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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왕’ 김주찬에 쏠리는 불리한 기운

김윤일 기자
입력 2017.12.29 07:38 수정 2017.12.30 08:04

협상 길어지면서 불리해지는 쪽은 결국 선수

대체자 정성훈 등장, 계약 기간에서 이견 차

김주찬의 FA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김주찬의 FA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주장으로서 KIA의 통합 우승을 이끈 김주찬(36)에게는 다소 독특한 별명이 있다. 바로 ‘협상왕’이다.

김주찬은 FA 자격을 얻기 전까지 탁월한 협상 능력을 발휘해 큰 폭의 연봉 인상분을 챙긴 바 있다. 상대는 롯데 구단이었다.대표적인 예가 전설로 회자되는 2009년 겨울 재계약 협상이다.

당시 팀의 아이콘이었던 이대호는 전년에 비해 홈런을 10개나 더 치고 개인 첫 100타점 고지를 넘어섰다. 팀도 로이스터 체제에서 가을 야구를 치렀으니 연봉 상승 요인이 뚜렷했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3할 타율(0.293)에 미치지 못했다며 고작 8%만을 인상해줬다.

마운드에서는 불펜에서 74.1이닝을 소화한 이정훈이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구단과의 이견 차가 뚜렷했고 연봉조정신청까지 가는 초강수를 뒀지만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주찬은 홀로 43% 인상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얻어냈다. 성적이 눈에 띄게 급성장한 것도 아니었다. 이전해와 거의 비슷한 성적에 홈런만 1개에서 7개로 늘어났을 뿐이었다. 김주찬의 협상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에도 김주찬은 언제나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어냈고 FA 광풍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2013년, 당시로서는 놀라운 액수인 4년간 50억 원을 받으며 KIA로 이적했다.

KIA에서의 김주찬은 타격에 눈을 뜨며 한 단계 도약한 타자로 발돋움했다. 특히 커리어 내내 한 자리에 그치던 홈런이 올 시즌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로 확 달라졌다. 그리고 FA 재자격을 얻게 된 올 시즌에는 주장으로서 팀을 우승에 올려놓는 혁혁한 공까지 새웠다. 다시 한 번 대박 계약을 품에 안을 우주의 기운이 몰린 셈이다.

하지만 협상이 길어지면서 이제 시간은 김주찬의 편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 FA 미아가 될 수도 있으며 일부 선수가 그랬듯 당초 제시액에서 크게 줄어든 액수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하게 될 수도 있다.

일단 KIA에서의 지난 5년은 희비가 뚜렷했다. ‘건강만 하다면 A급 타자’가 김주찬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그만큼 그의 방망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문제는 유리몸이다. 김주찬은 커리어 내내 전 경기를 치러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잔부상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선수다. 이는 KIA에서도 마찬가지이며 FA 재자격을 다시 얻는데 5년이나 걸린 이유이기도 하다.

김주찬은 '건강만 하다면' 여전한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 ⓒ 연합뉴스 김주찬은 '건강만 하다면' 여전한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 ⓒ 연합뉴스

내년이면 37세가 되는 나이야 말로 최대 걸림돌이다. 현재 KIA는 김주찬에게 2+1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수 측은 보장 기간을 더 늘려주기 바라고 있다. FA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와 더불어 김주찬을 바라보는 KIA 팬들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대체 자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마침 이번 스토브리그에는 리빌딩 명목 하에 LG서 방출된 정성훈이 있다. 김주찬보다는 한 살 많지만 영입하게 될 경우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훨씬 적은 연봉으로 품을 수 있다. 여기에 정성훈은 고향팀으로 돌아간다는 확실한 스토리까지 갖고 있다.

타 팀 이적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주찬의 올해 연봉은 6억 원으로 그가 만약 유니폼을 갈아입는다면 12억 원(+선수 1명) 또는 18억 원의 보상금이 발생한다. 이 같은 출혈을 감수할 구단은 사실상 제로다.

KIA 구단 측은 여전히 김주찬과 함께 하고픈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만약 계약을 맺을 경우 액수 면에서는 섭섭지 않은 대우가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우승에 기여한 바가 컸기 때문이다. 협상왕의 마지막 협상이 순조롭지 않게 흘러가는 이번 겨울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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