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풍목우’ ‘승풍파랑’…홍준표의 ‘사자성어’ 정치
바른정당 탈당 인사 복당 암시 ‘해불양수’
성완종 리스트 대법원 무죄에 ‘폐목강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사자성어를 즐겨 쓴다. 정치적 사안마다 사자성어를 활용해 자신의 심경과 입장을 전달하는 화법을 구사한다.
홍 대표 입에서 가장 최근 나온 사자성어는 ‘해불양수’(海不讓水)다.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최근 바른정당을 탈당한 인물들의 한국당 복당을 암시하는 발언인 셈이다.
홍 대표는 11일 청주에서 열린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바닷물은 청탁(맑고 흐림)을 가리지 않는다. 모든 사람을 다 받아들인다”며 “다 받아들여서 새롭게 시작한다”고 다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당협위원장 교체 등 당내 혁신 작업을 어렵사리 매듭지은 홍 대표는 ‘승풍파랑’(乘風破浪)을 말했다.
그는 2017년 한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26일 “6개월에 걸친 혁신을 통해 당이 새롭게 출발하는 내년에는 ‘승풍파랑‘의 기세로 새로운 한국당이 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바람을 타고 끝없는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배를 달린다’는 뜻으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결의가 담겼다.
그는 앞서 당 대표직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4일 ‘즐풍목우’(櫛風沐雨)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는다’는 의미로 오랜 세월 고생을 겪는 상황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른 대선에서 차갑게 식은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다가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보수정당의 대표로 돌아오게 된 자신의 처지를 묘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폐목강심(閉目降心)의 세월을 보냈다”며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휩싸였던 지난 2년 6개월을 회고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22일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눈을 감고 마음을 내려놓으며 화를 다스림’이라는 의미의 사자성어를 인용해 그간의 심경을 압축 표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칼날을 향해선 ‘차도살인’(借刀摋人)으로 응수했다.
홍 대표는 지난 11월 29일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난 자리에서 “‘차도살인’한다는 말이 나오니 부담스럽다”며 “칼춤도 오래 추면 국민들이 식상해 한다. 우리 의원들 자꾸 잡아가지 마시라”고 했다. 김재원·원유철·이우현·최경환 의원 등 박 정부 당시 주요 요직에 있었던 친박계 의원들이 잇따라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던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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