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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9월의 가볼만한 곳⑦

정현규 객원기자
입력 2015.09.10 10:58 수정 2015.09.10 17:00

“불 밝힌지 100년 이상된 등대여행”

100년의 보물, 고래 혹은 옹기 닮은 등대섬

한국관광공사는 “불 밝힌지 100년 이상된 등대여행” 이라는 테마 하에 2015년 9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인천 팔미도 등대 (인천광역시)’, ‘오얏꽃 문양에 새겨진 100년의 역사, 부산 가덕도등대 (부산광역시)’, ‘송림과 기암 사이 빼어난 자태, 울산 울기등대 구 등탑 (울산광역시)’, ‘용의 꼬리를 밝히는 100년의 빛, 울진 죽변등대 (경북 울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을 지키는 ’거룩한 빛‘, 진도 하조도등대 (전남 진도)’, ‘군산의 숨겨진 근대문화유산, 군산 어청도등대 (전북 군산)’, ‘100년의 보물, 고래 혹은 옹기 닮은 등대섬, 태안 옹도와 옹도등대 (충남 태안)’ 등 7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옹도등대 서쪽 산책로 계단과 등대모습 ⓒ 박상준 옹도등대 서쪽 산책로 계단과 등대모습 ⓒ 박상준

100년의 보물, 고래 혹은 옹기 닮은 등대섬, 태안 옹도와 옹도등대

위치 :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부두길(안흥외항)

내용 : 태안군은 북쪽 이원면에서 남쪽 고남면까지 세로로 길쭉한 반도다. 학암포에서 영목까지 약 230km에 리아스식 해안이 펼쳐진다. 그 주변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해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태안해안국립공원이고, 모래가 고운 해수욕장이 이어져 피서지로 인기다. 그 사이에 이름난 곳도 많다. 수려한 풍경과 흥겨운 축제가 다양한 태안이니 당연하다. 그럼에도 귀한 보물처럼 오랜 시간 꼭꼭 숨겨둔 장소가 있게 마련이다.

옹도 역시 그 가운데 하나로, 지난 2013년에 개방했다. 1907년 옹도등대가 세워지고 100여 년간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나 항로표지원이 외로이 섬을 지키는 동안 소문은 계속 번졌다. 2007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 포함됐고, 2012년에는 국토경제신문이 발간한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섬 20선'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에 개방하기 전부터 그 섬과 등대의 아름다움은 알음알음 섬 밖으로 향했다.

옹도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안흥외항까지 이동한다. 태안 읍내에서 약 20km 거리다. 안흥항은 내항과 외항으로 나뉜다. 내항과 외항은 신진대교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다. 육지 끝의 정죽리에는 내항이, 다리 건너 신진도에는 외항이 있다. 항구의 기능은 외항이 생겨난 뒤 내항에서 외항으로 중심이 옮겨갔다.

안흥외항에서 옹도까지 약 12km 거리다. 안흥외항을 떠난 배는 가의도 곁을 지나 옹도에 다다른다. 옹도 여행은 약간 아쉽다. 유람선이 하루 한 차례 오가고, 섬에 내려서는 1시간가량 머물 수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서두를 이유는 없다. 옹도는 산책로를 따라 섬 정상의 등대까지, 등대에서 선착장 반대편의 섬 서쪽까지 내려갔다 돌아오는 왕복 구간이다. 직선거리로 약 365m, 잠깐씩 숨을 고르며 천천히 다녀와도 부족하지 않다.

선착장에 내려서자 등명기 모양 쉼터 ‘환영의 빛’이 등대섬답게 여행자를 맞아준다. 산책로 초반은 계단을 따라 오른다. 첫 모퉁이를 돌 때 옹기 쉼터가 나온다. 섬의 중간 높이로 선착장 풍경을 품는다. 옹기는 이 섬에 옹도라는 이름이 붙은 기원이다. 섬이 옹기를 옆으로 뉘어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옹도다. 섬 곳곳에 있는 옹기 형상 조형물도 같은 의미다.

옹도등대 정상부에서 바라본 동백꽃쉼터와 단도 그리고 가의도 ⓒ 박상준 옹도등대 정상부에서 바라본 동백꽃쉼터와 단도 그리고 가의도 ⓒ 박상준

두 번째 모퉁이에는 동백꽃 쉼터와 동백잎 쉼터가 반긴다. 동백꽃 쉼터는 동백꽃의 붉은색 차양, 동백잎 쉼터는 동백 잎의 초록색 차양으로 꾸민 쉼터다. 그 사이에 장승이 섰다. 동백꽃 쉼터는 옹기 포토 존과 가자미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옹기 포토 존은 옹기를 반으로 나누고 그 사이에 정상의 등대가 보이도록 배치했다. 동백꽃 쉼터는 옹기 쉼터보다 높아 전망대로는 한 수 위다. 단도와 가의도가 손에 닿을 듯 선명하고, 멀리 신진도까지 보인다. 가의도 남쪽은 목개도와 정족도가 눈을 맞춘다. 동백꽃 쉼터와 동백잎 쉼터를 지나면 동백 터널이다. 옹도는 봄날에 동백꽃이 섬을 물들인다. 붉은 꽃의 터널이 그 백미다. 여름에는 초록 잎이 반짝이며 길을 연다.

