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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의자에 앉아보다니...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08.06 06:53 수정 2017.08.06 10:09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아홉굿 의자공원~평화박물관・일본군 지하요새~점보빌리지~다스름 테마파크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필자 주>

【1.8(금), 열두 번째 날】

오늘도 집 주변 관광 2일 차다. 날씨도 춥고 집 주변에도 괜찮은 관광지가 많아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다. 봉황솟대박물관을 T맵으로 찾아갔는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 소개된 책자 전화번호로 확인해 보니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 준비 중인 관계로 문을 닫았다면서 미안하다고 한다. 조금 기분이 나쁘다. 제주도 관광 안내 책을 쓸 때는 현지를 확인하고 해야 하는데 제주도 관광지가 너무 많으니 그러질 못한 모양이다.

아홉굽 의자공원은 각종 모양의 의자 1천개를 전시해 놓았다.ⓒ조남대 아홉굽 의자공원은 각종 모양의 의자 1천개를 전시해 놓았다.ⓒ조남대

다음 방문 장소는 ‘아홉굿 의자마을’이다. 몇 년 전 방문한 적이 있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이 자기의 마을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의자 조형물을 만들어 전시함으로써 마을의 인지도와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과거에는 인지도가 제주 상위 1%였었는데 이제 전국 상위 1%인 마을로 탈바꿈시켰단다. 마을 주민들이 땅을 매입하고 각종 의자만 1000여 개를 만들어 전시한 공간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인촌 문화부 장관 등도 방문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단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지만 아침 이른 시간이라 관광객이 우리밖에 없다.

우리 집이 있는 청수리에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평화박물관이 있고 돌하루캠핑장과 또 고래머들 공원이 있다. ‘고래머들’은 한경면 청수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농기구인 맷돌(고래)을 만들었던 돌 동산 ‘머들’을 말한단다. 청수리 일대에는 돌로 만든 방아인 고래를 만드는 돌이 풍부했던 곳이란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한국인을 강제동원하여 만들어 놓은 가마오름 동굴진지 입구.ⓒ조남대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한국인을 강제동원하여 만들어 놓은 가마오름 동굴진지 입구.ⓒ조남대

다음에 간 곳은 평화박물관과 가마오름 일본군 지하요새다. 이 박물관 주차장에 들어서자 건물 전면에 “자유와 평화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and peace not free)”라고 크게 쓰여 있어 공감을 가게 만든다.

입구에서 표를 구입하려고 하니 어떤 남자 두 분이 친근해 보여 인사를 했더니만 아는 체를 하며 전시관이 볼 만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청수리 전 이장이고 박물관 관장이라고 이야기한다.

박물관에 들어가 영상을 보는데 이영근 관장의 이야기가 나와서 자세히 보니 좀 전에 입구에서 만났던 그분이다. 참 고생을 많이 한 훌륭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영근 관장은 관광버스 기사였는데 자신의 부친인 이성찬 옹이 일제 강점기 때 당시 21세 나이로 이 동굴에서 2년 6개월 동안 강제노역을 했었는데 병환으로 누워계시면서도 늘 가족들에게 일본군의 잔혹상을 꼭 알려야 한다고 해서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드리기로 다짐하고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으로 아버지가 증언했던 강제노역의 현장인 가마오름의 땅을 사기 시작해서 천신만고 끝에 부지를 확보한 다음 2002년에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2004년 3월 29일에 개관을 했단다.

정부지원 하나 없이 운영하며 어려움을 겪다 최근에 다른 사람에게 운영을 맡겼다니 다행이다. 이 관장은 ‘후세들이 전쟁의 현장을 찾아와 역사를 바로 알고 배워 화합의 꽃을 피워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의 포성이 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화박물관을 건립했다’고 한다.

전시관에는 전쟁자료, 조선총독부통보 주보, 정신대 모집 문건, 일본군 군복 등 자료와 유물 등 2,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가마오름 정상(해발 140m)에서는 산방산과 모슬포 오름, 알뜨르 비행장과 멀리는 태평양 연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권을 보유하고 있어 1935년부터 일본군이 땅굴을 구축하기 시작하여 1937년 중일전쟁 시는 지휘본부였고, 1941년 진주만 공격 후 연합군의 반격에 대비한 결7호 작전을 지휘했었단다.

