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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윤여정 "성공·실패 다 내 몫이자 운명"

부수정 기자 | 2018-01-12 09:14
영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나온 윤여정은 "이병헌, 박정민이 참 잘해줬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서 인숙 역
"후배 이병헌·박정민 덕 본 작품"


배우 윤여정(70)과의 인터뷰는 언제나 즐겁다. 윤여정은 밝고, 가식 없고, 솔직하다. 그러면서 심지가 곧은 말이 술술 나온다. 배우는 가볍게 툭 친 말이라고 하지만 말 속엔 연륜이 묻어나 있다.

스스로 '늙은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는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스스럼없이 털어놓기도 한다. 남들이 보기엔 정말 멋진 여배우이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지만, 여전히 자신이 부족하단다. 겸손하기까지 한, '만인의 여배우' 윤여정을 9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났다.

1966년 TBC 공채로 연기를 시작한 윤여정은 배우 인생 50년을 훌쩍 넘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특히 최근작에선 유독 두각을 보인다. '계춘할망'(2016)에선 제주도 해녀를,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는 성매매 여자로 분했다.

이번엔 두 아들을 둔 엄마다. 흔한 엄마 역할이 싫어 경상도 사투리에 도전했단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모두에게 잊힌 복싱선수 조하(이병헌)가 인생에서 지웠던 엄마 인숙(윤여정)과 동생 진태(박정민)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윤여정은 "후배 이병헌과 박정민이 정말 잘했다. 난 더 배워야지, 안 되겠다"며 웃었다.

앞서 언론 시사회 당시 윤여정은 자신의 사투리 연기를 지적하며 "너무 못했다. 내겐 실패"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덤벼 들었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저의 실패지 이 영화 자체의 실패는 아닙니다. 두 후배가 정말 잘했으니까요. 제 사투리 연기가 이상해서 '큰일이야. 야단났네'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자기 연기를 보고 만족해하는 배우는 없어요. 단점만 보이지."

영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나온 윤여정은 "똑같은 엄마 역할이 싫어 부산 사투리에 도전했는데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윤여정은 자신의 실패를 자기 탓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살다 보니 모든 성공과 실패는 다 내 몫"이라며 "세상이나 주변 상황을 원망하지 않는다. 다 내 탓"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도 운명이죠.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고요. 제가 거절해서 잘 된 작품이 잘 됐다고 해서 배 아파한 적도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제 것이 아니었던 거죠."

운명 같은 이 작품을 택한 이유를 묻자 또 두 후배를 앞에 내세웠다. 그는 "연기 잘하는 이병헌과 박정민 덕을 보려고 했다"고 얘기했다.

인숙에게 두 아들은 아픈 손가락이다. 인숙은 어릴 적 버린 조하에게 죄의식을 느낀다. 진태는 인숙이 보살펴야만 하는 아들이다. 그러다 보니 조하보다는 진태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극 중 캐릭터처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으면 어떨까. 윤여정은 "그냥 일상을 살 것 같다. 그게 최고의 기쁨이고, 슬픔일 듯하다"고 했다.

극 후반부 진태가 피아노 연주를 멋지게 해내는 장면의 영화의 백미. 진태, 조하, 인숙 모두가 행복한 장면이다. 배우는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웃었다.

아들로 분한 이병헌, 박정민과의 호흡도 궁금했다. "이병헌은 모니터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한 장면을 계속 찍더라고. 그래서 제가 이 영화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타려고 하냐고 했다니까. 호호. 정민이는 진지한 청년이에요. 그 어려운 피아노 연주를 한다고 했을 때 제가 말렸어요. 배우는 연기가 더 중요하니까요. 근데 박정민이 해낸 걸 보고 참 예뻤죠. 무모함에서 대단함을 만들어낸 거죠."

영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나온 윤여정은 "연기는 오래했다고 쉬운 게 아니다. 늘 어렵다"고 토로했다.ⓒCJ엔터테인먼트

50년 넘게 연기라는 한 우물을 판 윤여정은 항상 연기가 어렵다고 했다. 오랫동안 연기했다고 해서 잘하는 건 아니란다. 배우는 감독의 도구이기 때문에 훌륭한 감독을 만나야 한다는 게 배우의 철학이다. "연기를 해서 작품을 내놓으면 대중의 평가를 받아요. 좋은 평가를 얻을 때도,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연기는 여럿이 같이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배우를 컨트롤 해주거나, 디렉팅해주는 감독이 꼭 필요해요. 전 제 마음대로 하는 건 싫어요. 이게 맞는지, 아닌지 모르거든."

작품을 찍은 뒤 곧바로 빠져나온다는 그에게도 예외는 있었다. '죽어주는 여자'였다. "모르는 세상과 이야기를 굳이 알고 싶지 않아요. 나이가 들어서 비겁해진 겁니다. '죽어주는 여자' 찍을 땐 그들의 사연을 알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그 문제를 해결할 힘도 없었고요. 당시 정말 우울했어요. 어쩌죠? 살아도, 살아도 늘 실패하는 듯합니다."

지난해 윤여정은 배우 마거릿 조와 미국 드라마 '하이랜드' 파일럿 촬영을 마쳤다. '하이랜드'는 한 가족이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뒤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 드라마 '센스8'에 출연한 바 있는 윤여정은 다시 한번 해외 작품에 도전하게 됐다.

끊임없이 도전하게끔 만드는 원동력을 묻자 '새로운 시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나이에 무슨 야망이 있겠어요. 오디션 보러 오라고 하는데 안 되겠다고 했죠. 근데 주인공인 마가렛 조가 절 원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정말 재밌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윤여정은 리얼리티 예능에서도 활약 중이다. '꽃보다 누나'(2013~2014)에 출연한 그는 '윤식당'(2017) 시즌 1과 최근 방영 중인 '윤식당'2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영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 나온 윤여정은 "모든 성공과 실패는 내 몫"이라며 "남 탓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CJ엔터테인먼트

'윤식당2'는 지난 5일 첫 방송에서 평균 시청률 14.1%, 순간 최고 시청률 17.3%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이는 '윤식당' 시즌1의 최고 성적인 평균 14.1%, 순간 최고 16% 기록을 단번에 뛰어넘는 것이다.

배우는 "힘들거나 지칠 때는 하지 않는다"며 "'윤식당2'에서 상태가 안 좋아서 나영석한테 성질을 내긴 했다"고 미소 지었다.

예능과 연기 중엔 뭐가 더 힘들까 물었더니 "예능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틀째 되는 날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이 몰려오니깐 '멘붕'에 빠졌어요. 죽겠더라고. 정유미랑 내가 셰프가 아니잖아요. 불에 데고 난리가 났지. 유미랑 저는 영화 촬영이 훨씬 더 낫다고 했어요. 예능은 서바이벌 게임이에요. 예능인들을 존경합니다."

시즌 3를 언급하자 "불 근처엔 얼씬도 하고 싶지 않다. 시즌 3 얘기가 나왔는데 그 입을 꿰맨다고 했다"고 웃었다. 높은 시청률에 대해선 "너무 잘 나와서 겁났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난해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윤여정은 큰 박수를 보냈단다. 그러면서 윤여정만의 순도 100% 생각을 여과 없이 들려줬다. "상은 어릴 때 받으면 안 돼요. 늙은 사람한테 줘야지. 어릴 때 받으면 진짜 잘해서 받은 줄 알거든. 근데 상은 운이에요. 저요? 저는 제가 정말 잘한 줄 알았어요(웃음)."[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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