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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우리는 '박정희부터 노무현까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01.08 08:29 수정 2017.01.08 08:31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전국여행-열네번째날>

박정희 대통령 생가~창녕 우포늪~창원 주남저수지~노무현 대통령 생가 및 묘소

【7.20(월), 열네 번째 날】

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조남대 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조남대
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 공원에 설치된 박 대통령 동상.ⓒ조남대 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 공원에 설치된 박 대통령 동상.ⓒ조남대

양평에서 9시에 2차 전국투어를 출발했다. 1차 투어 때는 처남 칠순행사와 지인의 장남 결혼 등 행사 때문에 2번이나 여행 중 대구와 서울을 오가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8월 초까지 온전히 여행만 하면 된다.

창녕 우포늪을 향해 열심히 달려오다 선산을 지날 때쯤 ‘전직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로 했으면 박정희 대통령 생가도 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경희의 의견에 따라 갑자기 구미로 방향을 틀었다. 구미 상모동 생가는 깨끗하게 잘 단장이 되어 있다.

월요일은 휴관이라 내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부에서도 대강 볼 수 있다. 소박한 삶과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신 모습과 집념을 볼 수가 있었다. 그 많은 말씀 중에 1974년 5월 20일에 한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라는 말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 5·16 혁명하기 전 국가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마음가짐과 근면・자주・협동 등 그 당시 시대상과 뉴스 등을 통해 본 박 대통령의 모습 그대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짜임새 있게 잘 단장되어 있다.

창녕 우포늪.ⓒ조남대 창녕 우포늪.ⓒ조남대

아쉬워하며 창녕 우포늪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다 보니 현풍휴게소가 있어 들렸다. 현풍은 경희 고향이다. 휴게소에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5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는 의자 등을 배치해 놓아 오가는 사람들이 시원하게 쉬어갈 수 있게 잘 단장되어 있다. 위로 올라가니 강이 보인다. 또한 1977년 12월 17일에 박정희 대통령께서 글씨를 쓴 대구-마산 간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과 기념각이 있다. 휴게소에서 햇볕을 가려주는 모자를 사고 자동차 기름을 넣었다.

중간에 두 군데나 들렸더니 우포늪 도착 시각이 늦어졌다. 여기도 월요일이라 생태관은 문을 닫았지만 우포늪은 둘러볼 수 있었다. 우포늪은 천연기념물 제524호로 창녕군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 일원에 있는 낙동강 배후습지로서 4개 늪(우포늪,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자연 내륙습지로 한반도 지형과 그 태생 시기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400여 종의 식물 플랑크톤과 20여 종의 포유류, 180여 종의 조류, 20여 종의 양서류와 파충류, 30여 종의 어류, 800여 종의 곤충 등 다양한 생물로 안정된 먹이사슬과 풍부한 먹이 때문에 많은 철새의 중간기착지로 활용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란다.

자전거를 빌려 경희와 둘이 타고 늪 주변을 오가며 둘러봤다.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저수지 뚝방을 달려 보니 기분이 너무 좋고 시원하다. 여유 있게 여행한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건가. 둘이서 포즈를 잡아 사진도 찍고 멋진 늪을 감상했다. 소달구지와 돌로 만든 오리와도 사진을 찍었다. 오르막길은 좀 힘들었지만 경희가 뒤에서 힘껏 밟으니 올라갈 수 있었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주차장 벤치에서 양평에서 만들어 온 고추부침개와 계란으로 점심을 때웠다.

창원 주남저수지 뒤편 습지의 연꽃밭.ⓒ조남대 창원 주남저수지 뒤편 습지의 연꽃밭.ⓒ조남대

아쉬워하며 창원 주남저수지로 발길을 돌렸다. 주남저수지도 규모는 엄청났다. 창원시 동읍과 대산면 일원에 있는 주남과 산남지 등 2개의 저수지로 1922년부터 1924년 사이에 설치되었고 유역면적이 8,640㏊이며, 수혜면적은 1,597㏊란다. 뚝방길을 따라 저수지의 철새들을 조망할 수 있는 곳에는 망원경을 준비해 두었다. 그러나 여름이라 갈대만 무성할 뿐 철새는 보이지 않지만 연꽃이 만발했다. 이곳도 자전거를 빌려 타고 저수지 일대를 구경하면 좋으련만 월요일이라 자전거 빌리는 곳조차 쉬고 있다.

