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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사랑한 사진작가의 뼈가 뿌려진 곳...

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 2017-07-09 07:13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필자 주>

【1.4(월), 여덟 번째 날】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그동안 모아두었던 쓰레기를 태우고 8시 40분쯤 집을 나섰다. 오늘은 제주도 동쪽인 성산과 구좌읍 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일정은 성산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과 인근에 있는 일출랜드와 미천굴 그리고 혼인지를 관람하고 구좌에 있는 해녀박물관과 만장굴을 보는 것이다. 우리가 있는 서쪽인 한경면과는 반대쪽이니 거리가 상당히 멀다. 첫 방문지인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까지는 68㎞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성산으로 가려면 내가 좋아하는 제2산록도로를 달린다. 언제 달려도 시원하게 뚫린 도로로서 신호등도 없고 대부분 차가 일정한 속도로 달릴 수 있어 좋다. 양쪽으로 울창한 소나무가 있는 도로는 운치가 있어 좋고, 갈대가 있는 도로는 한라산과 시원한 바닷가가 보여서 좋다.

시원하게 달리다 한라산을 종단하는 5·16 도로와 교차지점에 이르자 도로변 자동차에서 커피를 만들어 파는 것이 보인다. 좀 쉬고 싶은 데다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지 않아 커피가 고픈 시점이라 차를 세웠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시켰는데 마침 현금을 갖고 오지 않아 아메리카노 한 잔만 시켰다. 그러자 주인아저씨가 외상으로 주겠다며 흔쾌히 두 잔을 준다. 다음에 들릴 기회가 되면 다시 찾아와서 외상값을 주면 한잔을 서비스로 드리겠단다.

기분 좋게 커피를 들고 길가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 위로 올라가 한라산과 서귀포 앞바다를 보면서 따뜻한 모닝커피를 마시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은 기분이다. 커피 아저씨와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길을 달렸다. 1115번 산록도로를 타고 갤러리까지 가는 68㎞지점 정도에 신호등을 한 번만 만나고 논스톱으로 달렸다.

제주 성읍민속촌에 있는 가정집 입구 모습.ⓒ조남대제주 성읍민속촌에 있는 가정집 입구 모습.ⓒ조남대

오는 도중에 제주 성읍민속촌 간판이 길거리에 있어 잠깐 들러 사진만 찍고 나왔다.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지 민속촌 가게마다 의자를 배치해 놓고 교실처럼 만들어 놓았다. 관광객이 오면 시음을 시켜주고 각종 음료와 물건을 팔기 위해 앉혀 놓고 설명을 하는 모양이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관광객은 없고 가이드들만 조그만 사무실에 앉아 있다. 아마 중국 관광객들이 오면 현지를 안내하려고 그러는 것 같다. 주변에 인공적으로 조성한 마을도 있지만 주민들이 사는 마을도 있는 등 주변이 완전 관광 촌이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조남대김영갑갤러리두모악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조남대
혼인지 모습.ⓒ조남대혼인지 모습.ⓒ조남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삼달분교를 개조하여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는데 한라산의 옛 이름이기도 한 ‘두모악’은 20여 년간 제주도만을 사진에 담아온 김영갑 선생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김영갑 선생은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가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그곳에 매혹되어 1985년에 아예 섬에 정착했다. 바닷가와 중산간, 한라산과 마라도 또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들판, 억새 등 제주도의 모든 것을 사진에 담았다.

그러던 중 셔터를 누를 때 손이 떨리는 등 힘이 없어 대학병원에 갔더니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며 3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2002년 여름 갤러리 문을 열었다. 그리고 투병한 지 6년만인 2005년 5월 손수 만든 두모악 갤러리에서 잠들었고 그의 유골은 평소 그가 사랑하던 마당 감나무 밑에 뿌려졌단다.

갤러리는 초등학교를 개조한 관계로 앞마당에는 꽃과 나무를 심어 정원을 조성했고 교실은 전시실로 바꾸어 지금은 주로 오름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다음은 바로 옆에 있는 일출랜드와 미천굴 관광지로 이동했다. 일출랜드는 야자수 등 아열대 식물들로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SBS 런닝맨을 일출랜드에서 촬영했다고 곳곳에 홍보판을 설치해 놓았다.

일출랜드 안에 미천굴이 있다. 이 굴은 총 1,700m 중 365m만 공개하고 나머지는 미공개란다. 그러면서 관람 가능 최종지점에는 ‘공개 가능한 365m 지점까지 온 관광객은 미천굴의 신비가 365일 동안 건강을 지켜드리겠다’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이 동굴은 폭과 높이가 15∼10m 정도로 대형 동공과 웅장한 폭이 특징이며, 비 온 다음 날 조용할 때는 물 흐르는 소리와 물 떨어지는 소리가 지하 동굴의 신비를 느끼게 하며, 여름에는 한기를 느낄 정도로 시원하지만 요즈음은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그런지 동굴 내부가 바깥보다 조금 추운 것 같은 느낌이다.

