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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지침서 불과한 매뉴얼 따라하다 메르스 놓쳤다

김정욱 기자
입력 2015.06.03 08:54 수정 2015.06.03 10:31

세월호 참사에도 안바뀐 부실 매뉴얼에 복지부동 공무원

전염력 사스보다 약하다던 메르스 13일만에 확산 일로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울시 예방약품비축소에서 관계자들이 메르스 의심환자와 가족들에게 배부될 N95 마스크 수량을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울시 예방약품비축소에서 관계자들이 메르스 의심환자와 가족들에게 배부될 N95 마스크 수량을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와 관련해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 및 대응 지침이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는 결국 부실한 매뉴얼과 지침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의 안이한 초기대응에 부실 매뉴얼 및 지침이 한 몫 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 초기대응 실패를 인정하고 “메르스 확산 방지에 국력을 총 동원 하라”고 주문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메르스 사망자 2명은 모두 보건당국의 방역망 밖에 있었다. 특히 이들 중 1명은 늦게라도 확인이 돼 치료를 받다가 숨졌지만 다른 1명은 사망 당일에야 보건당국이 발견했다. 방역 당국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는 이유다.

3일 현재 우리나라의 메르스 확진환자 수는 30명으로 세계 3위, 아시아 1위라는 오명을 안게 되면서 국가적 위신도 깎이게 됐다.

사망 이후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온 A씨에 대해 보건당국은 A씨가 최초 메르스 환자인 B씨와 같은 병실이 아닌 같은 병동에 있던 환자라 당초 격리관찰자에서 제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망자 C씨 역시 보건당국의 자가 격리대상에서 빠졌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고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진 환자다. 특히 C씨는 첫 환자 A씨의 메르스 감염이 확인된 20일 바로 격리 관찰 대상자가 될 수 있었지만 1주일이나 늦게 보건당국의 통제를 받았다.

이처럼 보건 당국의 안이한 초기 대응이 결국 메르스 확산을 방치하는 꼴이 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 상황을 짚어보면 보건당국의 미숙한 초기 대응이 지속돼 사태를 키운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미숙한 초기대응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메르스는 치사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전염력은 약한 질병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건당국이 최초 확진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에게 자가 격리 조치를 하는 안이한 대응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고 같은 병실을 쓰지 않은 사람에게도 감염자가 나타났다. 결국 메르스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사망자가 2명이나 나오게 된 것이다.

메르스 발생 시 초기대응에 실패한 정부의 매뉴얼과 지침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과 함께 그나마 이 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면서 감염병 관리 매뉴얼을 뜯어 고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산하인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와 같은 질병 발생시를 대비해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해 6월 개정된 이 매뉴얼에 따르면 정부는 감염병 발생시 병원내 조기경보체계 운영 및 집중감시, 의료기관 신고·보고 체계 확립, 전국의 방역요원 24시간 운영, 방역인력 부족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동원, 격리병원 확보 및 약품 대대적 보급, 중앙방역대책본부 운영강화, 감염예방에 대한 대국민 홍보 등을 추진한다.

메르스 감염자 중 한명의 경우 지난 달 메르스 의심증세가 나타났지만 즉시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4곳의 병원을 거친뒤에야 검사를 받았다. 이 감염자가 여러 곳을 거치는 동안 병원의 의료진을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메르스 바이러스가 전파됐다.

매뉴얼에 있는 의료기관 신고·보고 체계가 확립되지 않았고, 병원내 조기경보체계와 집중감시, 방역 등도 제대로 안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결론적으로는 메르스 현안에 대해 제대로된 초기 역학조사 및 감염병 예방 메뉴얼 등이 제대로 안 갖춰졌다”면서 “의심환자가 처음 발생했을 때도 고지식하게 기존의 임상기준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대국민 홍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급기야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메르스 괴담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관리 주무기관으로서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지난 달 26일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지침’도 마련해 운영 중이만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 지침은 △검역단계에서의 조치 △지역사회에서의 조치 △역학조사 △ 접촉자 조사 및 관리 △입원 △실험실 진단 △의료기관의 감염예방 관리 등 총 7가지의 세부적인 대응방법을 마련했다.

보건복지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 있어 검역단계 조치도 문제지만 초기역학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태를 확산시켰다”면서 “역사조사 외에도 감염 의심자에 대한 병원기록 조사 및 가족 인터뷰 등 폭넓은 조사를 진행했으면 메르스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됐을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메르스 사태에 있어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대응 지침도 뚜렷하지 않다”면서 “정부의 매뉴얼이나 지침은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감염병 위기관리 매뉴얼이 실전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며 전면 개편을 주장했다.

보건복지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은 2일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감염병 위기관리 매뉴얼은 공무원끼리 참고자료일 뿐 막상 현장에서는 써먹을 게 없는 탁상론에 불과하다”면서 “중앙과 지방, 정부와 민간은 각각 상황에 맞게 움직여야 되는데 업무지침서 정도 밖에 안 되는 매뉴얼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이번 메르스 사태가 수습되면 근본적인 방역체계를 다시 잡아야 하고 매뉴얼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감염병 관리 체계가 전반적으로 문제 있으며 새롭게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위 소속인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비판하면서 매뉴얼이 문제가 많음을 지적했다.

양 의원은 “감기증상이 있는 사람이 처음부터 종합병원을 갈리 없는데 의원급 병원에서부터 대응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매뉴얼이 시원치 않아 결과적으로 메르스가 확산 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메르스 환자 발생시) 빨리 격리할 건 격리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초기대응이 매우 미숙했다”면서 “정부가 3차 감염은 실질적으로 없다는 식의 안이한 대응을 한 것은 문제다”고 비난했다.

김정욱 기자 (kj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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