동백 터널을 나오자 비로소 등대 앞 중앙광장이다. 섬의 정상은 등대와 중앙광장, 숙소동으로 구성된다. 중앙광장에는 커다란 옹기 조형물이 다시 한 번 옹도의 의미를 전달한다. 그 옆으로 고래 조형물이 있다. 그러고 보니 멀리서 본 옹도는 고래를 닮았다. 실제로 일대 어민들은 고래섬이라고 부른다. 등대에 전시관도 있다. 옹도 모형 등이 있어 발길이 닿지 않는 섬의 면면까지 살펴볼 수 있다.

산책로는 등대에서 서쪽 아래로 계속된다. 섬 가장자리 못미처 끝나는데, 울타리 너머에 물범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먼 바다에는 충남 최서단의 격렬비열도가 보인다. 그 이름처럼 새가 무리 지어 날아가듯 바다에 떠 있다. 굳이 전망대나 쉼터라고 이름 붙이지는 않았지만, 너른 바다가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선착장 방면에 비해 고즈넉하니 잠깐이나마 사색하는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걸음을 돌리면 언덕 위에 옹도등대가 눈을 맞춘다. 100년 넘게 평택항과 대산항 등 서해를 오가는 배들의 길라잡이다. 충남에서 유일한 유인 등대로 바다의 파수꾼임을 실감한다.

옹도를 뒤로하고 나올 때는 섬의 모양을 눈여겨볼 일이다. 옹기를 누인 듯도 하고, 고래가 헤엄치는 듯도 하다. 바위섬을 유람하며 좀더 머물지 못한 아쉬움을 달랜다. 옹도는 들어가는 데 30분이 걸리지만, 나오는 길은 1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가의도 주변의 재미난 바위섬들을 관람하기 때문이다.

가의도는 가의라는 중국 사람이 피신해서 가의도라 하고, 신진도의 가장자리라 그리 부른다고도 한다. 동서로 길게 뻗었는데 동쪽 바다에는 독립문바위와 돛대바위가 도열한다. 독립문처럼 문이 있는 바위와 돛대처럼 솟은 바위다. 사자바위와 거북바위 역시 바다에 줄지어 섰다. 사자바위는 고개를 돌린 사자의 모습과 신기할 만큼 닮았다. 멀리 중국 땅을 바라보며 태안반도를 지킨다고 전한다. 사자를 뒤따르는 자그마한 바위 끝에 거북바위가 있다. 섬 주민들이 제를 올리던 바위다. 코바위와 부부바위도 유람의 즐거움이다.

배에서 내리면 안흥항을 돌아본다. 항구에는 집어등을 단 배가 많다. 옹도 서쪽의 격렬비열도 일대는 오징어 집단 서식지다. 태안의 오징어 어획량은 이제 동해 못지않다. 오징어를 사기 위해 부러 안흥항을 찾는 이도 적잖다. 신진대교를 건너 태안 접어드는 길목에는 갈음이해수욕장이나 연포해수욕장이 마지막 더위를 쫓는다. 특히 갈음이해수욕장은 너른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캠핑이 가능하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두 주인공이 왈츠를 추던 해변으로, 아담한 백사장이 매력적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보호구역으로 출입이 불가능했으며,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해변의 모래밭이 피서지이기만 할까. 조금 색다른 모래밭이 보고 싶다면 태안 북쪽 원북면 신두리를 찾는다. 신두리에는 천연기념물 제 431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대 해안사구 지역이 있다. 모래언덕과 모래 위 바람 자국 등이 사막을 연상케 한다. 탐방로를 따라 걷는 길도 운치 있다.

안흥외항에서 신두리 가는 길에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국보 307호)도 만나보길 권한다. 태안의 진산인 백화산 등성이 태을암 옆에 있다. 가운데 키가 작은 보살입상 1구와 양옆으로 불입상 2구가 자리한 구조다. 백제 시대 가장 오래된 마애불상으로 그 가치가 특별하다. 가만히 눈을 맞추면 마음에 염화미소가 떠오른다. 달리 ‘넉넉하고 편안한’ 태안(泰安)일까. 태을암 대웅전 마당에서 보면 태안 시가지도 더없이 평온하다.


〈당일 여행 코스〉
바다 체험 코스 / 안흥외항→옹도등대→갈음이해수욕장
풍경 여행 코스 /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옹도등대→태안신두리해안사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안흥외항→옹도등대→갈음이해수욕장
둘째 날 /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백화산→태안신두리해안사구

정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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