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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패딩의 역습-상] "하늘이 내려준 겨울특수"…업계 함박 웃음

손현진 기자
입력 2017.12.13 06:00 수정 2017.12.13 05:53

롱패딩 인기로 업계서 '역대 최고 월매출' 잇따라…날씨 영향도 한몫

'반짝 호황' 아닌 패션 불황 타개로 이어질까…'패션 소비심리' 회복 기대

최근 '평창 롱패딩’의 인기로 패션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아웃도어 업계를 비롯해 수년째 성장세가 둔화한 패션업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도 이같은 패션업계의 호재를 반기고 있다. 하지만 마케팅 등 판관비를 제외해 가격을 낮춘 제품이 정상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서 가격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또 패션업체들이 일제히 롱패딩에 매달리면서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겨울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떠오른 ‘롱패딩’을 통해 본 패션업계의 명과 암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롱패딩의 인기가 패션업계의 호재가 되고 있다. 지난달 월 최고 매출을 세운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화보. ⓒ디스커버리 롱패딩의 인기가 패션업계의 호재가 되고 있다. 지난달 월 최고 매출을 세운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화보. ⓒ디스커버리

'평창 롱패딩'의 인기가 전국적인 롱패딩 열풍을 몰고 온데다, 때 이른 한파까지 더해지면서 패션업계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금과 같은 겨울 특수가 반짝 호황에 그치지 않고 국내 패션시장의 지속 성장으로 이어질지가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11월 한 달 매출액이 940억원을 달성해 브랜드 출시 이래로 최고 월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매출은 전년도 대비 평균 35% 오르며 성장세를 탔고,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11월부터는 3주 연속으로 주말마다 하루 매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매출 증가율로 보면 작년 11월(500억) 대비 170% 이상 뛰었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도 지난 11월 국내 시장 론칭 이후 역대 최고 월 매출인 7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이상 신장한 수치다. 2015년 4500억원, 2016년 46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린 뉴발란스는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매출 4800억원 돌파도 바라보고 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롱패딩 판매 신장에 따라 11월 백화점 스포츠 동종업계 1위를 차지했다"며 "앞으로도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신규 상품 라인을 늘려가며 선택의 폭을 넓혀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추석 대목과 연말 특수 사이에 있는 11월은 성수기로 꼽히는 기간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기념상품인 평창 롱패딩이 롱패딩 스타일의 유행을 이끌었고, 평년보다 낮은 기온의 강추위가 찾아오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롱패딩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평창올림픽 공식 온라인몰에서 판매된 평창 롱패딩 3종. ⓒ데일리안DB 평창올림픽 공식 온라인몰에서 판매된 평창 롱패딩 3종. ⓒ데일리안DB

평창 롱패딩은 14만9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고품질, 올림픽 기념상품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지난달 중순께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평창 롱패딩을 제작한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30일까지 총 3만장 물량을 완판해 약 4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평창 롱패딩에 이어 롯데백화점이 선보이는 '평창 스니커즈'도 사전예약 물량이 초기 생산 물량인 5만 켤레를 훨씬 웃도는 20만 켤레를 돌파했다. 평창 스니커즈 역시 천연 소가죽 소재로 제작됐으나 5만원이라는 염가에 판매되는 '가성비 패션'이다.

때 이른 강추위도 롱패딩의 유행에 한 몫 했다. 지난 1일 기상청이 발표한 '2017년 11월 기상특성'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압 상층부에 찬 공기가 지속 유입되면서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7.5도)보다 0.8도 낮은 6.8도를 기록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 가격비교'에 따르면 지난 11월 롱패딩 매출은 전월 대비 597% 급증해 지난해 같은 기간(522%)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에누리 가격비교 관계자는 "이른 추위에 겨울 패딩류 상품 출시가 앞당겨지면서 매출도 10월부터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10~20만원대의 저렴한 패딩도 출시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많은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스페이스, 뉴발란스, 데상트 롱패딩. ⓒ각 사 홈페이지 노스페이스, 뉴발란스, 데상트 롱패딩. ⓒ각 사 홈페이지

롱패딩의 인기는 유행에 민감한 10~20대 젊은 층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30~50대 여성이 주요 고객층인 패션그룹 형지는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여성복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올리비아하슬러'의 전국 800여개 신상품 판매 수량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동기 대비 롱패딩 다운 판매가 평균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성 전문 아웃도어 '와일드로즈'는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607% 늘었다.

형지 관계자는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강추위와 함께 최근 아웃도어와 영캐주얼에서 불고 있는 롱패딩다운 열풍이 다른 연령대에도 번진 것으로 본다"며 "3050 세대 여성들이 추운 날씨에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면서 보온성이 뛰어난 패딩다운의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겨울 패션 판매가 늘면서 유통채널에도 훈기가 돌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11월 스포츠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늘었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도 의류 판매량이 증가해 지난달 중순부터 말까지 진행된 겨울 정기세일에서 각각 7.3%, 12.1%씩 매출이 늘었다.

한 패션기업 관계자는 "작년에는 11~12월이 덜 춥고 시즌세일이 많아지는 1~2월이 매우 추웠던 것과 달리 올해는 11월부터 급격히 추워져 한겨울 의류가 전체적으로 잘 팔리고 있다"며 "지난해 날씨로 판매가 저조해 힘들었으니 올해는 날씨 덕을 보라는 하늘의 뜻 같다"고 했다.

이번 롱패딩 열풍이 '우연한 호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패션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3~4년간 패션업계가 암울했던 것을 고려하면 롱패딩의 인기는 가뭄 속 단비 같지만, 평창 롱패딩의 인기로 낮은 가격 제품을 선호하는 가성비 트렌드가 심화된 것도 사실"이라며 "당장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롱패딩의 인기가 패션 소비심리를 깨우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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