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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덫'에 걸린 문재인 대통령, '송·조' 임명 두고 장고

이충재 기자
입력 2017.07.11 17:52 수정 2017.07.11 18:01

'반대우세' 여론에 속도조절…임명 강행 '명분 쌓기'

"시간벌기 꼼수정치" 비판에 "진심 왜곡하지 말라"

문재인 대통령이 7월 4일 청와대에서 NSC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7월 4일 청와대에서 NSC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미루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국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다하도록 며칠 시간을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의 재송부 시한을 넘겼으니 문 대통령이 송·조 후보자를 임명해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정국 분수령에서 '장고'(長考) 택한 정치적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시간을 두고 야당을 설득해 입장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의 '공식입장'이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을 설득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두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을 지명 철회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야3당의 입장이 각기 달라 '극적인 타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인사권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굉장히 신성하고 진중하게 해야 할 권리"라고 '선별 철회' 가능성을 일축했다.

두 번째는 여론을 살피고 결정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의 영향으로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 80%에 육박하는 국정운영 지지도는 문 대통령의 최대 무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국민여론을 우선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강경화 외교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문제는 송·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여론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당시 찬성여론이 반대보다 두 배 가량 높았지만, 송·조 후보자의 경우 반대여론이 우세하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는 발언이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의 장고가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을 쌓는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입장에선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더라도 '야당을 충분히 설득했다'는 입장을 내세울 수 있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증을 거쳐 국회와 국민에게 인사를 추천한 이후 청와대 검증보다 심각한 부적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으면 인사권이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 "시간벌기 꼼수정치" vs 청와대 "해도해도 너무해"

이날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례적으로 기자 브리핑을 가졌다. 청와대가 '임명 연기' 입장을 밝힌 뒤 국회가 아닌 청와대 기자실부터 찾았다. 야당이 "시간벌기 꼼수정치"라며 거세게 반발하자 언론을 통해 긴급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꼼수가 아니다'고 설득하는 데 브리핑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전 수석은 "진심을 왜곡하지 말아달라"며 "문 대통령이 여야 협상의 시간을 마련해보겠다고 한 것을 꼼수라고 공격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다시 진지한 협의를 해줄 것을 야당 지도부에게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야당이 어떻게 하나를 보자는 것이고, 여론 동향을 파악해보자는 것 아니냐"면서 "술수정치·꼼수정치·잔수정치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청와대가 임명 연기론을 흘린 것은 미봉책이자 또 하나의 꼼수"라고 지적했고,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여당을 중심으로 한 사람만 지명 철회하면 안 되겠느냐고 의사타진 중이라는데 이는 꼼수 중의 꼼수"라고 꼬집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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