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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운영이 현기증 날 정도로 '좌충우돌' 해서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07.15 02:00 수정 2017.07.15 05:52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죄 입증에 모두 걸기

박정희 기념우표 취소…'정권 바뀌었다' 실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지난 한 주는 유난히 무덥고 짜증나는 한 주였다. 75년 만의 최고치라는 4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가 계속됐다. 게다가 습도 또한 높은 탓인지 불쾌지수는 올라가고 사람들을 지치게 했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되는 기사들은 보는 사람의 혈압을 더 올리는 내용들로 도배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쾌도난마식으로 문제를 풀었고, 상당수 국민들도 시원함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면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어지럽다. 좌충우돌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천진난만하거나 절망적이거나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이를 해결할 힘이 없고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고 했다.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의 소회다. 지난 2일 한미정상회담 직후의 발언과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대화를 통해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 당당하고 실리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한 바 있다.

지난 달 한국을 방문한 북한의 장웅 IOC 위원에게 문재인 정부는 러브콜을 보냈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공동팀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웅 위원은 지난 3일 한국을 떠나기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머쓱할 정도로 야박한 반응을 보였다. 장 위원은 남북관계를 정치가 우선되기 전에 체육으로 푼다는 것은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다”라고까지 평가 절하했다.

박정희 우표 발행 취소,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12일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는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만장일치로 우표발행을 결정했지만 1년 만에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마침 이날 경남 거제시는 문재인 대통령 생가와 그 주변 4천123㎡에서 개발행위허가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거제시는 문 대통령 생가 주변에 건물 신축을 제한한다. 다음날인 13일 노무현재단은 서울 창덕궁 인근에 2020년까지 노무현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200억 원가량의 건축비는 정부지원과 후원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염량세태 (炎凉世態), 권세가 있을 때는 아첨하여 좇고, 권세가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의 인심을 말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상관없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평가다. 그렇기에 2015년 2월 9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신임대표로 취임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국립 서울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세월이 바뀌었다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뒤집는다면, 오늘의 결정은 또 언제 어떻게 바뀔 것인지 사람들이 염려하지 않겠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죄 입증에 모두 걸기

12일 새벽 2시 오밤중에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황급하게 집에서 뛰쳐나와 특검 관계자를 만났다. 그리고 5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특검 관계자들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검측은 정유라의 요청에 따라 차량 편의를 제공했다고 강변했다. 이날 정유라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당초 불출석 사유서까지 제출)하여 듣기에 따라서는 특검의 구미에 맞는 증언들을 거리낌 없이 했다. 혹시 플리바기닝(검찰과 형량 흥정)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지금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 역임) 서울중앙지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죄를 받아내는 데 거의 사생결단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법원 주변에서 나오는 이야기 대로 만약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뇌물공여죄에서 무죄를 받게 되면, 뇌물을 받았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꼬인다. 아니 꼬이는 정도가 아니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문재인 정부 초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공소유지를 최우선적으로 당부할 정도였다.

14일 오후 3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박수현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주로 삼성의 경영권승계 지원과 관련된 자료 그리고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자료들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 사본을 검찰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특검과 검찰은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확실한 유죄를 받아내기 위해서 올인(모두 걸기)을 하는 모습이다.

완급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13일 새벽 미국 트럼프 정부는 한미정상회담 12일 만에 청구서를 내밀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재협상 논의가 없었다고 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USTR(미국무역대표부)이 정식으로 한미 FTA 개정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14일 문 대통령의 탈(脫)원전 공약을 지킨다면서 탈도 많고 말도 많은 한수원의 신고리 5․6호기 일시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한수원 이사회는 노조와 주민들의 필사적인 반대를 피해서 경주 한 호텔에서 변칙적으로 안건을 처리를 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안팎으로 난관에 봉착해있다. 북핵문제, 한미 FTA 개정협상 문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문제 등 악재가 계속된다. 그렇다고 국내문제가 술술 풀리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꽉 막혀있었던 추경문제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을 ‘대리 사과’하고, 조대엽 노동부 장관후보자를 사퇴시키면서 겨우 수습의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조각(組閣)이 완성되지 못했고, 추경처리와 정부조직법 처리도 첩첩산중이다.

그러다보니 문재인 정부도 조바심을 낼만하다. 조금만 지나면 출범 100일 맞게 된다. 역대 정부가 거의 다 그렇듯이 100일에 무엇인가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허니문기간도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니 100일 동안 우격다짐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강하게 몰아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질 수 있다. 결과물이 없으면 이미지 정치를 통해서라도 있어보여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무리수는 또 다른 무리수를 낳게 되고 언젠가는 동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결과만큼이나 절차적 정당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재임기간 5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다. 그야말로 하나하나 초석을 놓아간다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글 / 황태순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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