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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집에서 일몰을 만난다면...'인생샷'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07.02 07:10 수정 2017.07.02 07:19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저지문화예술인마을~생각하는 정원~상효원~서연의 집(건축학개론)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필자 주>

【1.3(일), 일곱 번째 날】


오늘은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마을 주변 관광지를 주로 가보기로 했다. 8시에 먼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저지문화예술인촌을 찾아갔다. 10분 거리밖에 안 된다. 1999년 지역경제활성화 및 특색화 개발 아이디어 시책으로 택지조성공사를 시작하여 서양화・조각・서예・사진 등 15개 장르 예술인들 38명이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마을이다.

야외정원에는 각종 조각품이 조성되어 있고 마을 안에는 주차장과 제주현대미술관도 있다. 미술관에는 독일 ‘양철북’ 작가 ‘귄터그라스’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중이지만 9시도 안 된 너무 이른 시각이라 전시관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관계로 관람을 못 하고 주변을 산책하며 걷다가 일부는 차를 타고 돌아보았다. 시골 전원마을에서 예술인들이 모여 살면서 자기 집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전시도 하고 있다. 시간이 많다면 꼼꼼히 둘러보면 좋으련만 짜인 일정이 있는 관계로 대강 둘러보고 저지오름으로 향했다.

저지오름도 10분 거리다. 도로변 적절한 곳에 주차를 해 놓고 등산화를 신고 스틱을 들고 배낭에 귤만 넣고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갔다. 해발고도 239m, 분화구 둘레 800m, 분화구 깊이 62m인 화산체로 정상이 깔때기 형태의 원형의 분화구를 갖추고 있는 오름이다.

정상까지 거리가 1500m 정도이고 4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 주변에 게스트하우스와 펜션 그리고 카페도 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있다. 정상에 올라가니 전망대가 있어 주변 경치와 저지오름 분화구를 볼 수 있다. 등산로도 나무 계단으로 잘 만들어져 있고 시골 화장실인데도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등 관리가 잘 되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생각하는정원에 전시되어 있는 분재.ⓒ조남대 생각하는정원에 전시되어 있는 분재.ⓒ조남대

저지오름을 내려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생각하는 정원’을 방문했다. 성범영 원장이 20여 년 동안 15만 톤의 돌과 흙을 운반해 황무지 3만여 ㎡를 아름다운 분재정원으로 가꾸어 1992년에 개원한 곳이다. 성 원장은 정원을 꾸미는 과정에서 8번이나 크게 다치고 6번이나 수술을 받았단다. 또한 IMF시절에는 금융권에서 분재와 정원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아 경매에 넘어가는 부도위기를 맞기도 했단다.

그런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1995년 장쩌민 중국 주석, 1998년 당시 후진타오 부주석 등이 방문했다. 장 주석은 이곳을 다녀간 뒤 ‘일개 농부가 이룩한 이곳의 개척 정신을 배워라’고 지시를 내렸으며 이런 것을 계기로 중국 런민출판사에서 발행한 9학년(중학교 9학년 과정)교과서 ‘역사와 사회’ 하권에 성 원장이 한국정신문화의 상징인물로 2016년 9월부터 소개되어 학생 5천만 명이 배우게 된단다. 1년이 지날 때마다 이 책을 읽는 학생이 매년 5천만 명씩 늘어난단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분재예술원’이라는 이름이었는데 2008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단다. 이번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나무별로 설명해 놓은 내용을 꼼꼼히 읽어봤다. 설명 내용도 작가 이상으로 잘 적어놓았다.

가령 주목의 경우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이라는 제목 아래에 ‘주목은 줄기는 크지만 뿌리는 실뿌리같이 가늘어서 물을 흡수하는 양이 적어 더디게 성장하여 목질부는 대단히 강합니다. 그래서 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1000년을 살았고, 1000년 동안 다져졌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라면서 ‘사람도 빨리 성장하는 것보다 하나하나 소중히 다듬어가며 천천히 성장하는 것이 기초가 단단하게 되어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작은 것 하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라는 설명을 붙여놓았다. 학생들이 읽어 본다면 느끼는 점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성 원장은 분재만 보면 10%만 보는 것이고, 설명을 읽어 보면 70%를 보는 것이고, 그 내용까지 음미할 수 있다면 100%를 얻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꼼꼼히 읽어 보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점심시간이 되어 정원 내 ‘녹색뷔페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둘러보다 성 원장이 차를 마시고 있어 들어갔더니 직원이 맛있는 차를 주어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 원장은 요즈음의 교육 제도의 잘못으로 인해 학생들이 패기가 없다는 것과 정치인들의 이기적이고 국정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문제점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 내용이 공감이 가서 한참을 이야기하다 성 원장이 지은 책을 1권 사니 본인이 직접 사인을 해주고는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명함도 1장 준다. 아쉬움이 남지만 11시에 입장해서 3시 반이 되도록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서 다음 목적지인 상효원으로 이동했다.

