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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오명 떨친 GSP, 챔피언 정도 걸을까

김종수 기자
입력 2017.11.10 07:52 수정 2017.11.10 07:53

복귀전이었던 마이클 비스핑과의 미들급 챔프전서 승리

맥그리거와 같은 기행 대신 미들급 정리 나설 지 관심

비스핑을 꺾고 미들급 챔프 자리에 오른 생 피에르. ⓒ 게티이미지 비스핑을 꺾고 미들급 챔프 자리에 오른 생 피에르. ⓒ 게티이미지

전 UFC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35·캐나다)가 자신의 커리어에 엄청난 훈장을 달았다.

생 피에르는 지난 5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서 펼쳐진 ‘UFC 217’ 메인이벤트에서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36·영국)을 파운딩 연타에 이은 리어네이키드초크로 기절시키며 새로운 챔피언에 등극했다.

UFC 역사에 몇 안 되는, 두 체급 정복 챔피언이 된 생 피에르는 비제이 펜, 랜디 커투어, 코너 맥그리거 등과 함께 두고두고 남을 만한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물론 맥그리거와 생 피에르 같은 경우 특혜가 많이 깔려있던 것이 사실이다. 펜은 천재라 불리는 선수답게 당시 상위체급 최강자로 불렸던 맷 휴즈를 격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커투어 또한 고령의 나이와 공백 기간이 무색할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팀 실비아를 물리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비단 강한 챔피언을 꺾었을 뿐 아니라 당시 해당 체급 상위랭커들에게도 결코 꿀리지 않는 기량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높은 인정을 받았다. 반면 맥그리거, 생 피에르는 ‘제대로 2체급을 정복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맥그리거의 경우 페더급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벤트 매치업을 벌이는 등 기행을 계속하다 인기를 바탕으로 라이트급 도전권을 얻은 바 있다. 더욱이 상대는 하필 에디 알바레즈(33·미국)였다. 알바레즈는 말이 상위 체급이지 맥그리거보다 사이즈가 훨씬 작은 선수였다. 경기를 치를 때 양 선수의 모습은 오히려 맥그리거가 상위체급 파이터로 보일 정도였다.

거기에 기량 또한 정상권이라고 보기 힘든 선수였다. 이에 팬들은 “하필 왜 그때 알바레즈가 챔피언에 올라가지고…”라는 말로 불의의 펀치를 맞고 벨트를 넘겨준 전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33·브라질)를 원망하기도 했다. 타격, 그래플링을 고르게 갖춘 도스 안요스라면 충분히 맥그리거를 격파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맥그리거는 챔피언이 보여주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단 한 번도 방어전을 치르지 않음으로써 과거 페더급은 물론 현재의 라이트급에 이르기까지 체급판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아 이기심의 끝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팬들은 맥그리거가 계산기 좀 그만 두들기고 하빕 누르마고메도프(28·러시아), 토니 퍼거슨(35·미국) 등 챔피언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위랭커와 방어전을 치르기를 간절히 바라는 분위기다.

맥그리거의 행보는 실망 그 자체다. ⓒ 게티이미지 맥그리거의 행보는 실망 그 자체다. ⓒ 게티이미지

생 피에르가 잡아낸 비스핑은 미들급 역사상 최약체 챔피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랭킹 10위권 선수라면 누구나 비스핑을 잡아낼 수 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어느 정도 운이 따르며 챔피언이 됐던 비스핑은 벨트를 오래가지고 싶었다. 미들급 쟁쟁한 랭커들을 맞아 정상적 방어전을 한다면 그러한 바람은 유지되기 힘들었다.

결국 고심 끝에 비스핑이 선택한 카드가 생 피에르였다. 흥행도 되거니와 아래 체급 출신, 공백 기간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만약 생 피에르만 잡아낼 수 있었으면 더 큰 이벤트 매치업도 가능했고 명예로운 은퇴(?)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생 피에르는 강했다. 여러 조건이 좋지 않음에도 기어이 비스핑을 잡아냈다. 공백 기간 때문인지 아님 미들급이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과거 한창 때 보여준 순발력과 무한체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소 굼떠보였고 체력적으로도 지친기색까지 드러냈다.

하지만 이른바 정상급 파이터 출신으로서의 스킬은 여전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서 상대의 흐름을 끊어주는 잽과 슈퍼맨 펀치를 통해 타격가 비스핑을 상대로 스탠딩 타격전에서 대등하게 경기를 끌어나갔고 태클성공률도 높았다.

경기 내용 또한 좋았다. 그동안의 생 피에르는 지루한 경기운영으로 인해 ‘수면제 파이터’로 악명 높았다. 하지만 눌러놓기 쉽지 않은 비스핑을 상대로는 수면제 공식을 원활히 쓰기 힘들었다. 결국 치고받는 승부 끝에 펀치로 비스핑을 다운시킨 다음 파운딩 연타를 들어갔고 리어네이키드초크를 통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격투팬들은 간만에 생 피에르의 유혈이 낭자한 모습도 보게 됐다.

생 피에르가 미들급 정리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 게티이미지 생 피에르가 미들급 정리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 게티이미지

이제 팬들의 관심은 생 피에르의 다음 상대가 누가 될 것인가에 몰리고 있다. 비록 챔피언을 이기기는 했으나 비스핑은 약체로 분류됐다. 루크 락홀드, 크리스 와이드먼, 호나우두 소우자, 요엘 로메로 등 상위권 누구와 붙어도 힘든 승부가 예상된다. 명분만 따졌을 때는 잠정챔피언 로버트 휘태커(26·호주)와 방어전을 치르는 게 맞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 역시 “휘태커가 상대로 적절하다”는 뜻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팬들은 적다. 그동안 UFC는 뱉은 말을 제대로 지켰던 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늘 그래왔듯 엉뚱한 이벤트 매치업이 수면으로 올라올지 모를 일이다. 이를 입증하듯 해외 언론에서는 휘태커 외에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 웰터급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35·미국) 등을 매치업 후보군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동안 미들급은 비스핑의 잘못된 행보로 인해 좋은 자원들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때문에 팬들은 새로이 챔피언에 오른 생 피에르가 정상적인 방어전을 치르는 챔피언이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만약 생 피에르가 정도를 지켜나간다면 이전의 수면제 오명도 어느 정도는 벗을 수 있을 전망이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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