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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보다 젯밥?" 보험사 초저가 상품 줄잇는 속내는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2.09 06:00 수정 2018.02.09 06:52

보험료 매달 1000원 안팎…수익 제한적인데도 신상품 이어져

고객 정보 확보 새 통로 되나…실손보험 영업 역할 대체론도

보험업계에서 최근 월 보험료가 몇 백원에서 몇 천원에 불과한 초저가 소액보험 출시가 이어지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보험업계에서 최근 월 보험료가 몇 백원에서 몇 천원에 불과한 초저가 소액보험 출시가 이어지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보험업계에서 최근 월 보험료가 몇 백원에서 몇 천원에 불과한 초저가 소액보험 출시가 이어지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도 힘든데다 관련 상품이 판매되는 시장의 규모 상 한계도 분명해서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중소형 보험사들이 소액보험을 새로운 고객 정보 수집 창구로 활용함과 동시에 영업 확대를 위한 미끼 상품으로 삼을 수도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입 기간이 1~2년 미만으로 짧거나 1회성인 대신 보장 내용을 단순화하고 보험료를 크게 낮춘 소액보험 출시가 부쩍 늘고 있다.

처브라이프생명이 지난 달 출시한 'Chubb 오직 유방암만 생각하는 보험(무)'은 소액보험의 대표적 케이스다. 이 상품은 온라인에서만 판매되는 보험으로 20세 여성 기준 월 180원, 30세 여성 기준 월 630원의 보험료로 유방암만을 보장한다. 유방암으로 진단받으면 500만원, 절제 수술을 하면 수술비 500만원을 지급한다.

MG손해보험이 지난해 말 보험플랫폼회사 인바이유와 제휴를 통해 선보인 월 보험료 1500원대의 1년 만기 운전자 보험도 비슷한 사례다. 이 상품은 자동차 사고 성형 수술비 등 기존 운전자보험에 포함된 특약을 빼 보험료를 크게 낮췄다.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형태의 소액보험들은 워낙 적은 보험료 탓에 뚜렷한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상품들이다. 더욱이 설계사 수당 등으로 나가는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는 사이버마케팅(CM) 전용 상품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아직 생보사 CM 시장의 영향력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실제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지난해 1~11월 CM 판매 채널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90억원으로 같은 기간 생보업계 전체 초회보험료(6조9934억원) 중 0.13%에 불과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주요 성장성 지표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의 소액보험 판매 목적은 수익이 아닌 다른데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우선 보험사들이 영업 확대의 핵심인 고객 정보 수집을 위해 소액보험에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경품 행사를 통해 얻은 개인 정보를 판매한 홈플러스와 이를 구매한 보험사들의 거래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의 지적이 나오면서 보험업계의 고객 정보 확보 통로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은 이런 주장에 더욱 힘을 싣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달 김 모 씨 등 1000여명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낸 3억2000여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소비자 1명에 최고 20만원씩 모두 83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동의 없이 보험사에 판매한 행위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홈플러스는 과거 경품 행사를 하면서 응모권 뒷면에 1㎜의 작은 글자로 개인 정보가 마케팅 자료로 활용된다고 알린 뒤 고객 개인정보 700만건을 수집해 건당 1980원씩 받고 신한생명과 라이나생명에 넘겼다.

이와 함께 현장 영업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던 실손의료보험의 영역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보험사들이 소액보험 확대에 나서는 배경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손보험의 공백으로 축소될 소비자와의 접점을 소액보험으로 만회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셈법이다.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 거둬들이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많은 적자 상품이다. 하지만 고객들의 수요가 높다는 점을 이용해 보험사들은 이를 특별약관으로 제공하면서 다른 상품 판매로 연결시켜 왔다. 그런데 오는 4월부터 이 같은 실손보험 끼워 팔기는 전면 금지된다. 또 문재인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이 본격화 하면서 영업 수단으로서 실손보험이 갖는 가치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소액보험 가입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충고를 제기한다. 결국 소비자보다는 보험사 입장에서 고안된 상품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가입에 따른 실효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게 소액보험 확대는 당장의 이익을 위한 방편이라기보다는 고객 데이터베이스 확보와 고객 접근성 확보 등 장기적인 영업 확대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읽힌다"며 "낮은 보험료에 일단 눈길이 쏠리겠지만 그 만큼 보장 범위가 좁다는 점을 고려하고 가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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