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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상화폐 유탄'에 금융권 청사진 흠집날라

이미경 기자
입력 2018.01.16 06:00 수정 2018.01.16 11:24

정부의 미숙한 '가상화폐 규제 정책', 블록체인 기술마저 뒷걸음질 우려

블록체인 기술은 해외 송금 업무나 무역금융, 고객인증 등 금융거래에서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등 암호화폐들도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새롭게 시장에 등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블록체인 기술은 해외 송금 업무나 무역금융, 고객인증 등 금융거래에서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등 암호화폐들도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새롭게 시장에 등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하나가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다. 그는 "블록체인을 블록할 생각이 없고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규제를 예고하면서도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육성의지를 밝히며 가상화폐 규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듯 먼저 선을 그었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가상화폐 규제와는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육성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블록체인 육성 의지에 대한 이낙연 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입장발표에도 블록체인 기술 육성의지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가 적지 않아서다. 이는 세계 100대 화폐안에 입성한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로부터 탄생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해외 송금 업무나 무역금융, 고객인증 등 금융거래에서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상화폐시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리플 등 암호화폐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새롭게 시장에 등장했다.

비트코인은 은행없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처음 등장하면서 화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지만 최근 투기 세력의 영향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화폐로서의 가치보다 널뛰기 장세를 이어가며 투기판으로 전락했다.

가상화폐시장에 투자가 아닌 투기의 광풍이 불면서 금융과 의료 등 전반적인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마저 도태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별개성'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보인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최근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면서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겠다는 것이 이 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가상화폐의 채굴원리를 살펴봐도 블록체인 기술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상화폐는 현물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발행되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관리된다. 통상 사용 거래자들의 거래내용을 블록으로 쌓는 것을 채굴이라고 한다면 불록을 쌓고 체인을 연결해주는 과정에서의 보상을 받을 때 가상화폐를 활용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온라인 장부처럼 비트코인 사용자 모두의 거래를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가상화폐 거래를 차단하면 블록체인 시스템 개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도 가상화폐 거래가 위축되면 블록체인 기술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야한다는 정부의 견해와 엇갈리는 대목이다. 가상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하는 가장 큰 시장도 함께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가상화폐의 단점만을 부각시켜 무조건적인 규제에 나선다면 정부차원의 4차 산업혁명 추진에 대한 공감대조차 형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새로운 기술로 인정하면서도 불법화를 경계하는 법을 함께 만들어야한다는 지적이다. 미래 먹거리로 확대될 수 있는 4차산업혁명의 길마저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가상화폐 규제를 놓고 우리나라 정부의 미숙한 대처와는 달리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육성과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주목된다.

일본은 최소한의 규범을 마련해 가상화폐의 육성과 규제의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의 금융청 사전 심사 및 등록 의무화, 가상화폐를 통해 얻은 이익은 종합과세에 적용하는 등 자율규제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거래 금지방안이 본격화되는데 자칫 시중은행들의 블록체인 기술개발에까지 불똥이 튈까 염려된다. 자칫 가상화폐 투기를 잡으려다가 신사업으로 각광받는 블록체인 기술마저 놓칠까 우려스럽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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