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빨리 안철수에 합류한 김한길 이유가...
입력 2016.01.08 08:53
수정 2016.01.08 09:02
김한길-안철수, 명분은 교섭단체 구성 이견...속내는 주도권 싸움
‘공동 재창업’을 선언한 김한길·안철수 의원 간의 분위기가 미묘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안 의원에 이어 김 의원도 탈당을 선언, 7일 ‘안철수 신당’ 합류 의사를 밝혔지만,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두고선 시각이 엇갈린다. 정치권에선 본격적으로 신당 신호탄을 터뜨린 두 사람이 사실상 주도권 경쟁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안 의원과의 오찬회동에서 “새로운 당을 만드는 데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3월 구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 합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했으나, 같은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지 1년 6개월 만의 재결합이다. 두 사람은 오찬에 이어 오후엔 마포구에 위치한 새 당사에서 열린 첫 기자회견에도 함께 했다.
앞서 지난달 13일 안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직후부터 김 의원의 탈당 가능성은 수차례 회자됐지만, 김 의원은 ‘반(反)문재인’ 전선을 확고히 할 뿐 뚜렷한 입장 발표를 미뤄왔다. 또한 지난 3일 탈당을 감행한 후에도 안철수신당 합류에 대해선 말을 아낀 채, 천정배·안철수·박준영 세력 등 신당 간 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던 김 의원의 행보에 속도가 붙었다. 전날 저녁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난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1시간 가량을 독대하고, 이 자리에서 김 의원도 합류를 전격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현재 난립하는 여러 신당 간 대통합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야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친 반면, 안 의원은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 의원이 탈당 당시 야권 신당 간 통합을 위한 산파 역할을 자처한 만큼 무소속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 각기 흩어져있는 신당을 규합을 주도하면서, 결과적으로 신당 내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초작업을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더민주 비주류로 분되는 수도권 한 재선 의원도 “정치라는 게 원래 그렇다. 김한길 의원도 지분을 계산할 수밖에 없다”라며 “말이 좋아 통합이지 온갖 세력이 다 잡탕으로 들어오는건데 거기서 주도권을 선점해야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윤여준 합류설’이 대두됨에 따라 김 의원이 신당행을 서둘렀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략가’인 윤여준 전 장관이 합류할 경우 김 의원과의 역할이 겹치고 충돌도 불가피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는 게 정치권 인사의 설명이다. 연일 안 의원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윤 전 장관은 앞서 전날 안 의원을 직접 만나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했지만 “혈육처럼 친한 이태규 창당실무준비단장이 다시 요청하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윤 전 장관이 지난 대선 당시 진심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성식·박선숙 전 의원과 긴밀히 연결된 데다, 김 전 의원은 또 새누리당 개혁파와도 친분이 깊어 안 의원으로서는 윤 전 장관의 영입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윤 전 장관에 대한 삼고초려가 계속되고 합류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신당 주도권’을 둘러싼 김 의원의 고심도 깊어졌다.
한편 안철수신당행을 저울질 중인 원외 세력들은 최근 ‘김한길·안철수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도대로 갈 경우, 대권은 안 의원이, 당권은 김 의원이 쥐게 될 공산이 다분하기 때문에 이에 앞서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기득권 내려놓기’의 본을 보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원외 세력과의 합류 과정에서도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