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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문 대통령, 지시 하나로 원전 이어 최저시급도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07.17 04:44 수정 2017.10.16 09:53

<칼럼>칭송하다 비난하는 주권자의 변덕 잊지 말아야

독선 독주 독단 경계하고 싫은 말에도 귀 기울이기를

내년 최저임금이 16.4% 오른 7천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16일 소상공인의 경영여건 개선과 경쟁력 강화 등을 담은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이 16.4% 오른 7천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16일 소상공인의 경영여건 개선과 경쟁력 강화 등을 담은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7월 둘째 주(11~13일) 여론 지지율이 여전히 80%를 유지했다. 한국갤럽이 문 대통령에 대한 주간 지지도 조사를 시작한 6월 첫째 주 이래 80% 아래로 떨어진 적은 6월 제4주 딱 한 번뿐이었다. 가장 높았던 때는 6월 첫째 주로 84.1%에 이르렀다. 정말이지 천장을 뚫을 기세였다. 일찍이 누구도 누리지 못했던 폭발적 인기라 할만하다.

하긴 역대 대통령의 경우로 말하자면 아직은 취임에 이르지도 못한 시점이다. 그들은 인수위 기간을 가졌지만 문 대통령은 당선 즉시 취임했다. 따라서 바로 비교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지지율임에는 틀림없다.

더 놀라운 것은 6월 3주차 호남 지지율이 99%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전국 조사 결과 가운데서 호남부분을 떼어낸 것이니까 표본 수가 제한적이긴 하다. 따라서 이를 ‘호남지지율’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 해도 ‘경이롭기까지 한’ 수치다. 그래서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 인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경이로운 지지율의 고공행진

왜 호남의 주민들이 이처럼 대단한 지지를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지는 쉽게 짐작이 안 된다. 진보좌파 정치인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였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쫓아내고 법정으로 보내는 데 성공한 촛불지도자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백한 ‘호남의 아들’이자 ‘돌아온 탕아’이기 때문에, 호남이 만들어낸 대통령이기 때문에, 호남 인재를 중용하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렇게 끝없이 이어가도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긴 “좋은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고 하면 더 이상 물을 것도 없겠다.

문 대통령은 거의 ‘무조건적 인기’라는 날개를 달고 계속 고공비행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치하는 스타일도 당선 이전의 일반적 예상과는 아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사람 좋은’ 모습과 말투가 표심을 이끌었을 텐데 갈수록 독단과 결기가 두드러져 보인다. 5월 15일자 ≪타임≫의 표지에 나온 문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풍기는 이미지 그대로다.(왜 타임 측은 ‘협상가’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문 대통령의 얼굴을 그처럼 어둡고 강하게 처리했을까?)

그토록 ‘민주’를 외쳤던 정치인이 지시 위주의 리더십을 보이는 게 혼란스럽기 까지 하다.
대표적인 예가 지금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일시중단 조치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공사 중단과 함께 공론화위원회를 구성, 시민배심원단이 향후 방안을 판단케 한다고 의결했다. 그 이틀 후 산업통상자원부는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고 한수원 이사회가 이 지시형 협조요청에 적극 부응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미 공사비 1조 6000억 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건설을 아예 중단할 경우 매몰비용이 최소 2조 6000억 원 들 것이라고 한다. 이해관계자들도 아주 많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뜻’ 하나에 정부 한수원 모두 조금의 주저함 없이 일사천리로 공사중단 목표를 향해 치닫고 있다. ‘시민배심원’이라고 하지만 멀쩡히 잘 진행되던 공사를 중단하고 아예 백지화하겠다는 정부에 맞설 위원회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갈수기의 4대강 보 개방도 그런 식으로 강행됐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6개의 보가 열렸다. 곳곳에 가뭄비상이 걸린 상황 속에서도!(대통령이 녹조에 대해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시급 1만원, 성과연봉제 폐지, 자사고 폐지,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철도 경쟁체제 백지화 등도 거칠 것 없이 추진되고 있다. 누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의 앞을 가로막으랴! 잔소리 말고 80%대를 유지하고 있는 문 대통령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라! 그런 것인가?

