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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은 왜 갑자기 인형뽑기 열풍인가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7.01.09 07:03 수정 2017.01.09 07:14

미취업, 불황의 영향 때문...좌절된 현실 상황 대리 충족

SNS가 한 몫...주류 진입한 마이너 문화 메이저 삶은 아니다

인형뽑기 장면ⓒ[데일리안] 인형뽑기 장면ⓒ[데일리안]

최소한 즉석 떡볶이는 거리의 음식이었다. 거리의 포장마차나 시장 골목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라 한 때 불량 식품이라는 딱지도 붙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부르는 경우는 없다. 떡볶이는 대규모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변모 했다. 순대도 마찬가지다. 순대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기업이나 점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이는 제도권안으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흔히 인형 뽑기를 캐릭터 시대의 당연한 현상으로 본다. 인형을 단지 좋아하는 것과 돈을 내고 뽑기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오히려 게이미피케이션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형 뽑기도 원래 거리의 놀잇감이었다. 골목길이나 길거리에 한 두개 존재했다. 영화 '아저씨'에 등장하는 인형 뽑기통은 조직 범죄단의 연락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 갑자기 인형 뽑기가 핫이슈가 되었다.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날만 했다. 사회경제적으로 미취업, 불황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좌절된 현실의 상황을 인형 뽑기라는 대리 충족이 채우고 있는 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인형 뽑기는 어제 오늘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갑자기 부각된 이유가 있을 법하다. 물론 이전의 인형 뽑기와는 달라진 점이 있긴 하다. 예컨대 예전의 인형은 그 품질이 좋지 않고 다양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꽤 외관이 달라졌다. 제법 갖고 식으로만 하다. 또한 여러가지 유형이 파생되어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그 인형들을 그냥 준다면 과연 얼마나 선호할까 의문이기는 하다.

제도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점이 트리거 역할을 한 곳이 눈에 띈다. 즉 인형 뽑기 전용 매장이 생겨 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대규모 마케팅이 이뤄졌다. 심지어 드라마 PPL에도 등장했다. 이러한 점은 단순히 거리의 놀이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SNS가 한 몫하고 있다. 인형을 뽑은 뒤 그 인형과 자신의 인증 샷 사진을 올린다. 다른 이들이 하지 못한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주변에 자랑할만하다. 도전에 따른 성취감은 물론 존재적인 가치만족을 동시에 주게 된다.

최근에 갑자기 인형 뽑기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제도화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미 그렇지만 대규모 인형뽑기 기계가 들어 앉은 뽑기방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눈이나 비가 와도 전혀 개의치 않고 바람이 손이 시려워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공간화의 과정을 겪게 된 것은 이제 마이너 문화에서 메이저 문화로 진입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모티콘 캐릭터나 피규어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제도화는 시장의 수익성과 맞물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동네 골목의 낭만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일상의 소소한 대상에서 재미를 느끼려는 문화 심리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현실의 무기력을 이런 사소한 행위들을 통해서 만족감을 느끼고 자아충족감을 느끼려할 수 있다. 그처한 점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횡행하는 현실은 이러한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주류로 진입한 마이너 문화는 많은 수익을 남기겠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청춘들의 삶이 메이저가 될까. 그것은 여전히 남겨진 숙제이며 앞으로 더 풀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들이 달관세대라면 그런 이분법적인 구분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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