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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중에 맞이하는 피정이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08.20 07:08 수정 2017.08.20 09:04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성 이시돌 자연 피정 첫째 날(성 이시돌센터 관람, 새미은총의 동산의 예수님 생애공원 산책 및 십자가의 길 기도, 주일 미사, 주제 강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필자 주>

【1.10(일), 열네 번째 날】

십자가를 지고 가다 쓰려지는 예수님을 형상화 한 모습.ⓒ조남대 십자가를 지고 가다 쓰려지는 예수님을 형상화 한 모습.ⓒ조남대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장면을 형상화 한 모습.ⓒ조남대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장면을 형상화 한 모습.ⓒ조남대
묵주기도호수 주변을 산책하며 설명을 듣고 있는 피정에 참가한 신자들.ⓒ조남대 묵주기도호수 주변을 산책하며 설명을 듣고 있는 피정에 참가한 신자들.ⓒ조남대
성당 제대 모습.ⓒ조남대 성당 제대 모습.ⓒ조남대

어제 저녁 한라산 등산을 하고 목욕을 한 후 목이 말라 막걸리 1병을 마신 탓인지 너무 피곤하고 졸려 일정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미흡한 부분을 정리했다.

오늘은 성 이시돌 성당에 2박 3일간 자연 피정을 가는 날이다. 10시 반까지 이시돌 성당 피정의 집에 도착하면 되는 관계로 좀 느긋하게 아침밥을 먹고 9시 반쯤 세면도구 등 피정 준비를 하고 출발했다. 숙소에서는 10여 ㎞의 거리에 있어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거리다.

성당에 와 보니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피정 센터 127호실에 배정을 받았다. 3명이 사용하는 방인데 우리는 부부인 관계로 함께 한방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준다. 11시에 전체 피정 인원이 모인다고 하여 시간 여유가 있어 우리는 피정 센터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 이시돌 피정센터를 비롯한 요양원・의원・유치원・목장・수녀원・삼위일체 성당 등 관련 공동체가 600만 평이나 되는 울타리 안에 있단다.

또 성 이시돌 피정의 집이 속한 공동체의 주보성인인 ‘성 이시돌’은 1110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농장의 머슴으로 일했으나 믿음이 매우 강했으며, 매일 미사 참례와 영성체를 열심히 하였다. 농장 하녀와 결혼한 이후 이들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었으며, 농장주인은 이시돌이 밭을 갈 때는 천사가 도와주는 것을 목격하였으며, 이후 이시돌은 농부 3명의 몫을 한다는 말이 번졌단다.

이시돌은 1170년 5월 15일에 60세의 나이에 돌아가셨으며, 1622년 3월 22일 성인품에 오르게 되었고 1947년 2월 22일부터 성 교회는 성 이시돌을 온 세계 농민들의 주보성인으로 모시게 되었단다.

피정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오는 관계로 성 이시돌 피정센터 버스가 공항으로 나가 이들을 태우고 왔다. 11시가 되니 피정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들이 소강당에 모여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레지오 단원・형제자매・가족・부부 또는 혼자서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우리도 제주도 한 달 여행 중에 참석했다고 소개했더니만 모든 사람이 부러워한다. 곧바로 점심식사를 하고는 성 이시돌 센터와 새미은총의 동산을 둘러보았다.

성 이시돌 목장은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25세의 젊은 맥그린치 신부님이 1954년 제주 한림공소에 첫 부임하여 이곳 제주에서 참담한 가난을 목격했단다. 그리고 가난보다 더한 절망을 몰아내기 위해 힘겹고도 고된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단다. 버려진 땅, 척박한 땅, 희망 없는 가난한 땅, 모두가 불가능하다며 외면했던 황무지에 묵묵히 씨앗을 뿌렸다. 이미 반세기를 넘긴 ‘제주 성 이시돌’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단다.

새미 은총의 동산은 묵주기도와 미사가 가능한 성서 공원으로 다듬어진 곳으로 예수님의 탄생과 공생활의 특별한 사건과 기적들을 실제 인체 크기의 조각들로 표현하고 있는 ‘예수 생애 공원’과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십자가의 길’을 산책하며 묵주기도를 할 수 있는 ‘묵주기도 호수’ 등이 조성되어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설명을 듣고 난 다음 십자가의 길을 돌며 기도와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예수님은 가시관을 쓰고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다 3번이나 넘어지셨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걸어가 결국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 나도 기도와 묵상 중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십자가의 길을 순례하고 좀 쉬다가 5시부터 주일미사를 드렸다. 우리는 각자 아들 부부와 딸 내외의 가정을 위한 생미사를 봉헌했다. 외국인 주임신부님께서는 알아듣기 쉬운 말씀으로 편안하게 강론을 하신다.

미사 후 곧이어 저녁식사를 했다. 밥과 반찬이 너무 맛있다. 더 먹고 싶은 유혹을 자제했다. 식사 후 7시 반부터 1시간 동안 강당에서 수녀님으로부터 ‘찬미 받으소서’라는 제목의 강의가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연 사랑과 환경보호에 대한 내용으로 ‘파괴되어 신음하고 있는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곧 우리 이웃을 사랑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며, 이를 위해 우리 스스로 하나하나 생활 속에서 교육하고 연대를 통해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구체적 예로 손수건과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전기와 물을 아끼고, 1회용품을 줄이고, 계단을 이용하는 것 등 조그만 것부터 실천하자’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나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이 파괴되어 가는 지구를, 아니 어쩌면 나 자신을 살리는 길일 것이다.

10시 반이 되면 불 끄고 내일을 위해 잠을 잘 것을 주문한다. 우리는 낮에 준비해 둔 제주도 특산물인 한라봉 막걸리 한 통을 둘이서 맛있게 마셨다. 그런데 다 마시고 통에 적혀있는 제조지 주소를 보니 경북 상주시 화북면이다. 내 고향에서 만든 것이라 반가웠지만 제주도 특산품을 제주도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의아했다. 한잔하고 기분 좋게 잠들다.

글/조남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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