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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가상화폐 명암] 소프트 규제로 가닥...'갈짓자 행보'에 시장 멘붕

부광우 기자 | 2018-01-19 06:00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을 무형의 자산에 대한 묻지 마 투기로 보고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과 자본주의 시스템 상에서 벌어지는 일인 만큼 시장에 결정권을 놔둬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게티이미지뱅크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을 무형의 자산에 대한 묻지 마 투기로 보고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과 자본주의 시스템 상에서 벌어지는 일인 만큼 시장에 결정권을 놔둬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게티이미지뱅크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을 무형의 자산에 대한 묻지 마 투기로 보고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과 자본주의 시스템 상에서 벌어지는 일인 만큼 시장에 결정권을 놔둬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특히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금융권과 오랜 만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기대에 부풀어 있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시선이 극명히 엇갈리는 가운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 사이에서도 시각차가 분명해 당분간 가상화폐를 두고 벌이는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19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가상화폐 투자 과열에 대한 핵심 대응책은 거래 실명제 시스템 도입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이 가상화폐 거래소로 입금을 신청할 때 은행은 고객의 이름과 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을 확인한다. 이에 따라 미성년자나 국내 미거주 외국인 등의 투자를 은행이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다만, 논란의 중심이 됐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안은 잠정 보류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극단적 처방 대신 현실적 규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해석이다. 큰 틀에서 보면 가상화폐 투기는 막겠지만 블록체인 기술 육성은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투 트랙 전략이다.

국내 제도권 금융은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민간 금융권을 관리·감독해야 할 당국 수장들은 전면에 직접 나서 최근의 가상화폐를 둘러싼 흐름을 투자가 아닌 투기에 의한 거품으로 점찍으며 강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현재 가상통화 거래는 가치 보장이나 유용성에 근거한 게 아니라 비싸게 팔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에 안정성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했고,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2000년 초반 IT 버블 때 IT 기업은 형태가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 나중에 비트코인은 버블이 확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규제에 손을 들어주는 쪽이 내세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한국의 경제 여건 상 가상통화를 통해 자본이 국외로 유출될 수 있고 이로 인해 탈세 등 음성적인 수단으로 가상화폐가 악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국제통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다 정치적 불안정성을 갖고 있는 한국에서 가상화폐 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온라인을 통한 불법적 자본 유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익명 거래로 인해 가상화폐는 탈세는 물론 불법적인 자금세탁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세계 공용 거래 수단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만 유독 시세가 높게 형성되고 있는 점은 비정상으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불법적인 거래를 막고 투명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재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내용의 국민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20만명을 넘었다는 점은 이런 여론의 반증 중 하나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이 참여한 국민청원에는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한 상태다.

이들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점차 영역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다가는 언젠가 한국이 금융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을 미래 먹거리로 논하면서도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화폐 활성화를 막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당초 나오던 얘기들보다 유연해졌다는 점은 환영하지만, 계속 단기 대책만 내놓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제화 단계로 돌입해야 한다"고 짚었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도 엇갈린 대응에 나서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규제를 두고 벌이는 갑론을박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은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대표적 국가다. 2015년 미국 뉴욕에서는 비트라이센스 제도를 도입하면서 비트코인 취급을 허가제로 바꿨고, 일본은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정식 인정했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9월 비트코인 거래를 막았다. 중국 내 비트코인 대부분의 가상화폐 거래소 업무를 폐쇄하고 가상화폐공개를 전면 금지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등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소를 금지시켰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가상화폐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데이터 축적과 이를 기반으로 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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