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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이 을 행세"…CJ그룹 계열사 횡포에 무너진 공연기획사

이한철 기자 | 2018-01-12 09:54
CJ헬로, 파행 책임-계약위반 불구 보상 미뤄
책임 떠넘겨 받은 추계E&M 공연계서 고사 위기


인순이는 지난해 6월 인순이는 지난해 6월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 무대에 올랐지만 "의정부 시민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이 행사를 안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공연을 포기했다. ⓒ 추계 이앤엠

"단순히 손해를 본 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 일로 직원들은 떠났고 실패자로 낙인찍혀 다른 공연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추계 이앤엠 이근백 이사는 12일 아직도 분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피해액은 고스란히 떠안았고 정작 책임을 져야 할 하도급 업체는 배상을 미루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7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강남에 있던 사무실은 축소해서 여의도로 옮겼어요. 이 일이 해결돼야 다른 일들도 추진할 수 있을 텐데 답답합니다."

지난해 봄 추계 이앤엠은 여러 공연기획사와 경쟁 끝에 의정부시가 추진하던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콘서트' 용역을 따냈다. 공연은 6월 10일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총예산 약 4억5000만 원가량으로 추진되는 이 공연은 상당한 액수의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공연은 시작 전부터 삐걱거렸다. 일부 시민단체가 "2002년 6월 13일 미군 궤도차량에 희생된 여중생 미선·효순 양 사고 15주기를 사흘 앞두고 콘서트를 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

공연에 대한 반대는 5월 말부터 더욱 노골화됐고, 출연 사실이 아려진 가수들은 일부 팬들과 시민단체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상상 이상의 최악의 상황은 공연을 불과 1시간여 남기고 터지고 말았다.

1부 공연은 순탄하게 열렸지만, 하이라이트인 2부 공연은 파행이었다. 인순이는 무대에 올라 "무대를 못 하게 돼서 정말 죄송하다. 의정부 시민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이 행사를 안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사과했다. 크라잉넛 또한 무대에 올랐지만 노래를 하지 않았다.

EXID 소속사는 공식 팬카페를 통해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콘서트에 EXID가 불참하게 됐음을 알려드립니다. 행사 섭외 결정 시 의정부 시민들과 함께하는 무료입장 공연 취지에 동의해 출연하기로 했으나 소속 아티스트의 신변, 정신적 피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출연 취소를 하게 됐습니다"라고 행사 불참 이유를 밝혔다.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어요. 가수들에게 무대에 오르기만이라도 해 달라고 사정했어요. 그래서 그나마 인사말이라도 하게 된 거예요. 모든 게 엉망이 된 거죠."

추계 이앤엠과 CJ헬로의 추계 이앤엠과 CJ헬로의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 용역 계약서에는"을(CJ헬로)은 갑(추계 이앤엠)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제3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 데일리안

이 일로 공연은 적자가 났다. 추계 이엔엠은 마이너스 1억 3000여만 원이 적힌 용역변경계약서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공연 뒤엔 남모를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이근백 이사는 이 공연의 책임은 온전히 CJ헬로에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 근거는 명확했다.

데일리안이 입수한 용역계약서에 따르면, 파행이 된 2부 슈퍼콘서트를 담당한 업체는 추계 이앤엠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CJ헬로였다. 추계 이엔엠은 가수들의 출연자 섭외와 콘서트 방송 송출을 맡는 조건으로 CJ헬로와 용역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상 CJ헬로가 수행해야 할 행사 내용은 크게 7가지. 무대, 조명 및 음향 시스템, 2부 행사 방송중계, 행사 출연자 6개 팀 섭외, 1,2부 진행자, 섭외, 오프닝 영상 및 클로징 영상물 3종 제작, 영상제작물 지역방송 송출 등이다.

그리고 계약서에는 "을(CJ헬로)은 갑(추계 이앤엠)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제3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또 "하도급을 갑이 허락한 경우에도 하도급을 이유로 을의 본 계약상 책임 및 손해배상 의무를 회피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따라서 출연자 섭외에 실패해 공연이 파행된 데 대한 책임은 CJ헬로 측에 있다고 보는 게 맞다. 특히 이근백 이사는 "CJ헬로가 추계 이앤엠의 사전 동의 없이 출연자 섭외 등에 대한 하도급 계약을 맺었고, 공연 파행에 대한 책임을 해당 업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인 CJ헬로를 믿고 계약한 거죠. 영세한 또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줄 거였으면 뭐하려 대기업과 계약했겠습니까. 우리를 속인 겁니다. 그리고 CJ헬로는 그 하도급 업체로부터 배상을 받은 뒤에야 배상해줄 수 있다면서 시간을 끌고 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만 흘러가고 있지요."

계약서대로라면, CJ헬로는 자신들이 맡긴 하도급 업체로부터 배상을 받는 것과 상관없이 추계 이앤엠에 배상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마치 자신들이 먼저 배상을 받아야 추계 이앤엠에 배상할 수 있는 있다는 태도다.

추계 이앤엠은 답답한 마음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추계 이앤엠이 갑의 위치에 있어 불리하다"는 귀띔을 받은 상황이다.

"갑과 을이 완전히 뒤바뀐 거죠. CJ헬로는 책임을 또 다른 영세업체에 떠넘기고 을 행세를 하고 있어요. CJ헬로 측은 '법대로 하라는 식'인데 저희 같은 영세업체에서는 소송에 따른 시간과 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와 관련 CJ 헬로 측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파행이었다"며 "원만하게 수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하도급 계약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전에 추계 이앤엠이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CJ 헬로 측은 "5월 16일 제작 회의에서 작가를 고용해 가수 섭외를 진행한다는 점을 알렸다. 서면 합의는 없었지만, 사전 동의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억울해했다.

CJ 헬로 측은 "(가수) 기획사 쪽이랑 정산이 마무리되고 있다. 그걸 돌려받으면 실제로 든 비용 외에는 배상을 할 예정이다. 추가적인 피해액에 대해서는 추계 이앤엠 측이 근거를 제시하면 정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근백 이사는 이에 대해 "처음엔 책임을 지겠다더니 지금은 시간을 끌고 있다. 소송 기간을 길게 끌어서 유리하게 합의를 보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공연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최소 5년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돈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진실만이라도 알려졌으면 해요."[데일리안 = 이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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