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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이젠 대놓고 '핵능력' 강조…트럼프 겨냥한 메시지?

하윤아 기자
입력 2017.01.02 17:42 수정 2017.01.02 17:52

전문가 "미 본토 타격 ICBM 언급은 대미협상 의지"

이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도발 가능성도

2016년 1월 7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 사진. 노동신문 캡처. 2016년 1월 7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 사진. 노동신문 캡처.

전문가 "미 본토 타격 가능한 ICBM 언급해 대미협상 의지 드러내"
2017년 북 핵위협 증가…이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도발 가능성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017년도 신년사를 통해 핵·미사일 고도화 성과를 내세우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김정은은 지난 2012년 집권한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신년사에서 핵능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으나, 올해 이례적으로 핵 무력 강화 의지를 내비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대북전문가들은 차기 미국 행정부를 겨냥한 북한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핵보유국'으로서 협상에 나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유도하고자 이례적으로 무기의 고도화 단계를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데일리안에 "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동방의 핵강국으로 올라섰다'고 이야기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조만간 끝낼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굉장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이는 결국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미사일 공격능력을 거의 확보했다고 내세우면서 미국과 핵동결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만일 미국이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핵능력을 고도화해 선제적으로 공격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김정은은 앞서 1일 공개된 신년사에서 "지난해에 주체조선의 국방력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여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며 "우리의 첫 수소탄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였으며, 첨단무장장비 연구개발사업이 활발해지고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이날 본보에 "이 같은 내용은 단순히 핵 능력에 대한 성과를 자랑하는 측면으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라며 "오히려 간접적이고도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향후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오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오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처.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ICBM 기술력과 관련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올해 장거리 미사일과 관련한 기술력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해 ICBM의 유사 계열인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섰지만 여러 차례 실패했다. 무수단 미사일과 관련한 기술적 부분에 구조적인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 올해에도 무수단 시험발사를 지속해 장거리 미사일의 기술력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험발사 시기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트럼프 측으로부터 일종의 신호가 오기 전까지는 (시험발사를)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드러나고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 비로소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 역시 "실질적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완성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올해 2~4월 사이 새로운 형태의 추진체를 쏘아 올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기술력이 완성단계에 왔다는 점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신년사에 비추어볼 때, 올해 안에 ICBM 개발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르면 김정은의 생일로 알려진 8일이나 오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일인 20일 전에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정 실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의 북한 신년공동사설과 신년사에서 핵무력과 ICBM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실제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핵능력과 핵위협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핵무력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이 같은 점에 미뤄 북한이 향후에도 핵 보유 의지를 단념하거나 핵 고도화 능력 증강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17년에도 비핵화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제재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대폭적인 양보 대신 대북압박의 수위를 높일 경우 무수단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ICBM 등 미국을 직접 겨냥한 도발을 단행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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