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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없이 여야 회동 갖겠다는 청와대, "오만한 자세 못 푸나"

문현구 기자
입력 2017.07.17 12:19 수정 2017.07.17 13:42

대통령 초청 '여야 회동' 불참 굳힌 홍준표

여권, '협치' 붕괴 따른 복원 노력 '외면'하나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9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5당 대표들이 참석해 나란히 앉은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얼굴을 만지고 있다.  왼쪽부터 주이애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9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5당 대표들이 참석해 나란히 앉은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얼굴을 만지고 있다. 왼쪽부터 주이애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제 1야당'을 이끌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 참석 여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주창하는 '협치'의 바로미터로 부상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최근 여러 차례 밝혔다. 앞서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저들이 본부중대, 1·2·3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아무리 정치 쇼를 벌여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면서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 길을 간다"고 밝혔다.

대통령 초청 '여야 회동' 불참 굳힌 홍준표 "황재는 제 갈 길을 간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야권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대표 등과 회동하는 것에 대해 '정치 쇼'로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지난 15일에도 "2011년 11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통과시켰을 때 나를 보고 민주당에서 불공정 협정이고 제2의 을사늑약이고 매국노라고까지 비난했다. 첫 대면에서 서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초청 회동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미국 행정부가 무역 불균형 등을 이유로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자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과거 자신을 비난한 것에 대해 입장 표명을 나타내지 않을 경우 '여야 회동'에 참석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홍 대표의 뜻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홍 대표는 회동 참석을 당부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정권 출범 후 첫 대면에서 대통령과 얼굴을 붉힐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여야 원내대표를 초청하는 게 어떻겠냐고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병헌 정무수석은 "대통령이 외교 사안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인 만큼 당 대표 회동이 맞는다"며 회동 형식을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홍 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민주당 내부에서는 굳이 홍 대표를 '여야 회동'에 참석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부정적 기류도 나타나고 있어 홍 대표의 불참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오갔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 경우 공개적으로 홍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민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정상회담 성과 설명한다는데, FTA가 왜 조건이 되는가"라며 "단독회담하자는 투정이고 독상받겠다는 건데 정치 참 후지게 한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도 17일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홍준표 대표가 끝까지 참석을 안 하겠다고 하면 다른 야당들과 함께 가는 것이라는 전략에 대한 관측도 있다'는 사회자의 물음에 "정말로 협조해 주지 않는 야당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국정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사안별로 그렇게 해야 할 때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양해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경우 국회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는 민주당 내부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집권당 민주당, 한국당 고립 전략 구사…'협치' 붕괴 따른 복원 노력 '외면'하나

최근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야 3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지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민의당을 찾아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것이 받아들여져 국민의당이 추경 심사에 복귀한 바 있다. 비슷한 시점에 바른정당도 역시 '국회 일정 보이콧'을 거둬들인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당은 현재 '제 1야당'인 한국당을 이끌고 있는 홍준표 대표의 주장과 요구 등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집권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마냥 직진만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1야당'과의 대화 통로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다는 점은 우려될 사항이라는 것이 정치권 반응이다.

청와대 역시 홍 대표가 불참해도 여야 5당 대표 회동은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대표 불참' 관련 물음에 "다른 당 대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회동에 참석하기로 한 다른 야당도 마냥 밝은 분위기만은 아니다. 당장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 국정계획을 확정하면서 야당에게 협의는커녕 사전 설명 한마디도 없었다"면서 "협치는 말뿐이고 불통과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소야대' 정국의 화두는 당연히 '협치'로 모아지고 있는데 여당과 청와대 측은 오만한 자세를 풀지 않는다"면서 "이번 여야 회동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만드는 책임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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