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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메이저리그 실패가 야구 인생 실패가 아니다

이선우 기자
입력 2017.11.27 15:44 수정 2017.11.27 16:47
ⓒ미네소타 트윈스 공식 페이스북 ⓒ미네소타 트윈스 공식 페이스북

박병호가 친정팀인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온다. 지난 2015년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지 약 2년만이다.

27일 넥센 히어로즈는 박병호와 연봉 15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2016시즌 MLB 62경기에서 타율 0.191(215타수 41안타), 12홈런·24타점에 머물렀다.마이너리그에서도 타율 0.247(535타수 132안타), 24홈런·79타점에 그쳤다. 2017시즌에는 거의 대부분을 트리플A에서 보냈다.

2016 시즌 초반은 좋았다. KBO리그에서 홈런을 쏘아올리던 그의 파괴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가동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정확도면에서 약점을 보이며 주전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기록만 놓고 보며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성공이 아니다. 그의 복귀가 팬들 입장에서는 유쾌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박병호는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진출에 앞서 열렸던 프리미어12 대회에서도 홈런포를 가동하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고교 시절 최고 유망주였지만 프로에서 오랫동안 유망주에 머물다가 서른이 다돼 잠재력이 폭발한 박병호의 커리어는 극적인 요소가 충만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도전한 메이저리그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는 박병호처럼 배팅 파워 넘치는 타자들이 즐비하다. 힘과 탄력이 좋은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선수들 사이에서 동아시아 출신 타자들이 경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이너리그에는 박병호보다 어리고 힘좋은 유망주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일본 출신으로 성공한 타자인 이치로는 일본 리그에서는 장타도 제법 칠 수 있는 타자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철저하게 컨택형으로 변모했다. 일본야구에서 최고의 거포로 인정받던 마쓰이 히데키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는 카운트 능력으로 승부했다. 이들 외에는 일본 출신 타자들도 메이저리그에서 고전했다.

한국인 타자 중 가장 성공한 타자로 평가받는 추신수는 메이저리그가 만들어낸 선수다.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적응이 필요없지만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적응이 필요하다. 오랜 유망주 생활을 통해 단련된 박병호라도 다른 리그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프로야구는 비즈니스 성격을 갖고 있는 스포츠다. 출전 기회는 몸값에 비례하는 것이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미네소타 트윈스와 4년 1200만달러(한화 131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박병호는 2016~17시즌엔 각각 연봉 275만달러(23억9000만원)을 받았다. 18~19시즌 연봉은 300만 달러(32억6000만원)였다.

박병호의 계약내용은 메이저리그에서 스몰마켓으로 평가받는 미네소타를 감안하면 과감한 금액이었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봐도 금액이 적지 않다. 수치로만 보면 박병호가 돈값을 하지 못한 것이 맞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스타급 선수들이 받는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당시 언론에서도 박병호를 저렴하게 잡았다는 것이 주된 평이었다.

박병호의 포지션도 주전 경쟁이 어렵다. 박병호의 포지션인 1루수와 지명타자에는 유망주들이 넘쳐난다.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영입했다 해도 박병호가 부진하다면 마이너리그의 유망주를 활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메이저리그다. KBO리그 최고의 거포도 메이저리그에서는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주전경쟁을 극복하는 것도 실력이지만 메이저리그 시스템에서 주전경쟁에 밀리는 것이 박병호만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 박병호가 KBO리그 최고의 거포로 발돋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박병호의 잠재력은 팀을 옮긴 후 당시 김시진 감독의 든든한 믿음 속에서 폭발했다. 선수풀이 넘쳐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야구전문가들은 "박병호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된다면 40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메이저리그에서의 경험이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이를 통해 박병호가 한층 성숙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분석했다.

문지훈 기자 (mtrels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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