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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헌액, 김연아에 농담·축구에 진지

올림픽파크텔 = 김평호 기자
입력 2017.11.29 16:22 수정 2017.11.29 17:12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 헌액대상자로 선정

소감 통해 한국 축구에 대한 지지와 성원 당부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된 차범근 전 감독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된 차범근 전 감독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차붐’ 차범근(64)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축구인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예를 안았다.

대한체육회는 29일 오후 2시 올림픽파크텔에서 ‘2017년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을 개최, 그동안 우리나라 축구발전에 지대한 공적을 남긴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대한체육회 사이버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앞서 대한체육회 스포츠영웅선정위원회는 지난 10월 11일 제2차 회의를 열고 독일축구리그인 ‘분데스리가의 전설’로 불리는 등 축구를 통해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을 2017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한 바 있다.

곧 창립 100주년을 맞는 대한체육회는 역경 속에서도 빛나는 열정과 뛰어난 기량으로 대한민국 스포츠의 명예를 드높이고 자긍심을 고취해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준 체육인을 국가적 자산으로 예우하기 위해 2011년부터 스포츠영웅을 선정해왔다.

첫 해인 2011년에는 고 손기정(육상_마라톤), 고 김성집(역도), 2013년에는 고 서윤복(육상_마라톤), 2014년에는 고 민관식(체육행정), 장창선(레슬링), 2015년에는 양정모(레슬링), 박신자(농구), 고 김운용(체육행정), 2016년에는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선수가 각각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돼 헌액된 바 있다.

차범근 전 감독은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 축하해주고 발걸음해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감격의 소감을 밝혔다.

차 전 감독은 “작년에 이런 상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주위에 투표하라고 문자도 보내고 했는데 김연아 앞에서 가당치도 않는 이야기”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그는 “내가 투표를 했다고 해도 김연아를 찍었을 것 같다”며 “그래도 박찬호, 박세리 같은 쟁쟁한 후배들 틈에서 관심을 받는 것은 즐거웠다. 한편으로는 절대강자 김연아가 수상하고 나면 내년에는 나이순으로 내게 상이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도 해봤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어 “정작 올해는 상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선정됐다는 메일을 받았다”며 “축구계의 사정이 편치 않았기 때문에 이런 즐거운 일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뽑아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특히 차 전 감독에게 헌액대상자 선정은 그 의미가 남다른 듯 했다.

그는 “나이순으로 내 차례가 왔다 해도 이 상이 즐겁고 자랑스럽다. 세계 역사학회가 나를 20세기 아시아 최고 선수로 선정해 줬을 때보다 더 깊은 의미를 느낀다”며 “나는 18살에 받았던 한국일보 신인상과 함께 가장 자랑스런 상으로 기억하고 싶다. 디딤돌과 마침표가 돼준 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연아를 언급하며 다소 가벼운 분위기로 먼저 소감을 밝힌 차 전 감독은 이내 한국축구를 언급하며 진지한 모습으로 위로와 격려를 부탁했다.

그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고도 칭찬받지 못하는 후배들에게 격려를 하고 싶다”며 “팬들도 한국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다. 나이가 드니 모두 후배고 자식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후배들 대부분은 풀이 죽어 있고, 좌절하고 있다. 축구인으로서 모든 걸 누리고 이 자리까지 온 나로서는 미안하고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러던 차에 스포츠 영웅이라는 큰 상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이 상은 나에게 책임을 묻는 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신이 번쩍났다”고 고백했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축구 꿈나무 이은규 선수가 차범근 전 감독에게 편지를 낭독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축구 꿈나무 이은규 선수가 차범근 전 감독에게 편지를 낭독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기 과정 속에서 대한축구협회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지금 축구협회는 변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내 눈으로는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 많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서로가 부딪치고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 입장을 내 입장으로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모든 일을 바꾸는 시작이다. 그리고 내 식구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모든 문제를 풀려 노력한다면 서로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도 축구를 위해 많은 일을 하는 분들이 모였다. 상대방 입장과 자리에서 한 번쯤 보려고 노력하고, 우리 함께 고민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헌액식에는 축구 꿈나무 이은규(성산중학교) 군이 차 전 감독을 위해 진심 어린 편지를 낭독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이 군은 “지금도 후배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감독님을 볼 때면 ‘영웅’이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아직 많은 시간들이 남았지만 나 역시 세계적인 선수가 돼 감독님의 길을 걷고 싶다”고 존경의 뜻을 표했다.

이날 자리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헌액 식사를 통해 “스포츠 분야에서 전설적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뿐만 아니라 깊고 뜨거운 가슴 속에 조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한국 스포츠의 자랑 헌액식을 계기로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축구 꿈나무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고, 이들이 더 큰 꿈을 품고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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