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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오겹살 600g을 둘이서 나눠먹으니...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10.14 22:34 수정 2017.10.14 22:35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제주여객터미널~서귀포 감귤밭~5월의 꽃 무인카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 필자 주 >

【1.18(월), 스물두 번째 날】

풍랑경보가 발령되어 출입항 선박이 없어 주변이 조용해진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조남대 풍랑경보가 발령되어 출입항 선박이 없어 주변이 조용해진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조남대

어젯밤에는 바람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 잠을 설쳤다. 제주도에 와서 들어보지 못한 강력한 바람 소리다. 그동안 제주도가 삼다도라 해서 돌과 여자가 많다는 것은 실감했는데 이제야 바람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 집으로 돌아가는 선박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제주항으로 갔다.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은 풍랑경보가 발령되어 모든 가게와 매표소가 폐쇄되어 썰렁하다. 우리가 타고 갈 한일카페리 1호의 선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무실도 배가 출항을 못 하는 관계로 문의전화가 많은 모양이다. 우리는 1월 22일 금요일 서울로 가는 배편을 끊어 놓았으나 다음날 사목위원 워크숍이 있어 준비할 사항도 있고 해서 미리 갈 배편이 있는지 확인해 보니 20일은 없고, 21일은 가능하다 하여 하루 당겨 21일 배편으로 변경했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평온하던 바다에 흰 물결이 출렁인다. 그동안 한 번 더 방문해 보고 싶어 했던 서귀포 중문단지 부근에 있는 선귀한라봉농원에 가보기로 하고 전화를 했더니 반갑게 오라고 한다. 제주시에서 T맵으로 확인해 보니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빨리 갈 수 있는 1100번 도로가 있는데도 둘러가는 1135번인 평화로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1100번 도로는 눈이 많이 쌓여 못 가니 그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제주도에 20여 일 있으면서 눈 내리는 것은 처음 본다. 눈을 맞으며 농원을 찾아갔더니 무척 반가워하신다.

한라봉 크기에 따라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조남대 한라봉 크기에 따라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조남대

주인 부부는 가게 바로 옆 농원에서 한라봉 선별작업을 하느라 바쁘다. 나와 경희는 농원에 들어가 한라봉 상자를 날라 주는 등 좀 도와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한라봉 수확은 끝나서 수확한 한라봉을 크기에 따라 선별하는 작업만 남았단다. 2시간 정도 작업을 도와주면서 한라봉을 실컷 먹었다. 다른 과일도 마찬가지지만 한라봉도 큰 것이 맛이 훨씬 좋다. 옛 어른들이 물건값을 모르면 비싸게 주고 사라는 이야기가 맞은 것 같다. 싸고 좋은 것은 없는 법이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다.

오후 3시쯤 국민안전처에서 18시를 기해 제주와 남해서부 먼바다에 풍랑경보가 내렸다며, 어선은 출항을 금지하고 출어한 어선은 신속히 대피하라는 긴급재난문자가 발령됐다.

선별작업을 마치고 가게로 오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커피를 타 주시면서 떡과 고구마까지 주셔서 맛있게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라봉과 귤 1박스씩을 사니 우리가 먹을 귤과 한라봉에 고구마까지 싸 주신다. 넉넉한 시골인심이다. 마치 친정에 다니러 온 딸 챙겨주듯이.

내가 한라봉 수입이 엄청 많고 땅도 수천 평이나 되니 돈을 많이 벌겠다면서 부러워하자 완전 제주도 사투리만을 쓰시는 주인아저씨는 아직 농원 시설하면서 융자받은 자금도 다 갚지 못했단다. 또 아주머니는 자식이 2남 1녀인데 사는 것이 넉넉지 못해 농사지어 번 돈으로 자식들에게 지원도 해 준단다. 부모들의 자식 사랑과 보살핌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 4시 반이 되어 작별인사를 하고 나왔다. 서로가 아쉬워하면서 언제 또 만날 것에 대한 기약도 없이, 다음에 또 제주도 와서 시간이 되면 꼭 찾아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차를 몰고 나오니 눈발이 더 거세어진다. 중산간도로로 올라오니 도로에 눈이 쌓여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한다. 우리도 비상 깜빡이를 켜면서 천천히 오는데 눈길에 미끄러져 도로에 반대방향으로 서 있는 승합차가 보인다.

무인카페 ‘5월의 꽃’ 내부 모습.ⓒ조남대 무인카페 ‘5월의 꽃’ 내부 모습.ⓒ조남대
무인카페 ‘5월의 꽃’ 외부 전경.ⓒ조남대 무인카페 ‘5월의 꽃’ 외부 전경.ⓒ조남대

‘오설록’에서 ‘생각하는 정원’ 쪽으로 오는 길에 흰색 건물의 무인카페인 ‘5월의 꽃’이 있어 들어가 봤다.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낮은 천정의 아담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한편에는 키보드와 음향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저녁 어두운 시각인데도 여러 팀의 사람들이 들어와 있다. 손님들이 커피나 차 등을 마시고는 본인이 설거지하고 성의껏 비용을 지불하게 되어 있다. 피자・파스타라고 적혀있기는 하지만 지금 시각에는 시켜 먹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옆집 신화역사부동산 사장님의 이야기에 의하면 주인은 아침에 와서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고는 저녁에 와서 정리하는 식으로 운영한단다. 제주도 전통 시골집을 보수하고, 내・외부가 온통 흰색으로 칠해져 있어 확연히 눈에 잘 띄는 데다 눈이 오니까 더 분위기가 있어 보인다.

계속 강풍이 부는 데다 눈까지 내려 몹시 춥다. 제주도에 와서 처음에는 15도까지 올라가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0도다. 제일 추운 날씨다. 서울은 영하 15도라나. 내일도 종일 0도 부근에서 오락가락하면서 눈이 올 예정이란다. 집에 와서 방 온도를 최고로 높이고 물도 끓여 공기를 따뜻하게 했다.

저녁은 지난번 동문시장 갔을 때 사 놓은 오겹살을 구워 먹기로 했다. 프라이팬에 오겹살을 구워 김치와 상추를 곁들여서 소주를 한잔하니 기분이 최고다. 지난번 우도에서 소라와 멍게를 먹으면서 마시다 남은 소주가 반병 있어 둘이서 마저 마셨다. 오겹살 600g을 둘이 먹으니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배가 부르다. 각자 소주를 2잔 마셨는데 경희는 멀쩡한데 나는 완전히 취한 기분이다. 기분 좋다. 경희도 너무 좋아한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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