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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일했는데 월급 155만원" 국민연금 중규직들의 눈물

부광우 기자
입력 2017.07.18 06:00 수정 2017.07.18 10:47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 200명 중 70%는 근무 이력 5년 넘어

10명 중 1명은 10년 이상…최저시급 겨우 넘는 급여 일괄 적용

자랑하기 바쁜 공단…文 정부 근로자 처우 개선 정책과 엇박자?

국민연금공단이 장기간 근무해 온 계약직 근로자들을 소위 중규직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경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최저시급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의 급여만 일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국민연금에서 10년 이상 근무했음에도 150만원대의 월급만 받고 일하고 있는 사례까지 다수 있을 정도여서, 신분은 정규직이지만 처우는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중규직의 설움을 실감케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장기간 근무해 온 계약직 근로자들을 소위 중규직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경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최저시급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의 급여만 일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국민연금에서 10년 이상 근무했음에도 150만원대의 월급만 받고 일하고 있는 사례까지 다수 있을 정도여서, 신분은 정규직이지만 처우는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중규직의 설움을 실감케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장기간 근무해 온 계약직 근로자들을 소위 중규직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경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최저 시급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의 급여만 일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 처우 개선책으로 내세우는 정규직 전환이 졸속 진행될 수 있는 사례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국민연금 가입지원부 소속 직원들 210명 가운데 지난달 말 기준 재직 인원은 203명으로, 이들 중 계약 형태 변경 전부터 국민연금에서 최소 5년 이상 일했던 직원은 70.0%(142명)에 이른다.

기간별로 나눠 보면 무기계약직 전환 전 국민연금에 5년 이상 10년 미만 재직했던 직원들이 60.6%(123명)로 가장 많았다. 10년 이상 근무했던 인원도 9.4%(19명)나 됐다. 5년 미만 경력자는 30.0%(61명)였다.

이들이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은 지난해 4월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상담원 근무경력자들을 대상으로 총 210명의 무기계약직 모집을 진행했다. 하루에 8시간 일하는 통상적인 전일제 근로자 190명과 1일 4시간 근무하는 조건의 단시간 근로자 20명 등이었다.

문제는 이전 경력 차이와 무관하게 같은 급여를 적용받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보수 수준이 눈에 띄게 나아진 부분도 없었고 체계마저 불투명했다.

지난해 전일제 무기계약직이 된 국민연금 가입지원부 직원들이 처음 받게 된 월급은 일괄적으로 155만원. 연봉으로는 1860만원이다. 국민연금이 모집 공고를 통해 제시한 무기계약직 보수는 전일제근로자 기준 연 2000만원 수준이었다. 국민연금이 약속했던 이 같은 연봉도 충분하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지만, 실제로 내준 돈은 더 적었던 것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해당 무기계약직들을 상대로 이 같은 급여에 중식비는 물론 분기·명절 상여금·휴가비 등을 포함시켰다. 이들은 계약직일 때에도 최저임금 수준에 맞춘 기본급에 연간 140%의 상여금과 35%의 명절 상여금 등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급여명세서에 상세 내역 없이 전체 급여가 기본급으로만 표시돼 나가면서 무기계약직들은 그 구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무기계약직 측이 자세한 내용을 요구하고 나서자 국민연금은 올해 2월에서야 이를 뒤늦게 제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이 같은 무기계약직 채용이 고용 안정화 등 근로자 처우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연봉이 정규직(6261만원) 대비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국내 15개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중 그 격차가 가장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민연금은 무기계약직의 평균 근무 경력이 8개월에 그치고 있는데 따른 현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력이 짧아 급여가 적다는 해명은 결국 이들의 과거 계약직 경력을 고려하면 실상과 크게 다른 셈이다. 물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처음으로 비정규직에서 탈출해 경력이 새로 시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수 년 동안 국민연금에서 일해 온 사람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새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하고 간접고용 철폐를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우면서, 무기계약직이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숫자를 낮추는데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다.

무기계약직은 일반 계약직에 비해 고용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국민연금의 사례처럼 이들에 대한 대우는 계약직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현실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에 있어 무기계약직 방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가짜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이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의 해결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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