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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등장에 보험사 중기대출 험로 예고

부광우 기자
입력 2017.11.16 06:00 수정 2017.11.16 07:47

보험사 중소기업대출 비중 26.7%…전년比 1.9%P↑

IFRS17 적용 앞두고 높은 수익률 매력에 확대 추세

단기금융업 인가 증권사 기업 대출 확대 보폭에 촉각

국내 40개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올해 6월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은 48조5359억원으로 전년 동기(40조4722억원) 대비 19.9%(8조637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대출이 보험사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4.8%에서 26.7%로 1.9%포인트 상승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0개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올해 6월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은 48조5359억원으로 전년 동기(40조4722억원) 대비 19.9%(8조637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대출이 보험사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4.8%에서 26.7%로 1.9%포인트 상승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증권사가 마침내 초대형투자은행(IB)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면서 중소기업 자금공급 시장에서 새 경쟁자를 맞이하게 된 보험업계의 셈법이 분주해지고 있다.

대규모 기업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 초대형IB가 이를 적극 활용할 경우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나서던 보험사들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특히 재무 압박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중소기업 대출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꾀하던 보험사들의 걱정은 더욱 클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 5개 증권사에 대한 초대형IB 지정 안건을 의결했다.

이 중 한투증권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는 데도 성공했다. 초대형IB 사업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심사가 한투증권만 종료된 상황이어서 우선 단기금융업 인가를 내준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위가 나머지 4개사에 대해서도 금감원 심사 이후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이들도 조만간 단기금융업 업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금융업은 초대형IB 사업의 핵심이다. 초대형IB 사업자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과 할인, 매매, 중개, 인수, 보증업무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가능한 어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기업 대출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증권사들이 초대형IB에 눈독을 들인 중요한 이유다.

증권가가 아닌 다른 금융권에서도 초대형IB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이들이 투자 보폭을 확대하며 기존 시장을 잠식해 들어올 수 있어서다. 특히 유망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라는 정책 취지에 맞춰 초대형IB들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나서면 관련 시장 파이를 늘려오던 보험사들은 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내 40개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올해 6월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은 48조5359억원으로 전체 대출(181조7358억원) 가운데 26.7%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점유율은 총 대출(163조3363억원) 중 중소기업대출이 24.8%(40조4722억원) 수준이었던 1년 전에 비해 1.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는 전체 대출이 같은 기간 11.3%(18조3995억원) 증가하는 사이 중소기업대출은 19.9%(8조637억원)나 늘어서다.

보험사별로 보면 더케이손해보험의 대출(784억원) 대비 중소기업대출(775억원) 비율이 98.9%로 가장 높았다.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도 31억원 대출 중 대부분인 30억원 가량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이어 메리츠화재의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컸다. 메리츠화재는 대출 4조7711억원 가운데 70.1%인 3조3424억원이 중소기업대출이었는데, 이는 1조원 이상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보험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이밖에 IBK연금(66.2%)·MG손해보험(60.8%)·흥국화재(48.1%)·동양생명(47.0%)·롯데손해보험(43.1%)·KDB생명(39.5%)·현대라이프(38.6%) 등이 중소기업대출 비중 상위 10개 보험사에 꼽혔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중소기업대출에 힘을 주고 있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실제 주요 대형 보험사들 중 중소기업대출 비중을 유독 높게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메리츠화재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대출에서의 이익률이 10.6%로 대기업(5.8%)이나 개인(4.1%) 상대 대출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최근 보험업계가 2021년 IFRS17 적용을 앞두고 자산운용 수익률 개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시점이란 점에서 중소기업대출은 더욱 놓칠 수 없는 카드다.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들은 향후 내줘야 할 보험금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과거 높은 이율을 보장해주며 판매했던 저축성 보험은 짐으로 다가오게 된다. 보험사들은 거둬들인 보험금을 잘 운용해 약속한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는 그 만큼 부채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초대형IB들이 중소기업대출에 얼마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지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유망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위해 해당 정책을 추진한 만큼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냐"며 "높은 수익률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던 보험사들로서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반가울리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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