저수지 뒤편 습지에는 연꽃 밭이 있다. 연꽃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좋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지만 둘이서 폼을 잡으며 연꽃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이 연, 저 연, 활짝 핀 연, 몽우리 져 솟은 연 등 많은 연을 찍었다. 사진을 찍으러 온 전문가에게 부탁해 둘이 폼 잡고 사진도 찍었다.

5시 40분이라는 좀 늦은 시각에 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 출발했다. 30분 정도 거리다. 6시쯤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비가 내렸다. 생가는 초가집으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대통령 생가는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 냇가가 있거나 들이 있는 형태다. 이명박, 박정희, 노무현 대통령 등 모두 비슷하다. 그중 박정희 대통령의 생가가 주변 환경과 산세 등이 제일 마음에 든다.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조남대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조남대
생가 옆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 묘지.ⓒ조남대 생가 옆에 조성된 노무현 대통령 묘지.ⓒ조남대

노 대통령 생가는 본채가 정면 3칸, 측면 2칸과 흙간으로 되어 있는 등 전형적인 시골집이다. 노 대통령이 퇴임 무렵 옛집을 생각하여 복원한 것이란다. 생가 뒤에는 현재 영부인이 거주하는 집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부엉이 바위와 사자 바위가 있는 봉화산이 있다. 그 밑에 너럭바위로 노 대통령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경희와 둘이서 비가 오는 가운데 묵념을 하고 평안한 안식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를 올렸다.

참 시골스럽고 소박한 삶을 사신 분으로서 퇴임 후 손녀를 자전거에 태우고 시골길을 노니는 모습과 주민들이나 방문객들과 편안하고 소박하게 만나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봐 왔는데, 주변을 잘 간수 하지 못해 좋지 않은 일로 어려움을 당하여 목숨을 끊은 것이 참 아쉽다. 노 대통령 묘지 너럭바위 앞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노 대통령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말인가 보다.

노 대통령의 사진 중 너털웃음을 웃으며 “야! 기분 좋다”라는 포즈가 너무 마음에 든다. 나도 퇴직 후 앞으로 이런 웃음을 웃으며 살고 싶다. 갑자기 나도 손자와 손녀가 보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손자의 재롱을 보고 싶다. 하느님께 손자와 손녀를 보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렸다.

다음 일정이 김영삼 대통령의 생가 방문인 관계로 거제도에서 잠을 자기 위해 거제도로 달렸다. 늦은 시각이고 비가 내려 멋있는 바다와 가덕대교를 희미하게 보면서 온 것이 아쉽다. 해저터널을 지나오면서 통행료로 10,000원을 냈다. 부산과 거제도를 이어주는 터널로, 지하 48m에 있는 세계에서 제일 깊은 터널이란다. 왕복 4차선으로 잘 만들어 놓았다.

터널과 대교를 지나 거제에 가는 길에 멍게 비빔밥이라고 적힌 식당 간판을 보고 깔끔한 느낌이 있어 들어갔다. 경희는 해물 국수를, 나는 멍게 비빔밥을 먹었다. 향긋한 멍게 향기가 입에 고이는 등 맛있었다.

오는 길에 경희가 인터넷을 통해 모텔을 검색하여 김영삼 대통령 생가 인근 장목에 있는 Y모텔에 전화하여 들어갔다. 무인모텔이라 들어올 때 많이 서툴렀지만 시설 등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저녁에는 몰랐는데 방에서 바다가 보이는 등 좋은 모텔이다. 밤에는 대부분 방이 차 있었는데 아침 8시경에 일어나 보니 대부분의 주차장이 열려 있는 것 보니 잠깐 쉬어가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지난밤에는 너무 늦은 관계로 일지를 정리하지 못해 아침에 정리했다. 어제는 양평에서 거제까지 거의 530㎞의 거리를 달렸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파도 소리가 들린다. 경희는 이제 일어나는 것 같다. 안개 낀 날씨지만 예쁜 경희와 함께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다. 아! 좋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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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조남대 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중에 있으며 정년퇴직한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탈출, 55일간의 전국여행을 끝마치고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서 독자들로 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여정의 하루 하루를 데일리안에 재편집해 연재를 시작하는데 내용안에 부부애가 듬뿍 담겨있어 평소에 '닭살' 돋는 것을 못참는 독자는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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