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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1월의 가볼만한 곳⑥

데일리안 여행 = 정현규 객원기자
입력 2015.01.03 22:14 수정 2015.01.03 22:19

“뜨끈뜨근 겨울 음식”

뜨끈하고 꼬들꼬들한 겨울 별미, 현풍 장터 수구레국밥

한국관광공사는 “뜨끈뜨근 겨울 음식” 이라는 테마 하에 2015년 1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동해안의 겨울 별미 삼총사, 대진항 도치․장치․곰치 (강원 고성)’, ‘언 마음까지 녹이는 착한음식, 청주 상당산성 내 산성마을 두부&청국장 (충북 청주)’, ‘겨울 별미 대구가 돌아왔다, 거제 외포 대구탕 (경남 거제)’, ‘뜨끈한 국수 한 그릇 먹고 나서는 담양 겨울 여행 (전남 담양)’, ‘고소한 피순대에 개운한 국물이 꽁꽁 언 몸을 녹이네, 순창시장 순대골목 (전북 순창)’, ‘뜨끈하고 꼬들꼬들한 겨울 별미, 현풍 장터 수구레국밥 (대구광역시)’, ‘인삼과 금강이 빚어낸 겨울 보양식을 맛보다, 인삼어죽마을 (충남 금산)’ 등 7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수구레국밥 ⓒ 서영진 수구레국밥 ⓒ 서영진

뜨끈하고 꼬들꼬들한 겨울 별미, 현풍 장터 수구레국밥

위치 :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면 현풍로

내용 : 찬 바람 부는 계절이면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그립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에 꼬들꼬들 씹히는 푸짐한 고깃덩어리는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준다. 대구 달성군 현풍 장터의 따끈한 겨울 별미는 수구레국밥이다. 수구레국밥은 끝 자리 5, 10일에 서는 현풍 장날 맛볼 수 있던 이곳 서민들의 대표 음식이다. 상설 시장인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이 들어선 뒤에는 수구레국밥을 내는 집들이 시장 모퉁이에 골목을 형성하며 온종일 구수한 향기를 뿜어낸다. 이곳에서는 식당 10여 곳이 ‘수십 년 전통’ 타이틀을 내걸고 추억의 맛을 전하고 있다.

수구레는 소의 껍질 안쪽과 살 사이의 아교질 부위를 일컫는다. 지방이 거의 없어 씹으면 쫄깃쫄깃한 맛이 난다. 수구레는 희고 거친 모양 때문에 귀한 고기로 대접받지 못했다. 하지만 육류가 흔하지 않던 시절, 힘든 하루를 보내는 장터 사람들에게 수구레국밥 한 그릇은 추위를 달래고 영양도 보충하는 먹거리였다.

현풍 장터는 100년 가까운 세월을 자랑하는 제법 큰 장이다. 인근 창녕, 고령 등지에서도 현풍까지 소를 끌고 장을 보러 왔다. 장터 인근에서 1980년대까지 우시장이 들어섰는데, 이곳 수구레국밥이 명성을 얻고 정착하는 데는 우시장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최근까지 문을 여는 식당 역시 우시장이 있을 때부터 운영하던 곳이 대부분이다. 30년, 50년 전통, 대를 이은 국밥집 등 간판에 내걸린 수식어에서도 세월의 온기가 묻어난다. 현풍 지역 사람들은 수구레 대신 ‘소구레’라고 부르는데, 국밥집 간판도 대부분 소구레로 명기돼 있다. ‘현대식당’ ‘십이리할매식당’ ‘이방아지매식당’ 등이 장터에서 꽤 오랜 기간 수구레국밥을 팔아온 터줏대감 가게들이다.

국밥집 앞에는 대부분 커다란 가마솥이 모락모락 김을 뿜으며 끓고 있다. 국밥은 수구레와 선지, 콩나물, 파 등을 푸짐하게 넣고 가마솥에 오랫동안 삶아 국물을 우려낸다. 그때그때 신선한 수구레를 공급받는 것이 구수한 국밥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다. 수구레는 얇고 푸석푸석한 것보다 두툼한 것이 맛 좋은 질감을 선사한다. 장이 서기 전 새벽부터 가마솥은 뜨끈한 온기를 간직한 채 국물을 펄펄 끓인다.

