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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사 만발한 수국에 담긴 뜻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7.01.05 10:22 수정 2017.01.05 10:24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전국여행-열한번째~열세번째날>

동래온천~태종대~서울

태종대에서 내려다 본 바다.ⓒ조남대 태종대에서 내려다 본 바다.ⓒ조남대
태종사 주변에 만발한 수국.ⓒ조남대 태종사 주변에 만발한 수국.ⓒ조남대
태종사 스님과 불자들의 예불 모습.ⓒ조남대 태종사 스님과 불자들의 예불 모습.ⓒ조남대
태종대 일주도로를 운행하는 바다열차(코끼리열차).ⓒ조남대 태종대 일주도로를 운행하는 바다열차(코끼리열차).ⓒ조남대
태종대 입석 앞에 서 있는 필자의 아내.ⓒ조남대 태종대 입석 앞에 서 있는 필자의 아내.ⓒ조남대

【7.17(금), 열한 번째 날】

동래온천에서 잠을 자고 10시쯤 출발했다. 오랜만에 온천욕을 하고 잠을 잘 자고 개운한 상태로 태종대로 갔다. 바다 열차(코끼리 열차)를 타려고 했지만 11시 20분쯤 도착했는데 12시 10분 열차밖에 없다고 해서 걸어서 구경하기로 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서 산책로를 걸어가니 너무 좋았다. 코끼리 열차를 안타고 걷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구경했다. 전망대에서 맑은 날에는 멀리 대마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는데 오늘은 구름이 끼어 보이지 않는다.

태종대는 신라 태종무열왕이 삼국을 통일하고 이곳에 와서 활을 쏜 곳이라 하여 이름하였다고 한다. 또 조선시대에는 가뭄이 들면 동래부사가 이곳에 와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태종사에 들어가 만발한 수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태종사 스님의 독경 소리가 너무 우렁차 들어가 보니 연예인처럼 마이크를 입에 붙이고 목탁을 치며 신도들과 함께 열심히 독경을 하고 있다.

1시간 이상 걸려 태종대를 걸어서 일주하고 입구에 있는 돼지국밥집에서 나는 국밥을, 경희는 밀면을 먹었는데 옛날에 시골에서 먹어보았던 돼지국밥 맛이 나지 않았다. 쭉 여행을 하고 싶지만, 아주 친한 지인의 장남결혼식이 있어 귀경해야 했다. 결혼식 참석으로 인해 그동안 덥수룩하게 길렀던 수염을 깎았다. 계속 길러보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수염을 기르는 동안 경희는 계속 보기가 좋지 않다며 면도하라고 성화였는데 면도를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단다.

1시 40분경 부산을 출발하여 남해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400Km를 중간 휴게소에서 좀 쉬기는 했지만 7시간이나 달려 9시경 서울에 도착했다. 오랫동안 운전했더니만 많이 피곤하다. 여행하는 것보다 장시간 운전하는 것이 더 힘들다. 오랜만에 집에서 잠을 자다. 전국의 이곳저곳을 떠돌며 하루하루 낯선 곳에서 잠을 자다 보니 집에서 자는 잠이 이렇게 편하다는 것이 이제야 실감 난다.

【7.18(토), 열두 번째 날】

경희가 감기 기운이 있어 이비인후과에 들렀더니 인후염이라고 한다면서 약을 타 왔다. 빨리 나아야 재밌게 여행을 떠날 수 있을 텐데 걱정이다. 경희와 함께 매일 여행일정을 정리하는 노트북에 좀 문제가 있어 수리 차 뱅뱅 사거리 부근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의뢰했더니만 액정을 갈아야 한다면서 10만 원이 소요된단다. 오래된 노트북을 10만 원을 들여 수리한다는 게 아까운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이현승 변호사의 장남 결혼식장에 1시쯤 도착했다.

예식을 마친 후 식사를 하고 헤어지려는데 박용주 사장이 결혼답례품으로 받은 포도주를 자기는 필요 없다며 나에게 선물로 준다. 박 사장의 자상한 배려심이 뛰어나다. 고맙다. 박 사장은 큰 기업을 경영하고 있지만 항상 겸손하고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참 본 받을 만하다.

오랜만에 만난 김성훈 회장과는 식사만 하고 헤어지자니 미련이 남아 다시 전화해서 냉커피를 한잔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에는 딸과 사위가 여행을 재밌게 잘 하려면 건강해야 한다면서 장어를 사 주어 맛있게 먹고 집으로 와서 포도주를 마셨다. 자식으로부터 오랜만에 장어를 대접받고 보신을 하니 뿌듯하다. 둘이서 오순도순 잘 지내는 것 보니 기분이 좋다. 딸도 사위를 사랑하지만 사위도 딸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가면 갈수록 사위가 마음에 든다. 사회성과 붙임성이 있고 사리에 밝으면서 예의도 잘 알아 든든하다.

【7.19(일), 열세 번째 날】

집안을 정리하고 긴 바지 및 여름 잠바 등을 추가하는 등 여행 짐을 다시 정비하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12시쯤 양평농원으로 출발하였으나 일요일인 관계로 좀 밀려 2시경에 도착하였다. 열흘 정도 비워 두었더니만 고구마는 멧돼지 등 들짐승이 모두 먹어버려 하나도 없다.

고추와 토마토, 가지, 오이 등을 수확하였다. 호박은 큰 것이 조금 익어 있었다. 복분자는 붉게 익어가고 있으나 아직 맛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제 블루베리는 없다. 복분자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지지대를 만들어 주어야겠다.

양평성당에서 4시 미사를 드린 후 중학 동기와 저녁을 같이 먹고 집에 도착하여 고추절임 등 수확물을 정리하고 일부는 옆집 박 사장 댁에 좀 나누어 드렸다.

내일부터 2차 전국투어가 시작된다. 건강하게 잘 다녀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동안 정리한 일정과 여행기를 점검해 보았더니 대체적으로 잘 정리되었지만 일정 위주로 정리되어 있고 여행 소감이나 느낌 등 감정적인 것이 부족하여 아쉽다. 앞으로는 생각과 느낌 등 감정적인 것을 많이 보충해야겠다. 내일부터 시작하는 2차 전국투어도 재미있게 잘 지내도록 해야겠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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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조남대 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중에 있으며 정년퇴직한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탈출, 55일간의 전국여행을 끝마치고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서 독자들로 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여정의 하루 하루를 데일리안에 재편집해 연재를 시작하는데 내용안에 부부애가 듬뿍 담겨있어 평소에 '닭살' 돋는 것을 못참는 독자는 조심하시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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