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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개막] '단복 패션' 승기잡을 국가는…디자인·기능성 경쟁 치열

손현진 기자
입력 2018.02.09 16:20 수정 2018.02.09 22:31

최첨단 발열 파카 입는 미국팀…패션 강국 이탈리아는 '아르마니'가 단복 제작

'팀코리아' 유니폼에는 한국적 정서 담겨…선수단복 자존심 대결도 막 올라

9일인 오늘 개막하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각국의 유명 패션기업들이 제작한 선수단복으로도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노스페이스가 제작한 대한민국 대표팀 단복 모습. ⓒ노스페이스 9일인 오늘 개막하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각국의 유명 패션기업들이 제작한 선수단복으로도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노스페이스가 제작한 대한민국 대표팀 단복 모습. ⓒ노스페이스

9일인 오늘 개막하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각국의 유명 패션기업들이 제작한 선수단복을 놓고 한판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단복은 선수들의 사기와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가별 정체성이 담긴 디자인과 함께 어떤 기능성을 담았는지도 글로벌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번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는 자국 대표팀 선수들이 '최첨단 발열 파카'를 입게 됐다고 보도했다. 유니폼 디자인을 맡은 랄프 로렌의 데이비드 로렌 최고혁신책임자(CIO)는 "현재까지 제작된 단복 중 가장 진보된 기술을 갖췄다"고 말했다. 랄프 로렌이 단복을 제작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미국 대표팀 단복은 단지 체온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넘어 열을 내는 배터리팩을 파카 안에 장착했다. 배터리팩에는 3단계로 온도를 조절하는 버튼이 달려 있다. 이를 손으로 직접 눌러 작동시킬 수도 있지만 모바일 앱을 설치해 휴대전화로도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점퍼 안감에 새겨진 문양에 들어간 잉크가 발열하는 방식으로, '웨어러블 히팅 테크놀로지'가 적용됐다는 게 랄프 로렌 측의 설명이다. 옷감 안에 발열 전선을 까는 기존 방식을 쓰는 것보다 무게도 가볍고, 점퍼 내부 열은 최장 5시간까지도 식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랄프 로렌이 제작한 미국 대표팀 단복. ⓒNOC 랄프 로렌이 제작한 미국 대표팀 단복. ⓒNOC

미국 대표팀 단복이 최첨단 기능을 자랑했다면 이탈리아는 명품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제작한 단복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자체 브랜드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스포츠의류 라인인 'EA7'을 통해 2012년 런던올림픽 때부터 단복을 제작하고 있다.

아르마니는 단복 소매에 이탈리아 국가의 일부 소절을 넣었다. 이는 미국 선수단복 디자인이 성조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흰색, 파란색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 정체성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팀 유니폼을 제작한 캐주얼 브랜드 라코스테도 프랑스 국기에 들어간 빨간색, 흰색, 파란색을 이용했다.

스웨덴팀은 자국의 글로벌 SPA(유통·제조일괄형) 브랜드 H&M이 제작한 단복을 입는다. 또한 독일의 아디다스, 일본의 아식스, 중국의 안타스포츠 등 스포츠 브랜드들이 자국 대표팀을 위한 단복 제작을 맡았다.

대한민국 대표 선수단인 '팀코리아' 공식 단복은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가 제작을 맡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6년 리우하계올림픽에서도 단복 제작에 참여한 바 있는 노스페이스는 이번 올림픽에도 공식 파트너(Tier 1)로 참여해 팀코리아 단복과 대회운영인력 유니폼을 함께 선보였다.

라코스테가 만든 프랑스 국가대표팀 유니폼. ⓒ라코스테 라코스테가 만든 프랑스 국가대표팀 유니폼. ⓒ라코스테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서는 시상복을 비롯해 개∙폐회식복, 일상복, 선수단 장비 등 총 20여개 품목이 제작됐다. 단복 디자인은 태극기 색상인 파란색, 빨간색, 흰색을 바탕으로 했다.

애국가가 프린트된 안감과 '건곤감리' 4괘를 모티브로 한 요소로 한국적인 감성을 담았고, '팀코리아' 캘리그래피를 사선 배치해 역동적인 느낌을 더했다. 추운 날씨에 팀코리아 선수들의 신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보온 기능, 방풍과 발수 기능 등을 갖췄고 높은 경량성과 활동성도 가미됐다.

다만 노스페이스는 최근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하게 되면서 단복 디자인도 일부 수정해야 했다. 북한 선수들을 고려해 태극기 문양은 한반도기로 교체했고, 팀코리아 로고와 패딩 안감의 애국가 가사도 삭제했다.

이처럼 국내외 패션업체들이 단복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것은 올림픽이 세계적인 이벤트인 탓에 이와 연계된 마케팅이 큰 광고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스포츠 브랜드 관계자는 "올림픽 후원의 경우 수억원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현금과 현물이 들지만, 올림픽은 전세계의 눈이 쏠리는 이벤트이기에 이를 통한 기업 광고 효과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선 공식 파트너사가 아닌 업체들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연상케 하는 광고 문구를 쓰면서 한때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평창'이나 '올림픽' 등을 이용한 얌체 마케팅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한 기업의 영상 광고에 대해 특허청 차원에서 광고 중단 권고 제재가 내려지면서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한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이달 중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캐릭터가 들어간 의류가 출시되는데 마케팅 문구를 무엇으로 해야할지 벌써 고민이 많다"면서 "의도치 않게 앰부시 마케팅으로 제재 받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동계올림픽을 연상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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