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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실리콘밸리 '쿠팡', 열린 커뮤니케이션 최적화된 ‘오픈형 사무실’ 눈길

최승근 기자 | 2018-01-14 06:00
서울 송파구 쿠팡 신사옥 전경.ⓒ쿠팡서울 송파구 쿠팡 신사옥 전경.ⓒ쿠팡

“정수기, 냉장고, 싱크대, 소파 등 직원들이 휴식을 취할 때마다 찾게 되는 모든 시설을 한 곳에 모았어요. 쉬려고 하면 자연스레 동료들과 만나게 되고 그러다 나누는 우연한 잡담에서 엄청난 아이디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 5일 찾아간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쿠팡의 서울 잠실 신사옥은 독특했다. 보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리셉션이나 기업 로고가 걸린 '벽'이 업무공간과 엘리베이터 공간을 분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쿠팡에선 달랐다.

TV 두 대가 놓인 휴게 공간이 이 자리를 차지했다. 소파와 테이블을 두고, 커피를 마시며 간식을 즐기는 직원들이 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TV에선 쿠팡의 ‘리더십 원칙’이 반복해서 상영됐다. “고객을 깜짝 놀라게 만들자(Wow the Customer)”, "우선순위는 가차 없이(Ruthless Prioritization)" 등의 내용을 담은 15개 원칙이다. 쿠팡은 이곳을 ‘오픈라운지’라고 부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무직 직원들은 하루 평균 근무시간의 삼분의 일 가까이를 회의실과 화장실, 휴게공간을 드나들며 보낸다. 쿠팡은 이렇게 움직이는 시간을 낭비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시간으로 생각한다.

직원들 사이의 우연한 만남이 예기치 못한 아이디어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오픈라운지는 이런 우연한 만남을 위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엘리베이터 통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만들었다. 차 한 잔 마시러, 잠깐 휴식하러 오가는 과정에서 매일 수십 명 이상의 동료들과 서로 마주치고 인사하게 된다.

실제로 쿠팡이 자랑하는 원터치 간편 결제 로켓페이, 단점도 숨김없이 보여주면서 최고의 신뢰도를 자랑하는 상품평 서비스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이렇게 오가면서 나누는 잡담을 통해 생겨났다.

또 다른 독특한 점은 벽이다. 쿠팡의 벽면은 그림이나 장식 대신 화이트보드로 가득 차 있다. 아이디어가 한 번 떠오르면 놓치지 않도록 모든 벽면을 화이트보드로 채웠다. 물론 마커와 지우개도 사무실 곳곳에 놓아두었다. 어디서든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자리에 서서 아이디어를 적고 의견을 나누며 발전시키라는 뜻이다.

복도나 회의실 벽면, 오픈라운지 등은 물론이고 카페와 식당까지 화이트보드는 쿠팡 직원이 걸어 다니는 동선을 따라 거의 모든 벽에 설치돼 있다.

내부에 큰 기둥이 없어 공간이 넓고 쾌적한 것도 이 곳만의 특징이다. 열린 커뮤니케이션은 열린 공간에서 시작한다는 쿠팡의 실험정신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쿠팡은 이 같은 내부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전담 TF를 꾸리고 1년 넘도록 서울 곳곳의 빌딩을 찾아다녔다.


또 다른 특징은 작업 공간이다. 쿠팡 직원들은 칸막이 없이 뻥 뚫린 사무실에서 하지만 열린 공간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쿠팡은 카페에도 의자를 마련해 뒀고, 회의실도 층마다 15개 이상씩 구비했다.

두 명이 미팅할 수 있는 작은 공간부터 수십명에서 수백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연장 겸 회의실까지 다양하다. 특히 카페와 오픈라운지 등 앉을 수 있는 모든 곳에는 노트북 전원을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가 설치돼 있다. 편한 곳에서 분위기를 바꿔가며 일하면 능률이 높아지는 직원들을 위한 배려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북쪽 창가가 눈에 들어왔다. 쿠팡 사옥은 북쪽이 한강을 바라보기 때문에 전망이 좋다. 그런데 이 공간은 모두 직원들과 대형 회의실에 배정됐다.

김범석 대표의 자리는 가장 남쪽에 있다. 본인이 직접 “직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장소의 조망이 가장 좋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남쪽을 택했다. 그래서 쿠팡에서는 직원들이 고층 회의실에서 가장 좋은 한강의 조망을 내다보며 일한다. 원하는 직원에게는 스탠딩 데스크를 제공해 건강도 챙기도록 배려했다.

각 층마다 있는 대형 회의실은 75인치 급 대형 화상회의 설비를 갖춘 화상회의실이다. 쿠팡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베이징, 상하이에도 오피스를 갖고 있다. 사옥 각 층마다 최소 두 곳 이상 설치된 화상회의실은 공간적으로 떨어진 글로벌 오피스 직원들과 마치 옆에서 함께 근무하듯 느끼도록 돕는 중요한 설비다.

쿠팡 사옥에는 직원들끼리 편하게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눌 공간이 가득했고, 방해받지 않고 업무 통화를 할 수 있는 통화전용룸, 벽면을 가득 채운 화이트보드와 테이블마다 놓인 콘센트 등 업무를 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디테일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쿠팡 사옥에는 다른 스타트업들이 사옥을 자랑하면서 흔히 내세우는 미끄럼틀이나 비디오 게임기, 마사지 의자 같은 설비는 없었다. 하지만 직원의 하루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 속에서 업무상 불편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며 개인과 회사의 성장을 돕는 설비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쿠팡은 최근 서울 잠실 오피스에서 쿠니(고객센터 상담원)와 쿠팡 개발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CS해커톤 대회’를 진행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쿠팡 CS해커톤’은 쿠니들이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개발자들이 쿠니와 함께 팀을 이뤄 3일간 실제 이용 가능한 시스템으로 개발해 내는 일종의 경연대회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해커톤은 쿠팡에서는 고객센터, 물류센터, 쿠팡맨 등 다양한 현장 직원들과 팀을 이뤄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대회 기간에는 100여개의 아이디어가 접수됐고, 이중 23개의 아이디어가 실제 사용 가능한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개발됐다. 대회 1등은 쿠니들이 시간대별로 고객과의 약속을 확인 할 수 있는 스케줄 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쿠너원 팀’이 차지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쿠니가 해피콜의 스케줄과 고객 상담 처리 여부를 차트로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고객과 약속한 시간을 더 정확하게 지킬 수 있다. 이 밖에도 고객이 취소 또는 반품한 상품을 재주문 하고 싶을 때 다시 검색해서 주문하지 않고, 클릭 한번으로 장바구니를 복원 시켜주는 기능 등 고객을 돕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쿠팡에서 해커톤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 활동이다. 모든 업무 분야에서 직원들이 고객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쿠팡 개발자들과 함께 모여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고객센터 뿐만 아니라 배송과 물류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개발자와 현장 직원들이 고객의 불편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자체기술로 해결해 나가는데 집중한다. 이미 배송 정확도와 효율 상승을 위한 배송 위치 확인 시스템, 배송 상태 실시간 확인 시스템, 채팅 상담 시 실시간 사진 전송 기능 등이 개발돼 각 현장에서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있다.
[데일리안 = 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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