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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드 불가’ 신태용호, 감독 교체가 답이다

김평호 기자
입력 2017.10.11 01:25 수정 2017.10.11 06:59

러시아·모로코와의 유럽 원정 평가전서 참담한 2연패

내용과 결과 모두 놓쳐, 감독의 전술적 패착만 드러나

대표팀 부진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신태용 감독. ⓒ 데일리안DB 대표팀 부진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신태용 감독. ⓒ 데일리안DB

한국축구가 모로코전도 패하며 제대로 자존심을 구겼다. 이대로라면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른 결단의 시점이 온 것 같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각) 스위스 빌 비엔느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 두 번째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전반 10분 만에 2골을 허용하는 등 경기 내내 고전 끝에 1-3으로 패했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는 다를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대표팀은 더 퇴보한 느낌이다. 분위기 파악도 안 될뿐더러 결과를 의식한 나머지 뚝심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이번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깨달은 사실은 초보 감독인 신태용 감독에게 월드컵을 맡기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다를 것이라는 손흥민, 민망해진 호언장담

신태용 감독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대표팀 내 손흥민의 모습은 슈틸리케 감독 체제와 다를 것이 없다. ⓒ 데일리안DB 신태용 감독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대표팀 내 손흥민의 모습은 슈틸리케 감독 체제와 다를 것이 없다. ⓒ 데일리안DB

소속팀 토트넘에서 펄펄 날다가도 대표팀에만 오면 부진에 빠지는 손흥민은 한국 축구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였다.

지난 7월 취임 당시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에 대해 “개인적으로 손흥민은 좋은 선수라고 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활용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전임 감독과는 다를 것이라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가진 4경기에서 손흥민은 필드골 없이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넣는데 그쳤다.

모로코전에서도 주포 손흥민의 부진은 계속됐다. 후반 21분 구자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A매치 9경기 연속 득점 침묵에서는 벗어났지만 이날 손흥민의 경기력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노마크 찬스를 놓쳤고, 볼 트래핑도 길어지면서 모로코 수비수들에게 쉽게 공을 헌납했다. 감독이 자극을 줄만도 한데 신태용 감독은 그대로 손흥민을 끝까지 밀어 붙였다. 부진한 남태희, 김보경, 김기희 등은 전반 27분 가차 없이 교체를 감행했지만 손흥민에게 만큼은 잦은 실수를 범해도 이상하리만큼 관대했다.

에이스의 기를 살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길들이기도 필요한 법인데 신태용 감독은 전혀 이런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하고 있다.

모로코 상대 졸전, 이래도 공격축구 하시겠습니까

러시아전에 이어 또 다시 충격의 패배를 당한 축구 대표팀. ⓒ 연합뉴스 러시아전에 이어 또 다시 충격의 패배를 당한 축구 대표팀. ⓒ 연합뉴스

앞서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달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난 공격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그것을 포기하면서 수비적으로 가서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다”며 “본선에서는 공격적으로 가면서 강팀하고 붙어도 투쟁력 있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유럽 원정 평가전을 통해 신태용 감독이 그리는 공격 축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판명됐다.

지난 최종예선에서 공격력 부진에 대한 질타를 만회하겠다는 호기는 좋으나 분명 신태용 감독은 맥을 잘못 짚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강팀들을 상대로 지지 않는 축구를 구사해야 한다. 냉정하게 한국의 현 전력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 32개 팀 가운데 32위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예상보다 전력이 약한 러시아, 이틀 뒤 최종예선을 치르고 정예 멤버를 가동하지 않은 모로코를 상대로도 졸전을 펼치면서 공격축구를 구사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수비가 강하지 못한 팀은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닫길 바랄 뿐이다.

기회 준다던 신태용, 왜 대거 교체 감행 했나

모로코전 패배 이후 허탈해 하는 선수들. ⓒ 연합뉴스 모로코전 패배 이후 허탈해 하는 선수들. ⓒ 연합뉴스

모로코전을 앞둔 신태용 감독은 “모두 1분이라도 뛰게 할 생각”이라며 자신의 뜻을 드러냈다.

이에 모로코전에는 러시아전에 선발로 나섰던 손흥민, 장현수, 이청용 등 세 명을 제외하고 모두 선발 라인업을 교체했다.

당초 이번 신태용호 2기는 지난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조기 소집에 응한 K리거들을 차출하지 않았다. 여기에 유일한 전문 왼쪽 풀백 자원이었던 윤석영마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불가피하게 선수들의 포지션 이동이 생겼다.

좋은 결과를 내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봤을 때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염두에 둔 과감한 실험이라도 감행했어야 했다.

대표팀이 자주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테스트해보고,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이 수반돼야 했는데 남태희, 김보경, 김기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7분에 불과했다.

러시아전에서 실패를 맛본 변형 쓰리백이 10분 만에 2실점을 내주며 무너지자 포백으로 급하게 수비를 전환시켰다. 이 과정에서 윙어 이청용이 윙백에서 풀백까지 내려앉았고, 후반 초반에는 토트넘에서 효용 가치가 없었던 손흥민 원톱 카드를 잠시 가동하기도 했다.

본선 무대에서 실제 이청용의 풀백, 손흥민 원톱 기용을 염두에 두고 실험에 나선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오히려 야심차게 꺼내 든 변형 스리백의 전술적 패착이 초반에 드러나자 대량 실점을 걱정해 전술을 급히 바꾼 기색이 역력하다. 자연스럽게 실험이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이번 유럽 원정 평가전을 통해 신태용호가 보여준 한계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감독은 자가당착에 빠져 있고 선수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루 빨리 패착을 인정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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