따라가며 모니터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복합한 금융 상품 구조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소비자라면 사실상 증권사를 전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다.

결국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증권사 현장 영업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당초 약속을 벗어난 수준의 공격적인 자산 운용에 나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만약 특정 계약의 자산을 무리하게 굴리다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곳에서의 수익으로 이를 메꿀 경우 개개인의 고객이 이런 상황을 인지하기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 탓에 약정을 어기더라도 많은 투자 수익을 내고 보자는 식의 고위험 투자가 증권사 영업조직에서 성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증권사 영업점의 무리한 자산 운용으로 발생한 일부 계약의 투자 손실이 다른 고객들에게까지 전가되는 셈이다.

아울러 이를 대하는 금융당국의 미온적인 태도에도 잘못이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사항을 위반해도 증권사에 별다른 부담을 주지 않는 소액의 과태료 처분이나 자율처리와 같은 셀프 개선 조치 정도의 제재만 내려지고 있어서다. 올해 들어 관련 사항으로 지적을 받은 증권사들에 대한 제재 수위 역시 이 같은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액수 규모를 떠나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약속과 다르게 투자한다는 것은 금융사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며 "이에 비해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는 낮다고 볼 수밖에 없고, 이대로라면 제재를 받더라도 일단 많은 자산 운용 수익을 거두면 된다는 증권사 영업점들의 잘못된 영업 방식을 고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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