상효원에 350년 된 2그루 소나무가 두 손을 마주잡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부부송’이라고 불린단다.ⓒ조남대 상효원에 350년 된 2그루 소나무가 두 손을 마주잡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부부송’이라고 불린단다.ⓒ조남대

상효원은 어제 늦게 가서 방문하지 못해 오늘 다시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가는 길은 또 1115번 도로를 달렸다. 언제 달려도 멋있는 도로다. 가는 도중 한라산이 잘 보이는 장소가 있어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또 도로 자체가 너무 예뻐서 도로 사진도 찍었다.

상효원은 서귀포를 지나 남원 쪽에 가까워 한참을 달렸다. 25년 동안 준비해서 최근에 개원했단다. 대한민국의 최남단에 있는 수목원으로서 오랜 기간 준비한 것 같다. 상효원에는 ‘소낭아래’라는 정원이 있는데 그곳에는 상효원을 대표하는 350년 된 소나무 2그루가 연리지와 같이 두 손을 마주 잡은 모습을 하고 있어 ‘부부송’이라고 불리는 나무가 있는데 우리도 그 앞에서 다정스럽게 손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겨울이라서 그런지 볼만한 것도 그리 많지 않고 또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른 계절에 오면 꽃도 많고 녹음도 우거져 아주 좋을 것 같다.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서연의집’카페에서 바라 본 일몰 풍경.ⓒ조남대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오는 ‘서연의집’카페에서 바라 본 일몰 풍경.ⓒ조남대
‘서연의 집’에서 바라 본 일몰 모습.ⓒ조남대 ‘서연의 집’에서 바라 본 일몰 모습.ⓒ조남대

다음은 남원읍에 있는 영화 ‘건축학개론’을 촬영한 장소인 카페 ‘서연의 집’을 방문했다. 바로 바닷가에 있는데 주변 도로변에는 방문한 차량이 빼곡하다. 입구에서부터 젊은 연인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광객들도 많다. 우리는 사진 촬영하기 좋은 장소에서 젊은이들 못지않게 많은 사진을 찍었다. 커피를 마시지 않고 사진만 찍으려니 좀 양심이 찔리지만 저녁 시간에 커피를 마시면 잠자는 데 지장이 있어 염치 불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마침 해 지는 시각이라 바닷가에서 먼 산 너머로 태양이 넘어가는 일몰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멋있다.

서귀포 올래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찾아 나섰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저녁 시간 시내 중심가라서 그런지 차가 밀린다. 7시 30분에 서쪽 끝 용수리 김대건 신부 기념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기로 계획한 관계로 마음이 조급해진다. 올래시장에 찾아가서 주차하려니 주차장에 주차할 장소가 없다. 그런 데다 시간도 6시를 넘어가고 있어 미사 시간에 늦을 것 같아 서귀포에서 미사를 드리면 다시 올래시장을 방문할 수 있을 것 같아 서귀포성당을 찾아갔으나 저녁에는 미사가 없는지 전화도 받지 않고 성당에 불도 꺼져 있다.

김대건 기념성당에서 7시 반 미사를 드리는 방법밖에 없어 미사에 늦지 않기 위해서 좀 빨리 달렸더니 15분 정도 여유가 생겼다. 2016년 첫 미사인데 빠지지 않고 참석할 수 있어 다행이다. 나이 많으신 신부님께서 강론을 아주 쉽게 잘하신다. 시골인 관계로 대부분이 나이 많으신 노인분들이다. 미사 끝부분에 신부님께서 할머니들 숫자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면서 돌아가셔서 못 나오신 것은 아니냐면서 농담 반 걱정을 하신다.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데 20분 정도 걸렸다. 용수리 해안가라 여기서는 얼마 되지 않는 곳이다. 오늘도 110㎞ 정도 달렸다. 낮에는 너무 따뜻해서 기온이 16도까지 올라간다. 제주도도 이렇게 겨울 날씨가 지속적으로 따뜻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한다. 낮에 차로 이동할 때는 창문을 열고 달려야 할 정도이다. 아침 최저온도가 9도 정도밖에 내려가지 않는다.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춥지 않고 따뜻하니 그지없이 좋지만 내년 농사나 다른 방면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 된다.

매일 저녁 그날의 여행일지를 정리하는데도 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또 마구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린다. 가능하면 저녁때는 좀 일찍 귀가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오늘도 12시가 넘었다. 피곤해서 그만 자야겠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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