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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 십자굴은 '별유천지 비안간'이었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01.15 08:05 수정 2017.01.15 08:09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전국여행-다섯번째날>

김영삼 대통령 생가~외도~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통영 중앙시장

【7.21(화), 열다섯 번째 날】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전경.ⓒ조남대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전경.ⓒ조남대

거제 Y모텔에서 눈을 뜨니 8시다. 지난밤 여행일지를 정리하지 않아 아침에 정리했다. 정리하는데도 거의 2시간이나 걸려서 10시 40분쯤 출발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주변이 너무 아름다웠다. 모텔이 바로 바닷가에 있어 방에서도 파도 소리가 들린다. 어제 저녁에는 모텔에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이것도 모르고 잠만 잔 것이 아쉬워 진다.

얼마 되지 않은 곳에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는 민주화운동과 국회의원 및 대통령 시절의 활동과 업적에 대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특히 민주화 시절의 활동상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는데 성적표를 보니 거의 B 또는 C 정도로 별로 좋지 않았다.

생가는 기념관 바로 옆에 있는데 기와집으로 아주 잘 정비해 놓았다. 그러나 원래 이 집은 1893년 목조기와 건물 5동으로 세워졌는데 100년 이상 세월이 흐르면서 건물 전체가 심하게 낡아 전면적인 정비가 시급하자, 김홍조 옹이 작고하기 전에 이 건물을 거제시에 기증하여 거제시에서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해 잘 정비를 하게 되었단다. 김 전 대통령은 음력으로 1928년 12월 4일에 이 집에서 태어나 장목초등학교를 다녔고, 서울대 4학년 재학 중이던 1951년에는 이화여대 3학년이던 손명순 여사와 결혼하여 이 집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단다.

해금강.ⓒ조남대 해금강.ⓒ조남대
해금강.ⓒ조남대 해금강.ⓒ조남대
장승포항에서 해금강과 외도간 운항하는 유람선.ⓒ조남대 장승포항에서 해금강과 외도간 운항하는 유람선.ⓒ조남대

외도로 가기 위해 거제 장승포항으로 향했다. 12시가 안 되어 도착했는데도 12시 30분표는 매진이 되어 1시 반 배표를 사 놓고 시간이 있어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으로 충무김밥을 먹었으나 예전에 충무에서 먹어본 맛이 아니었다. 1박2일 팀이 식사했다고 선전했지만 김밥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식당에서 먹다 보니 맛이 없는 것이다.

외도와 해금강을 오가는 배를 탔더니만 먼저 해금강을 둘러보고 외도로 향했다. 배 타는데 1시간 반, 외도 관람에 1시간 반 등 총 3시간이 소요되었다. 해금강도 너무 아름다웠다. 해금강 십자굴은 1년에 50일 정도밖에 볼 수 없는데 우리는 다행히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금강 구경을 마치고 외도로 갔다.

외도의 아름다운 모습.ⓒ조남대 외도의 아름다운 모습.ⓒ조남대
외도의 아름다운 모습.ⓒ조남대 외도의 아름다운 모습.ⓒ조남대
외도의 아름다운 모습.ⓒ조남대 외도의 아름다운 모습.ⓒ조남대
외도의 아름다운 모습.ⓒ조남대 외도의 아름다운 모습.ⓒ조남대

외도보타니아는 입도하는 순간부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떻게 부부가 황무지를 이렇게 가꿀 수 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설립자 이창호님은 2003년에 고인이 되어 부인인 최호숙 씨가 이를 이어받아 가꾸고 관리하고 있단다. 꼭 남쪽 나라 외국에 온 느낌이다. 대단한 열정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결과인 것 같다. 입도하여 체류시간이 1시간 반밖에 안 되어 서둘러 구경하려고 하니 아쉽다. 입장료 1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참 좋은 곳을 구경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방한 이래 지금까지 연인원 1천만 명이 관람했다니 대단하다. 관광객을 가득 태운 배가 수시로 드나드는 등 방문객이 엄청나다.

거제도에 관광할만한 곳이 많이 있지만 내일은 매물도를 구경하기 위해 통영으로 가야 하는 관계로 다른 것은 생략하고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으로 갔다. 6·25 당시 포로수용소 생활상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조성이 되어 있다. 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도록 각종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좋았다. 6·25 당시 각종 무기와 전쟁과 평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실상을 잘 모르는 신세대에게 반공교육 시설로 적절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저녁 6시가 넘어 통영으로 오는 길에 청마 유치환 선생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어 들렸다. 기념관과 생가는 시간이 늦은 관계로 문이 잠겨 있어 볼 수가 없었지만 외부에서도 대부분을 구경할 수가 있어 다행이다. 유치환 선생의 대표 작품인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시 「깃발」 등이 적힌 시비와 동상이 서 있다. 생가 앞에는 300년이 넘은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다. 우리 고향 집에도 상주시 보호수로 지정된 3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는데….

인터넷을 뒤져 통영에 있는 S모텔을 찾아 전화해 놓고 차를 몰았다.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한 모텔에 대강의 짐을 들여놓고 중앙시장 쪽으로 갔다. 걸어서 10여 분 지나 도착했다. 전에 와 본 적이 있는 곳이다. 중앙시장과 동피랑, 남망산 조각공원, 거북선과 뚱보 할매, 충무김밥과 꿀빵 등 낯설지 않은 곳이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조남대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조남대
충무 중앙시장의 해산물 가게.ⓒ조남대 충무 중앙시장의 해산물 가게.ⓒ조남대

중앙시장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다 거의 파장이라 12마리에 2만 원 달라는 전복을 사서 양념 집으로 들어가 맥주 한 잔 하며 먹었다. 오랜만에 많은 전복을 맛있게 먹었다. 경희는 해삼도 사고 멍게도 사서 나에게 먹이고 싶어 했지만 또 충무김밥도 먹고 싶어 하는 경희를 위해 배를 비워 두어야 해서 전복만 사기로 했다.

전복에다 맥주를 한잔했더니만 더 이상 먹을 배가 없어 해변을 걷다 내일 아침 대신 먹을 꿀빵만 6개 사서 모텔로 돌아왔다.

내일은 매물도를 구경하기 위해 7시에 떠나는 배를 타야 해서 일찍 자야 할 것 같다. 통영은 전에 대부분 구경을 했기 때문에 매물도 구경 후에는 다음 행선지로 떠나야 할 것 같다.

참 아름답고 즐거운 여행이다. 아무리 여유 있게 다닌다고 하지만 좀 서두르는 면도 없지 않다. 인생이란 그런 것인가? 좀 더 여유를 가져보자. 마음껏 즐기고 웃어 보자. 벌써 감정이 식었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감흥이 이전보다 못한 것 같다. 내일부터는 좀 더 느낄 수 있도록 해 보자.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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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조남대 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중에 있으며 정년퇴직한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탈출, 55일간의 전국여행을 끝마치고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서 독자들로 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여정의 하루 하루를 데일리안에 재편집해 연재를 시작하는데 내용안에 부부애가 듬뿍 담겨있어 평소에 '닭살' 돋는 것을 못참는 독자는 조심하시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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