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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문재인 '당권 합의'에 차기주자들 '부글부글'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4.20 17:45 수정 2016.04.21 11:20

"당권이 개인 사유물도 아니고...두 사람 간 이야기에 얽매일 필요 없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자 대회에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뒤로 김진표·송영길 당선인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13 총선 종료 직후 더불어민주당 내 당권 경쟁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 ‘합의’ 사실을 두고 당권 주자들 간 파장이 일고 있다. 김 대표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초 문재인 전 대표로부터 비대위원장직을 제안 받을 당시 내년 대선정국까지 당을 맡아줄 것을 부탁 받았다고 밝히면서다. 사실상 당 대표직을 맡긴 셈이다. 이는 앞서 ‘비례대표 2번’을 약속한 데 이어 두 번째 합의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자신을 삼고초려하는 과정에서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달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실제로 나하고 그렇게 얘기했다”고 답했다. 김 대표 본인이 계속 당 대표를 맡아야 문 전 대표와의 합의정신에 맞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글쎄요”라면서도 “나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이제 앞으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것이지, 누가 뭐라고 해서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 측 간 이같은 대화가 오갔음은 부인하지 않았다.

당권을 두고 벌써부터 물밑 경쟁이 치열한 만큼, 내부 반응도 예민했다. 전당대회를 준비 중인 선수들로서는 전·현직 대표 간 당권을 두고 사전 합의를 마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물론 문 전 대표가 탈당 바람에 맞서 자진사퇴 후 김종인 카드를 내밀고 선거 총책을 맡긴 것은 ‘신의 한수’였지만, 문 전 대표의 발언권이 총선 이후까지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다수 주자들의 입장이다.

전직 인천시장이자 총선 출마선언과 동시에 일찍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던 송영길 당선인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민주정당에서 당권이 무슨 개인 사유물인가”라며 더민주가 총선 결과를 완전히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번 혁신위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의 임기는 총선이 끝나면 종료되는 것인데, 그런 분이 무슨 권한으로 대권까지 맡아달라고 하느냐. 그야말로 봉건시대 삼국지를 보는 듯하다”라고 비판했다.

송 당선인은 특히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합의추대론에 대해 “국민들이 이번 정당투표에서 우리당보다 국민의당을 더 찍어준 것은 더민주 지도부와 이 당의 모습에 대한 총체적 평을 내린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엄청난 문제를 두고 이렇게도 해석을 못하면 우리당은 정말 큰일 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와의 합의를 언급한 김 대표에 대해선 리더십 문제도 제기했다. 송 당선인은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식의 패러다임이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시대와 동떨어진 언급이라고 본다. 대표가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자체가 참...”이라며 헛웃음을 보인 뒤 “사고의 패러다임에서 세대 차이가 너무 난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4선의 김진표 당선인도 “두 분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든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고 본다. 문재인 전 대표가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해서 우리당이 거기에 얽매여야 한다는 법도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당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는 거다. 정권교체를 위해 추대 형식으로 한 가지 리더십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 국민이 볼 때 야당의 리더십으로 그게 옳은가를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선거 직후 당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것을 고려해 일정 기간 동안만 김 대표 체제로 당을 수습하는 안에 대해선 고려할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김 당선인은 “선거가 이제 막 끝나서 당이 아직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에 김종인 체제로 몇 달 정도 더 가면서 여러 문제들을 정리하고, 자연스럽게 다음번 전당대회 일정을 합의하는 방법도 고려해봄직 하다”며 “이것이 정권교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고려대상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에 두 분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가는 중요치 않다”면서 “물론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총선을 지휘할 사령탑으로 모셔올 때는 그런 식의 이야기도 서로 있을 수 있었겠지만, 거기에 우리 당이 구속되거나 얽매일 이유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 합의 사실을 밝힌 김 대표에 대해선 “무엇이 진짜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지 선입견 없이, 욕심 부리지 말고 서로 한번 다 털어놓고 깊이 있게 논의해볼 일”이라고도 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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