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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서로 사랑하세요" 글귀를 보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09.10 11:08 수정 2017.09.10 11:15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남원성당~표선성당~제주민속촌~표선해비치해변~성산일출봉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필자 주>

【1.13(수), 열일곱 번째 날】

2박 3일간의 피정을 마치고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10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오늘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성당을 둘러보기로 했다. 경희가 인터넷을 뒤져보니 표선성당, 성산포성당, 애월성당이 예쁘다는 평이 많아 이들 성당을 찾아가 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제2산록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눈이 내린다. 날씨가 흐리니 해변가는 비가 오겠지만 한라산 중산간 지역이라 눈이 오는 모양이다. 눈이 와서 미끄러워 그런지 벌써 길옆 도랑에 처박혀 있는 승용차도 보이고, 작은 트럭이 사고를 낸 것도 보인다. 또 한라산을 종단하는 1100번 도로 교차점에 오니 교통경찰이 차량에 체인이 없으면 통제를 하는 관계로 사람들이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체인을 채우느라 야단법석이다. 우리는 한라산 중산간 횡단도로를 달리다 보니 눈이 흩날릴 뿐 쌓이지는 않아 차가 달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솔오름 부근 전망대 옆 도로변 자동차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려고 일부러 좀 돌아왔는데 단골 아저씨가 안 보여서 옆집 자동차에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셨는데 주문받은 후 즉석에서 내리지 않고 미리 내려둔 커피에 따뜻한 물을 섞어 만든 커피라 단골 자동차커피처럼 즉석에서 내려 주던 커피보다는 맛이 덜한 것 같다. 아저씨는 왜 안 나온 것인지, 몸이 아파 그런 건 아닌지 궁금하고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남원성당 모습.ⓒ조남대 남원성당 모습.ⓒ조남대
2011년 제주건축문화대상으로 선정된 회색벽돌로 둥글게 지은 표선성당.ⓒ조남대 2011년 제주건축문화대상으로 선정된 회색벽돌로 둥글게 지은 표선성당.ⓒ조남대

표선성당 가는 길에 남원성당이 있어 들렸다. 남원성당은 빨간 벽돌로 뾰쪽한 종탑이 있는 옆으로 길게 뻗은 건물이다. 평이한 건물이다. 남원성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표선성당에 들렸다. 회색 벽돌로 둥글게 지은 건물인데 2011년 제주도 건축문화대상 공모에서 창의성과 예술성이 인정되어 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건물이다. 또 옆에는 회색 벽돌로 길게 지은 사무동 건물도 있다. 성당 같은 느낌은 없지만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다. 건물 내부는 햇볕이 들어와 밝은 분위기다. 본당 들어가는 입구에서 고개를 들면 천장이 뚫려 있어 하늘이 보이는데 십자가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19세기 모습으로 재현한 제주민속촌 모습.ⓒ조남대 19세기 모습으로 재현한 제주민속촌 모습.ⓒ조남대

표선성당을 지나가다 보니 제주민속촌이 보여 이곳 풍습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들어가 봤다. 민속촌으로 들어가는 길은 양옆에 가로수가 멋있게 펼쳐진 아름다운 길이다. 민속촌인데도 1인당 입장료가 1만 원이나 되어 할인을 받았는데도 두 사람이 1만 7000원이다. 제주도의 해안・중산간・어촌・농촌 등 각 지역의 가옥과 관아 형태와 풍습・농기구・어구 등을 전시해 놓았다. 다른 지역에 있는 박물관과 거의 비슷한 분위기다. 날씨가 쌀쌀해서 대충 보고 나왔다.

성산포성당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표선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너무 멋있어서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썰물 때라 하얀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가까운 바다는 하얗게, 멀고 깊은 바다는 푸르거나 아주 파랗게 보이는 풍경이 외국의 어느 바닷가 못지않게 예쁘다. 겨울 바다가 이럴 진데 여름 바다는 또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주 바다는 바다 밑에 갯벌이 없고 화산암으로 되어 있어 모래사장이 있는 바닷가는 어디를 가나 해수욕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주 깨끗하고 푸르다.

성산일출봉 풍경.ⓒ조남대 성산일출봉 풍경.ⓒ조남대

점심시간이 지나 성산일출봉 부근 맛집을 찾아갔다. 전에 이 근처에 와서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전복뚝배기를 시켰는데 큰 전복이 네 마리나 들어 있었지만 전에 먹어 본 것처럼 맛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성산일출봉 주차장에 가서 사진을 몇 컷을 찍었다.

또 도로변 밭에는 유채꽃이 만발해 자동차를 길가에 길게 주차해 놓고 밭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데 밭주인은 입구에서 1인당 1000원을 받고 있다. 자동차가 평일인데도 20여대 이상 주차해 있는 것 보면 주말이나 휴일에는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 돈을 그냥 끌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지난 지점에도 유채밭이 있지만 거기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같은 유채밭인데 위치 차이 때문인 것 같다.

성산포성당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의 아름다운 풍경.ⓒ조남대 성산포성당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의 아름다운 풍경.ⓒ조남대

성산포성당은 일출봉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성당 건물도 좀 특이하지만 성당 앞 잔디밭에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라는 말씀이 돌에 새겨져 있다. 또 성당 앞 잔디밭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성산일출봉이 또렷이 보인다. 십자가와 함께 보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니 멋있다. 또 성당 앞마당까지 바닷물이 들어오고 주변 습지에는 갈대밭이 자연 그대로 조성되어 있어 아주 조화롭다. 일출봉을 배경으로 가운데 소나무 한그루와 그리고 바로 앞에는 바닷물과 함께 갈대가 있는 풍경이다. 너무 아름다워 황홀하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성산포성당 모습. 성당 앞 잔디밭에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돌에 새겨져 있다.ⓒ조남대 성산포성당 모습. 성당 앞 잔디밭에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돌에 새겨져 있다.ⓒ조남대

이제 마지막으로 애월성당을 찾아가는 길이다. 성산포성당에서 5시에 출발해서 달렸지만 1시간이 더 걸리는 길이다. 느긋하게 다니다보니 시간이 지체되어 6시쯤 도착했다. 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어둡지만 ㄴ자 형태로 된 높다란 부분에는 예수님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고 다른 방향으로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사진을 찍으니 불이 밝혀진 창문만 겨우 보일 정도다. 성산포성당과 마찬가지로 애월성당도 바닷가에 있다.

집에 돌아와 내일 일정을 짠다. 아침에 딸과 사위가 우리를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서울에서 온다니 공항으로 마중 가서 아침밥을 같이 먹어야겠다. 오늘은 좀 여유 있게 보낸 것 같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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