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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접고, 탈퇴하고...” 위기의 알뜰폰 ‘생존 전략’ 고심

이호연 기자
입력 2017.11.28 13:57 수정 2017.11.28 16:27

업계 1위 CJ헬로,‘알뜰폰 협회’ 탈퇴 후 독자 노선

SK텔링크, 보안으로 사업 확대...유모비, 자금 수혈 중

홈플러스의 알뜰폰(MVNO, 이동통신재판매) 사업 폐지에 이어 업계 1위 ‘CJ헬로’의 알뜰폰 협회 탈퇴를 두고,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고 있는 알뜰폰이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자칫 업체들의 줄폐업으로 번질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생존 갈림길에 선 주요 알뜰폰 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현재 알뜰폰은 시장 위축은 물론 누적 적자는 3000억원을 웃돌며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내년에는‘보편요금제'‘단말기 완전 자급제’ 등의 정부의 통신정책으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고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알뜰폰 1위 업체 'CJ헬로'의 상품 서비스. ⓒ CJ헬로 알뜰폰 1위 업체 'CJ헬로'의 상품 서비스. ⓒ CJ헬로

업계 1위 CJ헬로비전은 한국알뜰폰사업자협회에 탈퇴의사를 담은 공문을 보냈다. CJ헬로비전은 알뜰폰 협회 가입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독자적으로 롱텀에볼루션(LTE) 기반의 알뜰폰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알뜰폰 LTE데이터 요금제의 도매대가 협상에서 협회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탈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CJ헬로비전 등 알뜰폰 업계는 정부와 망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과 협상하며, 10% 포인트 인하를 요구했으나, 7.2% 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이같은 이유로 CJ헬로 내부에서 알뜰폰 사업 존속 여부를 두고 의견충돌까지 있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회사는 알뜰폰 사업은 LTE기반으로 유지하되, ‘스마트 홈’ ‘PPS’ 상품 등 신성장을 키우기로 결론을 냈다. 이를 위해 각 사업 부문장들을 교체하고, 모바일 사업본부장에는 전략통인 이영국 상무를 앉혔다.

CJ헬로 측은 “내년에는 LTE 위주의 알뜰폰 사업 대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알뜰폰을 접고, 제4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알뜰폰 업체 SK텔링크의 '공부의 신' 상품 홍보 자료. ⓒSK텔링크 알뜰폰 업체 SK텔링크의 '공부의 신' 상품 홍보 자료. ⓒSK텔링크

2위 사업자 SK텔링크는 알뜰폰에서 더 이상 성장동력을 찾지 않고, 보안으로 눈을 돌린다. ‘공부의 신’ ‘대리 기사 요금제’ 등 다양한 알뜰폰 상품을 제공해온 SK텔링크는 자회사 NSOK를 대폭 강화해 종합보안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포부다. 기존 알뜰폰 서비스에 보안을 결합한 신규 요금제 출시 등의 방식으로 저변을 넓혀갈 계획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9월 자회사 SK텔링크를 완전자회사 편입시켜, 양사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신규사업 발굴에 나서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모회사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보안 등 신규사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편입 절차는 11월 이사회 주총을 통해 승인을 받고, 12월 완료된다. SK텔링크는 비상장회사로, 별도의 상장 폐지 절차는 없다.

SK텔링크 관계자는 “알뜰폰과 국제전화 등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미 레드오션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내년에는 의미 있는 성장 동력 결과물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U+ 알뜰폰 자회사 '유모비'는 지난 6월 아이폰6를 공급받았다. ⓒ 유모비 LGU+ 알뜰폰 자회사 '유모비'는 지난 6월 아이폰6를 공급받았다. ⓒ 유모비

또 다른 알뜰폰 업계 유모비(구 미디어로그)는 모회사 LG유플러스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4년부터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유모비는 사업 초기 LG유플러스의 든든한 지원으로 석달만에 6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쾌조의 성장세를 보였으나, 시장 경쟁 과열로 지난해까지 4년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2014년 1800억원대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불었으나, 이듬해 2303억원 수준에서 정체된 상황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305억원에 육박하면서 자본잠식률은 32.25%에 이렀다. 급기야 결손금 보전을 위해 미디어로그는 2번의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은 403억억원에서 101억원으로 축소시킨 바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유모비의 부실을 막기 위해 세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1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조만간 또 유상증자가 시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유상증자는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이 단순 가격 경쟁력만 가지고 이통사와 정면승부를 펼치기에는 사실상 승패가 정해진 게임”이라며 “성장정체에 부딪힌 알뜰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들 고군분투 중이다”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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