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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대접, 국내에선 찬밥…우리 맥주업계는 고민 중

최승근 기자
입력 2018.01.24 06:00 수정 2018.01.24 06:02

자사 브랜드와 수입맥주, 둘 다 포기할 수 없어 고심

‘맛없다’는 인식 개선 시급, 마케팅 및 신제품 개발 박차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수입맥주ⓒ연합뉴스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수입맥주ⓒ연합뉴스

전 세계 맥주 회사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소비되는 수입맥주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주류회사들이 많아진 탓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맥주 무역적자는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는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미국 및 유럽산 맥주에 대한 수입 관세도 철폐된다.

수입맥주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한국 맥주 회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사 브랜드 맥주 판매와 수입맥주 판매를 병행하고 있는 국내 맥주업체들은 난감한 처지다. 시장 트렌드에 맞춰 수입맥주 판매에 집중할 경우 자사 브랜드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한국 맥주의 해외 수출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지만 내수시장에서는 오히려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맥주 수출액은 1억1244만6000달러로 2016년 대비 23.8% 늘었다. 주로 중국, 몽골, 홍콩 등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글로벌 맥주 브랜드의 각축장인 홍콩에서는 오비맥주가 생산한 제품이 수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처음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점점 수입맥주에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다. 주류 회사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유통업체들의 직수입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고 종류도 대폭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수입맥주의 시장점유율이 10% 안팎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조국에서의 판매량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한 브랜드도 생겨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서 수입하고 있는 프랑스산 밀 맥주 ‘크로넨버그 1664블랑’은 지난해 말 기준 누적판매량 4000만병을 돌파했다. 2013년 국내 시장에 선보인 이래 매년 100% 이상 판매량이 늘면서 지난해는 본국인 프랑스 판매량의 91%에 육박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안으로 국내 판매량이 프랑스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사 브랜드와 수입맥주를 동시에 취급하는 주류업체들은 어느 쪽에 더 힘을 실어야 할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초기에는 수입맥주의 인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홍보와 마케팅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자사 브랜드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 쉽사리 결정이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 유통업체의 직수입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국내 맥주 브랜드와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수입맥주가 전체 매출 2위를 차지했다.

또 올해부터는 미국과 유럽산 맥주에 대한 수입관세도 사라진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경우 이미 마진을 낮춰 판매하고 있어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 인하 폭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관세 철폐를 계기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맥주 브랜드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맥주업계는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오비맥주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쉐프 고든램지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를 계기로 한국 맥주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여론이 모아졌고 이는 경쟁사인 다른 주류기업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수입맥주와 경쟁할 수 있는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수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판매하고 있는 필라이트는 1만원에 12캔이라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2030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기타주류로 분류, 세금이 낮아 수익성 확보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는 일정 수준 이상 점유율이 올라야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점유율 확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자사 브랜드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시장 트렌드에 맞춰 수입맥주 상품 수도 늘리는 투 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 없어 양쪽 모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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