또 이 진지는 일본군 최고 지휘부 제58군 111사단 243연대가 주둔하기 위하여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한국인 강제노역에 의해서 구축된 미로형 동굴진지로서, 총 길이 2㎞, 4개 지구, 3층 구조로 높이는 1.6∼3m, 너비는 1.4∼3m 규모이고, 사령관실로 사용했던 방과 회의실・숙소・의무실 등이 있으며, 출입구만 33곳이나 되어 한 번 들어가면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되어 있단다.

그러나 규모가 크고 보존상태가 양호하여 일본군이 제주도에 구축한 동굴진지 양식 등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우리나라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08호로 지정되었단다.

나오는 길에 장갑차가 전시되어 있어 내부까지 들어가 봤다. 군인들을 이동시키기 위한 장비로 해병대로부터 임대하여 전시하고 있단다. 내부는 생각보다 좁아 자유롭게 움직이기에는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관람을 마치고 이영근 관장을 만나고 싶은데 보이지 않아 그냥 왔다.

점보빌리지에서 코끼리가 사람을 태우고 공연하는 모습.ⓒ조남대 점보빌리지에서 코끼리가 사람을 태우고 공연하는 모습.ⓒ조남대

다음은 주변 관광지를 물색하던 중 코끼리 쇼를 볼 수 있는 점보빌리지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공연시간이 1시 30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여유가 있어 점심 먹으려 ‘닥마루’ 식당으로 갔다. 저지마을에 있는 동네식당인데 이미 사람들로 꽉 찼다. 시골마을 식당치고 손님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입구에 들어가 왼편은 일반식당이고 오른편은 뷔페식당이다.

우리는 식당에서 말고기 정식을 시켰다. 1인당 18,000원이다. 말고기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해 어떤 맛인지 알고 싶어서 전부터 먹어보고 싶었다. 먼저 육회가 나왔다. 소고기와 맛이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다음은 말고기 갈비찜이다. 이것도 맛이 소고기와 비슷하다. 다음은 말고기 전골이다. 전골은 조금 다른 맛이다. 처음 먹어보는 말고기인데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배가 덜 고파 맛있게 먹지 못하고 육회를 절반이나 남겼다. 말고기에 대한 선입견도 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점심을 먹고 코끼리 쇼를 보러 점보빌리지에 갔다. 멀지 않은 곳이다. 꼬마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들이 대부분이다. 입장료가 1인당 15,000원인데 스마트폰 할인티켓을 보여 주니까 두 사람이 16,000원이다. 이번 여행에서 스마트폰 할인티켓을 잘 활용한다. 우리도 들어가기 전에 코끼리가 좋아하는 바나나 한 다발을 3,000원 주고 구입했다.

코끼리 7마리가 나와 각종 묘기를 부린다. 무릎 굽혀 인사하기, 의자에 앉기, 두 발로 서기, 무리 지어 파이팅 하기, 조그만 의자에 올라서기, 엉덩이 땅에 대고 앉기, 농구・축구・볼링 하기, 풍선 터뜨리기, 사람 마사지하기, 사람 눕혀 놓고 건너가기, 물 뿌리기 등 각종 묘기를 부린다. 묘기를 부리고는 관광객들에게 와서 바나나를 달라고 코를 내민다. 우리도 동심으로 돌아가 재밌게 보냈다.

시와 드림 족욕카페. 족욕을 하는 동안 뚱딴지 차를 제공한다.ⓒ조남대 시와 드림 족욕카페. 족욕을 하는 동안 뚱딴지 차를 제공한다.ⓒ조남대

마지막으로 피로를 풀 겸해서 족욕을 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시와 드림’ 족욕 카페로 갔다. 일가족 손님들이 와서 족욕을 하고 있다. 양말을 벗은 다음 약재를 넣은 통에 발을 담그고 다시 뜨거운 물을 추가하여 족욕을 한다. 족욕을 하는 동안 뚱딴지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해준다. 한 시간 정도 족욕을 하면서 어깨 찜질까지 하니 열이 좀 나면서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또 감귤 따기 체험을 하는 가족이 오기도 한다.

오늘은 4시 반 정도에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동네 수퍼에 들러 감귤 와인 1병과 내일 한라산 등산 시 필요한 간식 등을 구입했다. 내일 한라산 등산을 위해 오늘은 좀 일찍 쉬어야겠다. 오늘은 동네 주변을 다닌 관계로 45㎞정도 달렸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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