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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인사참사-1] 인재풀이 좁다…코드·보은·회전문 인사

한장희 기자
입력 2017.07.16 01:40 수정 2017.07.16 18:06

보수·진보 정권 가릴 것 없이 인사 실패 경험

'고소영', '성시경', '유시민'…기준 현실화 필요

문재인 정부 초기 내각 후보자에 올랐다가 낙마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모습. ⓒ데일리안 문재인 정부 초기 내각 후보자에 올랐다가 낙마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모습. ⓒ데일리안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모두 인사 실패 경험 있어
‘고소영’, ‘성시경’, ‘유시민’…매 정부마다 코드인사·보은인사·회전문인사
전문가들, “인사청문회 도덕성 기준,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는 이야기는 시대와 조직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적용되는 금언(金言)으로 여겨진다.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두는지에 따라 일의 성패는 물론이고 조직의 명운이 갈린다. 그 가운데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집행하는 인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매 정권마다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낙마자가 나와 조각·개각이 지연되는 인사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인사권자의 좁은 시야가 문제인지,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은 후보자의 하자가 문제인지, 아니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높아서 그런지, 야당이 뭔가 대가를 바라는 협상카드로 활용해서 그런지, 여러 각도에서 참사의 원인을 살펴보고 제도적 개선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박근혜 정부를 몰락하게 한 국정농단 사태도 잘못된 '용인술'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주위에 '예스맨'들만 앉혀놨으니 정권 몰락의 경보음이 미리 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의 편협한 인사는 정권은 물론 온 나라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뼈저린 경험이었다.

문재인 정부도 조각에서 두 번째 낙마자가 발생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라는 인사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두 후보자 모두 형식상 자진 사퇴 절차를 밟았다. 두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덜기 위한 포석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두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문제 등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문 대통령이 지명철회를 할 경우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진사퇴로 방향을 잡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도 야권에 의해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의 임명강행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들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인사참사 건수는 늘어난다는 게 중론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 김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교육부장관 후보자,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참여정부 당시에는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로 청문회조차 가지 못했다. (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 김 교수는 참여정부 당시 교육부장관 후보자,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참여정부 당시에는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박근혜 정부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 소추로 청문회조차 가지 못했다. (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제는 이런 인사 참사는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역대정부에서도 반복됐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에도 있었고, 이명박 정부에도 일어났다. 더 나아가 처음으로 장관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던 2005년 당시 노무현 정부에도 낙마자는 나왔다.

노무현 정부시절 장관급 이상 후보자의 총 3명이 낙마했고, 이명박 정부에는 총 10명이, 박근혜 정부에도 총 10명의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처럼 매 정부마다 인사 참사가 발생하는 이유로 정치권은 대통령이 알고 있고 쓰고 싶어하는 사람만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선이 끝나고 나면 ‘코드인사’·‘보은인사’·‘회전문인사’라는 단어가 나오게 된다.

지난 2010년 8월 24일 당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김 후보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거짓말과 도청 직원·관용차 사적 활용 등이 불거지면서 자진사퇴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지난 2010년 8월 24일 당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김 후보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거짓말과 도청 직원·관용차 사적 활용 등이 불거지면서 자진사퇴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정부가 바뀔 때마다 호사가들의 입에서는 정부의 인선 특징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곤 한다. 이명박 정부에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 정부에는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인사라고 불렸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특징에 대한 단어도 나왔다. ‘유시민(유명 학교·시민단체 출신·민주당 보은)’인사로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이와 함께 ‘캠코더’인사라는 말도 들린다. 대선캠프·비주류와 시민단체 등 특정 ‘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이라는 단어를 조합한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이 측근이나 대선 캠프,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등용하는 것은 자신의 국정철학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손발을 맞춰봤던 인사들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과거 정부에서 내각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2013년 1월 24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를 발표한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는 모습. 당시 김용준 지명자는 인수위원회를 맡고 있었고 이 인사로 인해 수첩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자료사진) ⓒ인수위사진기자단 지난 2013년 1월 24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를 발표한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는 모습. 당시 김용준 지명자는 인수위원회를 맡고 있었고 이 인사로 인해 수첩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이야기가 시작됐다. (자료사진) ⓒ인수위사진기자단

반면 이런 인사에는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렇게 입각한 인사들은 자질이 부족하거나 해당업무에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직언을 하다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면서 해임됐던 사례도 종종 있고, 입각에 꿈을 가진 인사라면 몸을 사리기 위해 직언을 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풍토는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고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내년에 있을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더해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사청문회에서 이뤄지는 도덕성 검증의 잣대에 대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청문회 통과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모습.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국회 인사청문회의 모습.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대한민국이 반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내는 압축성장을 이뤄낸 만큼 부작용도 따른다”면서 “현재 내각후보자들의 동년배들을 살펴보면 다운계약서와 위장전입 등을 안 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그 당시 관례적으로 행해져왔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도 과거 1900년대 초반 부정부패가 만연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화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지금 당장은 오염된 물이지만 깨끗한 물이 계속해서 들어오면 전체적으로 깨끗하게 변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높은 국민의 잣대에는 맞지 않겠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사회적 기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인사 참사가 무조건적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보수정권은 물론 진보정권에서도 인사 참사가 발생했는데 이는 상대진영의 인사로 스펙트럼을 넓힌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인사를 찾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국민이 용인할 수 있고 납득이 될 만한 기준으로 완화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yk77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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