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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전인권, 가만히 놔두면 안 되나

이한철 기자
입력 2017.04.21 08:38 수정 2017.04.22 10:28

안철수 지지선언 여부 놓고 누리꾼 설전

정치권·언론도 정쟁 소재 삼아 눈살

가수 전인권의 안철수 후보 지지 여부를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거센 공방이 오갔다. ⓒ 전인권컴퍼니 가수 전인권의 안철수 후보 지지 여부를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거센 공방이 오갔다. ⓒ 전인권컴퍼니

가수 전인권(63)이 모처럼 이슈의 중심에 섰다.

5월 6~7일 세종문화회관 콘서트를 앞두고 있는 그는 모처럼 활동에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정작 이슈가 된 건 그의 특정 후보 지지 여부였다.

앞서 전인권은 지난 18일 공연 홍보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는 스티브 잡스처럼 완벽증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얘기가 안 통할 수 있지만 나쁜 사람은 될 수 없을 것 같다"며 "요즘 안씨 성을 가진 사람이 좋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전인권이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전인권이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바 있는 데다, 최근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만큼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불거진 일부 누리꾼들의 과격한 반응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사실이었다.

전인권의 기사에 악성 댓글이 달린 것은 물론, 공연 예매를 취소하겠다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인권 논란 뒤에는 편 가르기 하려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들이 있었다.

특정 연예인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때 팬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단 전인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침소봉대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논란은 지난 19일 KBS가 주최한 '2017 대선후보 초청토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발언으로 더욱 부채질됐다. 안철수 후보는 가수 전인권이 자신을 지지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적폐가수'라고 공격한다며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앞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비판의 연장선이었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제가 한 것은 아니지 않나. 정치적인 입장을 달리 한다고 해서 그런 식의 폭력적, 모욕적인 문자폭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또 한 번 충돌했다. 다수의 누리꾼들은 일부 지지자들의 행동을 마치 문재인 후보 지지자 전체의 문제처럼 확대 재생산하려는 안철수 후보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가 이에 대한 보다 더 명확한 입장을 표해야 한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전인권 논란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다. 대다수 언론들은 "문화계 인사들의 정치적 표현을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성숙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은 "전인권에게 몰매 공격을 하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 세력이 적페"라며 자극적인 언어로 공격하기도 했다.

전인권은 단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했을 뿐이다. 그리고 누리꾼들, 또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부 누리꾼의 과격한 행위는 이번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은 그야말로 전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의도적으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드는 정치권과 언론의 모습이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전쟁의 소재가 돼버린 전인권과 그의 팬들이 받은 상처는 누가 치유해줘야 할까.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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