수구레국밥과 반찬 ⓒ 서영진 수구레국밥과 반찬 ⓒ 서영진

수구레국밥 한 그릇에 보통 5000원. 고추를 얹어 칼칼한 맛을 더한다. 수구레는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어난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소의 다른 부위에서 전해지는 맛과는 또 다르다. 곁들여진 김치, 깍두기와 국밥 한 그릇 비우면 온기가 온몸으로 알싸하게 퍼진다. 우시장이 창녕으로 옮겨 간 뒤에도 이곳 식당들은 현풍의 곰탕집들과 함께 뜨끈한 겨울 별미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밥으로 배를 채웠으면 현풍 장터 구경에 나설 차례다. 끝 자리 5, 10일에 들어서는 현풍장은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외곽의 현풍천까지 좌판이 벌어질 정도로 규모가 크다. 골목을 돌아서면 뻥튀기 장수가 있고, 내륙 지방에서는 귀한 생선 좌판이 펼쳐진 흥겨운 모양새다.

현풍 장터는 그 유래가 19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부터 장이 섰으니 100년 가까운 세월을 간직한 셈이다. 사람과 소로 북적거리던 시장은 인구가 줄고 교통 환경이 변하며 쇠락의 길을 걷다가, 2010년 현대화 시설을 갖추며 단장한다. 2012년에는 전통문화와 토속적인 도깨비를 테마로 한 문화 관광형 특성화 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풍백년도깨비시장에는 도깨비를 테마로 한 모형과 얘깃거리가 곳곳을 채운다. 예전 현풍 장터에 배고플 때마다 근심과 걱정을 먹고 사는 도깨비가 있었는데, 상인들에게 손님을 데려다주거나 장터에 신기한 물건을 건네주고 근심 걱정과 맞바꿨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시장 공원 터에는 도깨비 마스코트인 현이와 풍이 조형물이 세워졌으며, 시장 안쪽에 들어서면 도깨비빵가게가 들어서 친근함을 더한다. 현풍 초입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근심 먹는 도깨비’를 테마로 한 놀이터가 조성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달성군의 대표 관광지인 달성 도동서원과 사문진주막촌은 낙동강을 끼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구지면 도동서원은 도학의 창시자인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배향한 서원으로, 우리나라 5대 서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서원의 옛 담장은 전국 최초로 담장이 보물로 지정되었으며, 서원 앞에는 400년 된 은행나무가 있어 기품을 드높인다.

사문진은 낙동강과 대구를 잇는 대표적인 나루터로, 최근에 유람선이 뜨고 주막촌을 복원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최초의 피아노 유입지임을 기려 해마다 이곳에서 피아노 축제도 열린다.

비슬산자연휴양림은 겨울이면 얼음 동산으로 변신한다. 계곡 가에 얼음조각, 얼음 동굴 등이 조성돼 가족들이 신나는 겨울 놀이를 즐길 수 있다. 비슬산은 석탑들이 가지런하게 들어선 유가사와 함께 둘러보면 좋다.

돌아오는 길에는 대구 중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서 겨울 향수를 달랜다. 고 김광석을 테마로 한 벽화 골목은 최근 재단장을 마쳐 운치를 더한다. 골목 나들이 후에는 곧바로 연결된 방천시장에서 훈훈한 시장 온기를 느껴도 좋다. 1월 6일에는 김광석 추모 음악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당일 여행 코스〉
현풍백년도깨비시장→비슬산얼음축제→달성 도동서원→사문진주막촌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현풍백년도깨비시장→비슬산얼음축제→유가사→달성 도동서원
둘째 날 / 석빙고→마비정벽화마을→사문진주막촌→김광석다시그리기길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대구관광안내서비스 http://tour.daegu.go.kr/kor
- 달성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culture.dalseong.daegu.kr

정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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