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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근]겉은 멀쩡한데 속이 병든 것 같다면...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4.11.08 10:31 수정 2014.11.08 10:35

<정택근의 척추건강 이야기>만성요통과 '디스크 섬유륜 파열 증후군'

정택근 척추외과 전문의 정택근 척추외과 전문의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지는 요즘, 낮은 온도에 민감한 만성 요통환자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X-ray나 CT 검사를 해보면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고, 통증주사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인 치료에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이런 경우, 최근 만성요통의 주된 원인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디스크 섬유륜 파열 증후군(Annular Tear Syndrome)’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 질환은 쉽게 말해 ‘겉은 멀쩡한데 속이 병든 디스크 병’이다. 환자가 가장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X-ray나 CT 검사에서는 디스크가 볼록하게 튀어나오거나 신경이 눌려있지 않아 이상이 없다고 진단하기 쉽기 때문이다.

‘디스크 섬유륜 파열 증후군’이 통증을 일으키는 원리는 흔히 ‘디스크 병’으로 알려진 ‘디스크 수핵 탈출증’과는 차이가 있다. 건강한 디스크는 말랑말랑한 수핵과 이를 단단히 감싸고 있는 섬유륜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속적인 압박이나 갑작스런 충격이 가해지면 섬유륜이 찢어지게 된다. 이때 잘 치료받지 않고 손상이 반복되면 찢어진 틈으로 흘러들어간 수핵이 알갱이 같은 이상조직으로 자리 잡아 섬유륜 바깥층의 신경을 자극해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자동차 타이어에 못이나 돌이 박힌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 질환의 특징적 증상은 △오래 앉아 있기 힘들어 안절부절 못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기 싫어진다 △앉았다 일어서면 얼른 허리가 펴지지 않는다 △격렬한 운동이나 중노동을 한 다음날은 요통이 심해진다 △같은 자세로 오래 버티기 힘들다 등으로, 이런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면 척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디스크 섬유륜 파열 증후군’의 치료방법은 물리치료, 통증주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에서부터 신경 성형술이나 고주파 수핵감압술 같은 비수술적 미세시술까지 다양하다. 보존적 치료를 일정기간(약2~6주) 시도해보고 호전되지 않으면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신경 성형술’은 방사선 투시기(C-arm)로 관찰하며 1mm 굵기의 가느다란 카테터를 통해 스테로이드 및 유착방지제를 주입하여 디스크를 싸고 있는 섬유륜과 신경막의 부종을 감소시키고 안정화시키는 시술이다.

만성요통에 시달린다면 '디스크 섬유륜 파열 증후군'을 한 번 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정택근 만성요통에 시달린다면 '디스크 섬유륜 파열 증후군'을 한 번 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정택근

‘고주파 수핵감압술’ 역시 가는 주삿바늘과 고주파 기기 그리고 방사선투시 기기를 이용하여 돌출된 디스크의 압력을 낮추고 디스크를 싸고 있는 섬유륜을 안정화시키는 시술이다.

최근에는 고주파, 레이저, 내시경, 미세집게 등 다양한 기구를 병용함으로써 치료효과를 극대화한 동시에 내시경 관찰을 통해 기존의 비수술적 시술들에 비해 안전성과 정확성을 높인 ‘미세 내시경 고주파 레이저 디스크 섬유륜 성형술’이 개발되어 90%대의 높은 성공률을 보고하고 있다.

이처럼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디스크 병인 ‘디스크 섬유륜 파열 증후군’의 치료 방법은 계속 진일보하고 있다. 또한 이 질환은 대부분 부분마취 하에서 매우 미세한 관만을 삽입해 치료하고 시술 당일 밴드 하나만 붙이고 귀가할 만큼 간단하고 흉터 걱정도 없는 것이 특징인 만큼,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흔한 명제는 의료 분야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환자가 자신의 병인(病因)을 정확히 아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라면,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치료 방안을 소신껏 제시하는 것은 의사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글/정택근 척추외과 전문의 jungtg2010@gmail.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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