혼인지 모습.ⓒ조남대혼인지 모습.ⓒ조남대

점심시간이 되어 감에 따라 다음 방문지인 혼인지 부근 맛집을 경희가 인터넷을 뒤져 찾아보니 순덕이네 집의 해물탕이 맛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찾아보니 혼인지 바로 인근이다. 오래된 집인 줄 알았는데 최근에 새로 지어 이사해서 깨끗하다. 12,000원 하는 전복뚝배기를 시켰는데 국물 맛이 상당히 좋을 뿐 아니라 전복이 크지는 않지만 7마리나 들어있다. 맛있게 먹고 바로 인근에 있는 혼인지를 찾았다.

혼인지는 삼성혈에서 태어난 탐라의 시조인 고・양・부 3신이 동쪽 바닷가에 떠밀려온 함에서 나온 벽랑국 세 공주를 맞이하여 각각 배필로 삼아 이들과 혼례를 올렸다는 곳이다. 혼인지는 조그만 연못과 전통혼례를 치를 수 있는 시설 등이 있을 뿐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관광객도 우리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옆 주차장은 100여 대나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 크게 만들어 놓았다.

1132번 일주도로를 따라 구좌읍에 있는 제주 해녀박물관을 찾았다. 제주의 상징인 해녀에 대해 알고 싶어서 방문했는데 오늘이 마침 휴관일이란다. 매월 1, 3주 월요일이 휴관일이라나. 박물관은 전시실과 영상실, 전망대, 공연장 등으로 되어 있다는데 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하고 야외에 설치해 놓은 해녀상과 배, 불턱 등을 배경으로 사진만 촬영하고 발길을 돌렸다.

참고로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불을 피워 몸을 덥히는 등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곳으로 둥글게 돌담을 에워싸 만들었는데 마을마다 3∼4개 정도 있으며, 지금도 70여 개의 불턱이 제주도에 남아 있단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만장굴로 향했다. 만장굴은 명성에 걸맞게 주차장부터 차량이 빼곡하다. 만장굴은 천연기념물 제98호로 길이가 7.4㎞이며, 부분적으로 다층구조를 지닌 용암동굴이다. 현재는 1㎞정도만 개방되어 있는데 주 통로는 폭이 18m, 높이가 23m에 이르는 등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의 동굴이며, 지금까지 내가 본 우리나라 동굴 중에서 가장 크다.

만장굴 내에는 용암종유, 용암석순, 용암유석, 용암선반 등의 다양한 용암동굴생성물이 발달하여 있으며, 특히 개방구간 끝에서 볼 수 있는 약 7.6m의 용암석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단다.

경희는 폐쇄된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다. 일출랜드와 붙어 있는 미천굴에 갔을 때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만장굴은 길이가 길고 내부가 어둡다고 하니 그만 안 들어가겠단다. 내가 잘 모시고 간다고 해도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혼자 다녀오란다. 내키지 않는데 억지로 할 수 없어 혼자 갔는데 지금까지 본 최대 규모의 동굴을 나 혼자 봐서 좀 아쉬웠다.

만장굴 관람이 오늘의 마지막 코스였는데 경희가 선흘리 동백동산이 좋을 뿐 아니라 바로 인근에 있다며 가잖다. 만장굴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 핸드폰을 통해 주변 관광지를 찾아본 모양이다.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금방 도착했지만 4시 반이 지난 데다 날씨가 흐려 탐방하는데 1시간 반이나 걸릴 뿐 아니라 동백동산 내부 지리도 모르는 초행길인 관계로 지금 입장해서 산책하기는 무리라는 안내원의 이야기를 듣고 입구 부분만 보고 나오겠다고 하고는 들어갔다.

선흘곶 동백동산은 제주도 기념물 제10호로 난대성 상록수가 울창한 숲으로 곳곳에 습지가 형성되어 각종 습지식물과 조류가 살고 있으며, 1948년 4·3 사태 당시 주민 수십 명이 학살을 당한 슬픈 역사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곳이란다. 또 이곳은 환경부 습지보호지역 및 람사르 습지 및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단다.

탐방코스는 겨우 한 사람이 다닐 정도로 발자국이 난 오솔길만 있을 뿐 아무 시설이 없는 데다 주차장에는 차가 없는 것으로 보아 현재 탐방하는 사람이 없고 날씨도 어두워지고 있어 길게 산책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 아니라, 경희가 무서운지 빨리 나가자고 졸라 한 20분 정도 산책을 하고는 도로 쪽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되돌아 왔다.

벌써 시간이 5시가 지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데는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아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하루 만에 제주도를 일주했다. 오늘 하루 동안 총 182㎞를 달렸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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