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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용기 출현에도 '뒷북' 발표…한 박자 느린 군 시계?

박진여 기자
입력 2017.01.11 15:33 수정 2017.01.11 15:36

사건 발생 당일 쉬쉬하다가 언론 보도 나자 바로 다음날 공개

"안보문제 관한한 정치‧경제 어떤 것에도 좌고우면하지 않아야"

중국 군용기 10여대가 한꺼번에 대한해협 상공을 침범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지만 우리 군이 사건 발생 반나절이 지나도록 이를 알리지 않으면서 군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중국 군용기 10여대가 한꺼번에 대한해협 상공을 침범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지만 우리 군이 사건 발생 반나절이 지나도록 이를 알리지 않으면서 군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사건 발생 당일 쉬쉬하다가 언론 보도 나자 바로 다음날 공개
"안보문제 관한한 정치‧경제 어떤 것에도 좌고우면하지 않아야"

중국 군용기 10여대가 한꺼번에 대한해협 상공을 침범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지만 우리 군이 사건 발생 반나절이 지나도록 이를 알리지 않으면서 군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중국 군용기 10여대가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가량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수십여 회에 걸쳐 진입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지난해에도 이 같은 일이 수십 차례 발생했다며 우리 군의 대응 사실을 전했다.

대한해협 쪽을 거친 중국 군용기는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 쪽으로 비행한 뒤 동중국해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군용기가 이른바 카디즈와 자디즈에 각국의 사전 허가 없이 무단 침범한 것이다.

이에 일본 방위성은 사건 발생 당일 자위대 전투기를 출격하고, 이날 오후 8시 30분께 보도자료를 내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사실을 알렸다. 일본이 사건 발생 당일 이를 공개하고 즉각 대응에 나서자 우리 군도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준 것이다.

당시 우리 군은 오전 10시에 발생한 상황을 알리지 않고 쉬쉬하다가 사건 발생 11시간이 지난 오후 9시께 한국 언론이 일본 보도를 보고 확인에 나서자 그제야 시인했다. 그리고 다음날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전술보안 문제와 해당 국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관련 대응조치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뿐이라며 사실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카디즈에 진입한 미식별 항공기에 대응한 출격은 군사작전의 일부로, 공개할 경우 우리 군의 탐지·감시 능력과 작전 운용 전술을 노출할 우려가 있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우리 군 정보당국이 미국의 발표나 일본 언론 보도 이후 관련 정보를 뒤늦게 확인해 빈축을 산 사례가 있어왔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을 때도 우리 군은 사건 발생 19시간 만에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합참은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 10월 15일 어떤 발표도 하지 않다가 다음 날인 16일 “북한이 15일 무수단 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발사했지만 발사 직후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사실은 앞서 미 전략 사령부가 15일(현지시각) 먼저 공개한 바 있다.

이후 10월 20일 전개된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 소식도 우리 군보다 미군 당국이 수 분 가량 앞서 발표했다. 지난 6월 일본 언론이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했을 때도 우리 군 관계자는 “임박한 징후는 아니다”라고 쉬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당시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 발사 차량 2대를 원산비행장으로 이동시킨 사실을 미국의 첩보위성이 파악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우리 군 당국의 정보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군이 의도적으로 사안을 감추거나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군 당국의 이 같은 ‘로우키’(low-key·절제된 대응 기조) 대응이 국민의 안보 불안 심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은 11일 본보에 “중국이든 북한이든 그 어느 나라가 됐든 사전 허가 없이 우리 영역을 침투했을 경우 즉각 반응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국방부나 합참이 보다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보 문제에 관한한 정치, 경제 어떤 것에도 좌고우면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 같은 문제가 계속 쌓이고 무감각해지면 나중에는 정말 큰 문제에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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