최저시급의 경우 내년엔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확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가 15일 실시한 표결의 결과다. 문 대통령의 공약으로는 올해 목표가 7481원이었다. 초과달성이다. 여론 지지율 80% 대통령의 위력이다! 근로자들 월급 올려주는 것이야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단 고용주 측의 지급 능력의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최저시급으로 씨름을 해야 하는 고용주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일 리가 없다.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그 부담을 안아야 한다. 이들 가운데 아마도 절반 이상이 저임금 의존형 업종일 것이고 경영상태는 한계상황에 놓여 있을 게 뻔하다. 길은 하나뿐이다. 하다하다 안 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그 나마의 직장이라도 갖고 있던 직원은 물론이려니와 사업자 자신도 실업자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지시하나로 해결되는 난제들

길이 없지는 않다. 그 차액만큼 국고에서 보조해 주면 된다. 정부는 이미 영세사업체 임금 초과인상분을 직접 지원키로 하는 등 국가 공동 임금 지급체계를 선보이려 하고 있다. 파산이 속출하면 지원 범위와 규모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일자리 부족을 공무원 및 공공부문 직원 충원으로 해결하겠다는 정부가 그 정도의 추가부담을 겁내겠는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기업경영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조치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한다고 해서 비정규직의 제도화가 이뤄진 것이 김대중 정부 때였다. 완전고용이 이뤄지기는커녕 일자리 사정은 더 나빠지고 있다. 그런데도 모두 정규직화하라고 한다면 아예 고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실업자도 공무원 증원으로 해결할 것인가. 채용 시의 조건이 같지 않았던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대통령의 지시만으로 평등화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차별 없는 세상, 모두가 평등한 세상의 구현 아니겠는가.

중요한 시책은 일단 공의(公議)에 붙여서 진지한 논의를 거치도록 하는 게 합당한 순서다. 세종은 토지세제도를 공법(貢法)으로 바꿔야 하겠다고 결심하고서도 20년이 넘도록 조정의 논의, 전국에 걸친 여론조사에다 지역별 시범실시 과정까지 거친 후에야 비로소 시행했다. 이 경우는 고심이 너무 과했다고 할 수도 있으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를 먼저 대통령이 지시하고 정부 관계 부처가 급급히 시행에 들어가는 방식은 정말 위험하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임기가 5년에 불과하다는 점이 대통령과 정부의 성급함을 부추길 것 같기도 하다. 업적 욕구가 주는 강박감 때문에 무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이게 문제다. 왜 후임자에게 과제를 물려줄 생각을 않는가. 그 때문에 각종 시책이 5년 마다 단절되는 것 아닌가.

독단적 리더십 위험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사실은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쓰인 용어가 ‘국정농단’이었을 것이다.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사건’이라더니 이제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한 것처럼(정말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워낙 전광석화 같이 탄핵과 사법처리가 이뤄진 탓이다) 이 말을 쓰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대통령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과 법이 정한 바에 반해서 권한을 함부로 행사하고 국정을 어지럽힌다면 그 또한 국정농단일 수가 있다(이 시대에 왜 농단이라는 케케묵은 용어가 부활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중국 고사에 ‘여도담군(餘桃啗君)이라는 게 있다. 미자하라는 미소년이 위(衛)나라 군주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어느 때 그 어머니가 병이 나자 미자하는 주군의 수레를 몰고 달려갔다. 발목을 자르는 죄에 해당되는 행위였다. 주군이 그 일을 전해 듣고 말했다. “효자로다, 어머니를 위하여 발목을 잘리는 형벌도 잊어 버렸구나.” 또 어느 때엔가는 복숭아를 먹다가 너무 맛이 좋다며 군공(君公)에게 내밀었다. 주군은 “참으로 갸륵하구나. 이 맛있는 것을 제가 안 먹고 나에게 주다니”라며 칭찬했다.

세월이 지나 미자하는 늙고 군주의 총애는 떠나갔다. 그가 무슨 일로 벌을 받게 되었는데 군공이 호통을 치며 꾸짖었다.

“이 놈은 언젠가 내 수레를 몰래 탔다. 게다가 제가 먹던 복숭아를 내게 먹이기까지 했다.”

예나 지금이나 주권자는 변덕스럽다. 세종 같은 임금이 아니라면 신뢰와 총애가 끝까지 가기는 어렵다. 현대의 주권자는 국민이다. 국민 또한 변덕스럽다. 지지율에 도취해 있다가는 어느새 바닥에 내동댕이 처진 자신을 보게 된다. 길레르모 오도넬의 경구는 언제나 새롭다. “오늘은 그들(대통령들)이 신의 섭리로 탄생한 인물처럼 추앙받다가도, 내일은 마치 무너져 버린 신상들처럼 저주를 받는다.” 우리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이에 해당되지 않은 사람이 있었는가.

지금 대중과 언론의 찬사를 듣는다고 방심할 일은 아니다. 파죽지세로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원칙을 세워가는 대통령의 기개에 박수와 찬사를 보내는 대중과 언론은 언젠가 바로 그걸 이유로 손가락질과 비난을 퍼부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독선 독단 독주를 경계하는 것이다. 국정 전횡, 국정 농단이라는 임기말년의 책임추궁이 바로 그런 리더십 행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문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일깨워주고 싶다. 싫은 말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으면 그만큼 실패의 여지는 줄어든다. 이카루스의 날개를 잊지 마시길!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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