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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Korea] "은행이냐 증권이냐" 초대형IB 승부 판가름난다

부광우 기자 | 2018-01-04 06:00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워내기 위해 시작된 초대형투자은행(IB) 사업을 둘러싼 은행권과 증권가의 경쟁이 새해부터 본격화 할 전망이다.ⓒ게티이미지뱅크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워내기 위해 시작된 초대형투자은행(IB) 사업을 둘러싼 은행권과 증권가의 경쟁이 새해부터 본격화 할 전망이다.ⓒ게티이미지뱅크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워내기 위해 시작된 초대형 투자은행(IB) 헤게모니를 둘러싼 은행과 증권사의 경쟁이 새해 벽두부터 본격화 할 전망이다. 초대형IB가 된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인가를 받자마자 내놓은 상품에 시장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면서 증권사가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할 것을 염려하던 은행권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투증권을 제외한 다른 대형 증권사들이 좀처럼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하며 반쪽짜리 출범에 그친데다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금융당국 내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초대형IB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은행과 증권사들 간의 승부는 아직 안개 속이다.

4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초대형IB 사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이다.

초대형IB 정책은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대형 금융사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이다. 대출이 중심인 은행은 고위험 자금공급을 꺼리고 있는 반면, 공격적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탈은 자본이 적어 자금 공급 규모가 작다는 한계가 있다는데 따른 것이다.

이에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는 초대형IB 증권사에 대해서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과 할인, 매매, 중개, 인수, 보증업무 등 단기금융 업무가 허용된다. 또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일 경우 고객 예탁자금을 통합해 기업금융 자산 등으로 운용하면서 수익을 지급하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초대형IB의 등장에 대해 은행권은 불만을 숨기지 않아 왔다. 초대형IB에 허용되는 사업들이 사실상 은행의 역할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1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초대형IB에 대해 발행어음과 IMA 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은행업 라이선스 없이 은행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업권간 불평등, 건전성 규제 공백, 금산분리 원칙 무력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곧바로 맞불을 놓으면서 초대형IB를 두고 벌이는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황 회장은 은행연합회가 입장문을 내놓은 지 열흘여 만에 "초대형IB가 무섭다면 은행의 경쟁력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증권사의 기업신용 업무는 은행이 하지 못하는 틈새를 메꾸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대형IB 중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에 나선 한투증권의 행보는 은행권을 긴장하게하기 충분했다. 한투증권이 5000억원 한도로 내놨던 퍼스트 발행어음은 이틀 만에 완판 되는 기록을 세웠다. 한투증권이 곧바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연 2.3%라는 높은 약정 수익률이었다. 이는 은행 정기예금의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에 시중은행을 핵심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은 올해 들어 저마다 IB 역량을 키우는 전략을 세우며 초대형 IB의 공세에 대응하고 나섰다. 초대형IB 사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 식구가 없는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그룹은 IB 사업을 총괄하는 부서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벽을 허물고 전문가 충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초대형IB 증권사를 가지게 된 KB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은 이들을 중심으로 IB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하지만 초대형IB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해가 바뀌도록 발행어음을 취급할 수 있는 초대형IB가 여전히 한투증권뿐이라는 점이다. 다른 초대형IB들의 경우 과거에 받았던 각종 징계나 대주주 적격성 등의 문제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초대형IB 사업이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KB증권이 한투증권을 제외한 초대형IB들 중 가장 먼저 증권선물위원회에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이 상정되면서 2호 발행어음 사업자 등장에 한 걸음 다가섰지만, KB증권 스스로 이를 철회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옛 현대증권 시절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에 대해 기관경고 조처를 받은 것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초대형IB를 둘러싼 외풍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금융행정혁신위는 지난 달 금융위에 제출한 금융행정혁신 보고서 최종 권고안에서 "산업발전도 중요하고 IB를 키우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정책추진이 IB에 자본시장 기능 확충 대신 은행 고유업무인 수신 및 일반대출 업무 확대를 유인하도록 한 게 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IB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한 이러한 정책은 당초 취지인 자본시장기능 확충에 오히려 반할 수 있다"며 "실제 초대형 IB가 직접금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정상적인 발전 모습을 보일 때까지 유동성비율, 자기자본 규제 등 건전성 규제를 일반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금융권의 관심은 이 같은 권고안에 금융당국이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에 쏠린다. 초대형IB 사업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이를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사업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행정혁신위는 사실상 초대형IB에 대해 은행권의 손을 들어주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며 "이제 막 닻을 올린 초대형IB를 놓고 은행권과 증권업계가 벌이는 경쟁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키를 금융당국이 쥐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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